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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Apr 22. 2022

알림장 댓글 극한직업 ^^

알림장 댓글 극한직업^^           

 어린이집의 3월은 비상상황이다. 부모를 떠나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혼자 온 영아(만 1~2세, 우리 나이 3~4세)를 만나는 일이다. 영아는 매일 매 순간 함께 했던 부모가 사라지자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일 것이다. 영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울음뿐이다. 우는 영아를 품고 안고 업고 달래며 보육교사가 하는 말 "우리 바깥 놀이 갈까?"라고 말한다. 울던 영아도 바깥 놀이라는 말에 잠시 울음을 멈춘다.      

 (호랑이와 곶감)전래동화에서 호랑이는 마을로 내려와 우는 아이를 달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엿듣는다. "호랑이 왔다 울지 마라"라고 해도 아이가 울어 어머니가 "곶감 줄게 울지 마라"라고 말한다. 그때 아이는 울음을 그친다. 호랑이는 곶감이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로 생각한 것처럼 영아에게는 바깥 놀이가 호랑이보다 곶감보다 더 좋아 울음을 멈춘다. 바깥세상 경험이 거의 없던 영아에게 밖에 나간다는 자체만으로도 좋다. 또 밖에 나가면 어쩌면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에 바깥으로 나간다는 말에 영아는 울음을 잠시 멈춘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19로 인해 집에서 생활한 영아에게 바깥은 호기심의 천국이요.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영아의 하루일과 중에 바깥 놀이는 30분 이상 하게 되어 있다. 해님이 비추는 따스함과 지지배배 새소리와 헬리콥터 날아가는 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과 꽃향기를 맡으며 영아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 볼 시간이다.      

영아와 바깥 놀이 나가려면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른도 외출하려면 씻고 화장하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신발을 신고 나간다. 마찬가지로 영아도 바깥놀이 가려면 먼저 외투를 입고 지퍼나 단추를 채워야 한다. 처음에는 교사가 외투를 들고 영아의 이름을 부르며 옷을 입혀 주지만 차츰 자신의 외투를 찾는 모습으로 바뀔 것을 기대한다. “싱글이 옷 여기 있어, 옷 입고 바깥 놀이해요?”라고 하며 “싱글아 팔을 넣어 봐요. 지퍼 잠겨 줄게요?”라고 말하며 옷을 입혀 준다.   

   

 표준보육과정에 따라 기본생활습관에서 도움받아 스스로 해 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영아는 "내가 내가"하는 시기이다. 처음하는 일이기에 잘할 수가 없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영아가 못하기에 다 해 주게 되면 영아 스스로 해 볼 기회가 사라진다. 영아 스스로‘나는 못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의 옷을 찾는 것, 자신의 옷을 찾아 질질끌고 다니는 것, 팔을 넣어 보는 것, 지퍼나 단추 채워 보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1. 실외활동에 적합한 영아의 옷은 어떤 옷일까요? 

  →영아의 옷은 활동하기 편한 옷이 좋다. 활동하기 편하고 세탁 가능한 옷이 적당하다. 그런 옷을 우리는 활     동복이라고 부른다. 부모님은 예쁜 공주 옷에 레이스가 많은 예쁘고 깜찍한 옷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         다.  그런 옷은 예쁘지만 영아가 활동하기 불편함으로 마음껏 놀이하기에 부적절하다. 교사가 생각한 옷      은 원에서 지정하는 옷을 주 2~3회 정도 입고(원복 입는 요일에 따라) 활동복 주 1~2회로 영아나 부모님    이  좋아하는 옷을 주 1회 입으면 좋겠다. . 

    단 외출복과 원에 입는 옷은 구분하여 입는다. 

  케릭터 옷을 입는 날은 영화 주인공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원한다면 한두 벌 정도는 갖추어 영         아 의 정서적 편안함을 위해 좋을 듯하다.(유아의 경우에 한함)    

  

 영아는 자신의 옷과 다른 사람의 옷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부모가 “이건 싱글이 윗옷이야” “이건 엄마 옷이야” 라고 소유의 개념을 말로 알려 주는 시기이다.  자연스럽게 가족의 옷이나 물건을 알게 된다. 정말 단순하고 쉬운 일이지만 현대 사회에서 바쁘므로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여 놓치기 쉬운 일이므로 가족의 물건을 말로 알려주면 좋겠다.      


 옷을 입고 현관으로 나와 신발 신고 나간다. 현관에 나오면 신발 신지 않고 나가려는 영아도 있다. 교사가 "벙글아 신발 신고 가요."라고 말하며 "벙글아 신발장에 있는 벙글이 신발 갖고 와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교사가 "벙글아 여기 벙글이 신발이 있네, 갖고 와요."라고 신발장에 있는 벙글이 신발을 가리키며 말한다. 벙글이가 신발장에서 신발을 갖고 온다. 그때 교사가 "우리 벙글이 신발장에서 신발 갖고 왔구나, 잘했어"라고 칭찬 해 준다. 벙글이는 '아 신발장에 내 신발을 갖고 오면 칭찬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벙글이가 꺼내 온 신발을 교사가 신겨준다. 신발을 신겨줄 때 신고 벗기가 편한 신발이 좋다. 꽉 끼인 신발과 잘 신겨지지 않은 신발은 영아가 신고 벗기에 어렵다. 영아들이 신고 벗기에 편안한 신발이 가장 좋다.     


2. 바깥놀이에 좋은 신발은 어떤 신발일까요?

  →운동화 중에 꽉 끼인 운동화는 신기기도 어렵고 신발을 신는 시간이 길어져 힘들어한다. 영아는 바깥놀이       를 먼저 하려고 한다. 잠깐이지만 기다리는것이 힘들어 신발이 신지 않고 나가려고 한다. 그때 교사가 신       발 신고 나가고 하면 속상해한다. 신발을 겨우 신고 밖에 나와 논다. 놀다가 신발이 벗겨지면 영아 스스         로  발을 신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교사를 찾아 신발을 신고 나면 놀이의 흐름이 깨어지게 되고 신발이 한          번 벗겨지면 자꾸 벗겨진다고 봐야 한다.   

                      신고 벗고 신발 신기에  편하고 신발이 벗겨지지 않는 신발이 좋은 신발이다.    

   

 바깥놀이 중에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전 점검이다. 우리 원은 매일 아침 방역하며 자동차와 미끄럼틀 등을 철저하게 점검한다. 영아들은 안전에 둔감하므로 위험한지 모르는 경우가 있어 철저한 안전 점점이 꼭 필요하다.     


 바깥놀이 나와 영아들은 뭐를 해야 할지 모르고 정처 없이 다닌다. 유아(만 3~5세)는“오늘 술래잡기하자”“그래”라고 친구들끼리 바깥놀이 가기 전에 미리 약속하고 나와 술래잡기한다. 영아들은 뭐 할지 모른다. 밖에 나온 자체만으로도 만족한다. 교사가 "싱글아 미끄럼틀 타 볼까요?"라고 물어보며 그제야 미끄럼틀을 탈지 말지 생각한다. 교사가 여러 가지를 제시하면 결정은 영아의 몫이다. 영아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변수가 너무 많다. 어제는 미끄럼틀만 계속 타는 영아가 오늘은 모래놀이에서 꼼짝 안고 모래놀이에서 논다. 어떤 영아는 미끄럼틀, 자동차 놀이, 시소 타기, 공놀이 분주하게 논다. 다른 영아는 꽃에 물을 준다고 물조리개를 들고 다니며 물 틀어 달란다. 바깥놀이는 영아에게 아장아장 걸음으로 걸어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어 좋아한다. 교사가 보기에는 뒤뚱뒤뚱 걷는 걸음이 어설프기만 하다.      


 영아가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가 자동차다. 자동차를 타려고 자동차 앞에 서서 쳐다만 본다. 자동차를 타려고 하는데 도무지 모르겠다는 느낌이다. 교사가 “여기 문이 있어요. 여기로 와요”라고 문을 조금 열어 보여준다. 영아가 어정어정 걸어 문 앞에 와 문을 열고 몸을 숙여 발을 하나 집어넣고 자동차에 앉은 후 남은 다리 하나를 넣으며 낑낑거린다. 발을 넣고 문 닫으며 핸들을 잡는다.      

‘어 그런데 핸들을 돌려도 돌려도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 자동차 문제가 있나요?’‘그건 아니에요. 아직 면허증이 없어 운전 불가능한 상태에요.’‘운전 면허증을 취득해야 하지 않을까요?’‘네 취득하려고 운전 연습 중이거든요.’핸들을 돌려도 돌려도 되지 않자 영아가 “서새이”라고 부른다. 어디선가 번개같이 날아오는 보육교사“무얼 도와줄까요?”라고 말한다. 상황을 보고“자동차 밀어줄까요?”라고 말하였더니 영아가 "응"이라고 대답한다. 한 두달이 지나면 영아가 “밀어”라는 말이 예상된다. 자동차를 살살 밀어주는데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영아의 발이 자동차에 끼여 있다. 교사가 자동차를 뒤로 살짝 움직여주며 "방글아 자동차 움직이려면 발을 들어줘야 해, 발 들어줘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고 자동차를 밀어준다. 또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영아의 발이 또 끼여 있다. 교사가“발을 들어요.”라고 무한 반복한다. 하루 이틀.... 열심히 말하면 한달 지나면 거의 알아듣는다. 영아는 발을 들 수 있고 교사는 영아의 자동차를 밀어준다.       

그런데 

다른 영아도 자동차를 타고 밀어달란다. 오늘은 3명이 한꺼번에 자동차를 각자 타고 밀어달라고 한다.  영아들이 밀어달라면 5대 자동차를 동시에 밀어달라고 해도 밀어 주는 것이 보육교사다.‘할 수 없지, 자동차 3대를 동시에 밀어야지’3대의 자동차를 밀어주려고 양팔의 옷소매를 걷어 올리고 두 대의 자동차를 나란히 모아 먼저 밀고 앞으로 간 후에 다른 한 대를 밀어 두 대의 자동차 앞에 간다. 교사는 다시 두 대의 자동차에 와서 밀어준다. 자동차 두 대 밀고 한 대를 나중에 미는 형식으로 3대의 자동차를 밀어주었다. 나의 팔과 어깨, 허리에 통증이 살짝 온다. 오늘도 집에 가면 파스 사랑이 시작되려나 보다. 끙끙끙       


 영아들과 보내는 시간은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면  물이 다 떨어지는 것처럼 보여 ‘콩나물은 물을 먹나?’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일주일 지나면 쑥 자라 있는 콩나물을 보고 ‘물을 먹긴 먹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영아도 시간에 지남에 따라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며 오늘도 감사한다. 오늘의 영아가 내일의 유아다.      


오늘 영아들과 있었던 일을 적어 보내며 자동차 3대 미는 사진을 알림장(부모님께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적는 편지)을 보내 드렸더니 어머님의 댓글이 달렸다.     


어머님의 댓글 

아이들 돌보랴 엄마들 돌보랴.... 힘쓰랴...^^  극한직업에 참치 어선 내 보낼게

아니라 어린이집 선생님들 방송타야할듯요.~^^     

     

그 글을 읽고 오늘 하루 우는 영아 달래며 바깥 놀이 나와 옷 걷어붙이고 일한 피로가 싹 가셨어요. 물론 교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지만 재미있는 댓글 덕분에 어깨춤이 추어지는 이 기분은 무슨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 재미있게 답글 달아주시는 우리 어머님의 센스 덕분에 나는 오늘도 보육교사의 일하며 영아들이 쑥쑥 커가는 모습에 감사하고 부모님의 격려에 행복하다.      

                      영아가 있어 감사하고 부모님의 댓글에 행복한 나는 보육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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