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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May 11. 2022

안 꺼내 줘서 못 먹는 김~치

  남편이“김치 맛이 왜 이래”라고 말한다. 내가“매일 먹는 김치 맛이 똑같지, 왜요?”라고 물으며 김치를 먹어보자 김치에서 쓴맛이 돌고 김치에 곰팡이가 폈다. “김치냉장고 고장 났나 보네”라고 말하고 서비스 요청했다. 기사님께서 김치냉장고를 보시고 하신 말씀이“고장은 아닙니다. 성에 제거하면 됩니다.”라고 하신다. 나는 갑자기 기분 좋아졌다. 김치냉장고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미소가 저절로 발사되었다. 기사님께 음료수를 대접하자 기사님께서 한 말씀 더 하셨지요.      

김치냉장고 3가지 사용방법 알려 주신 거지요. 

1. 김장하기 4일 전에 반드시 김치 냉장고를 비우고 전원과 콘센트까지 뽑아야 한다. (3일 동안 전원과 콘센트 뽑고 있음, 성에가 녹으면 청소 )

2. 4일째는 하루 동안 김치냉장고 가동 후 김장 김치를 넣는다. 

3. 한 달에 한 번씩 김치통을 위아래 바꾸어 김치 저장하라.

그러면 맛 좋은 김치를 먹을 수 있다고 하신다.      

김치냉장고 산 지 5년 동안 한 번도 콘센트를 뺀 적이 없다. 김치냉장고도 힘겨웠던 모양이다. 우리 김장은 형님(남편의 누나)께서 20년 넘게 해 주시고 계신다. 김치 가지러 가 감사 표시하고 맛난 김치를 1년 내내 먹을 수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올해도 김치를 듬뿍 담아 주셔서 김치냉장고 가득가득 들어 있다.     

결혼 초에 김치통에 김치가 조금 남아 있어 작은 통으로 옮기며, 김치 국물이 많아 버렸다. 그날 저녁 "김치 국물 줘. 밥 말아 먹게?" 라고 하신다."김치 국물 버렸어요."라고 말하자 우리 남편 "얼마나 맛있는 김치 국물을 버렸어, 김치 국물 버리지 말지“ 라고 타박 아닌 타박하여 무척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김치 국물을 버리지 않고 통에 담아 두면 김치 국물로 밥 말아 드셨다. 맛있는 된장찌개를 두고 말이다.

가끔 레스토랑에 가면 김치 덮밥 시켜 드시며 직원께 김치 리플을 3~4번 한다. 어찌나 부끄럽고 민망한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남편과 레스토랑에 외식하러 절대로 가지 않는다. 누가 내 마음을 알리요.      

내가 신김치 먹기 싫어 단배추로 김치를 담았다. 삼사리 한 그 맛을 나는 참 좋다. 내가 담근 김치를 먹으며 행복했고 오랜만에 담근 김치 우리 남편도 잘 드셔서 더 좋았다. 

남편은 김치냉장고 에이에스 결과를 들으며 하는 말 "김치 꺼내 주지 않아 못 먹잖아."라는 말에 나는 웃음이 저절로 났다. ‘내가 만든 김치를 맛있어서 드시나 보다 라고 생각한 것인데 알고 보니 꺼내 주지 않아 못 드신 것이구나’라는 생각에 쓴 웃음이 났다.

결혼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우리 남편 마음을 모르겠다. 그렇게 좋아하는 김치,  김치 냉장고에 가득 있는 김치를 꺼내 주지 않아 못 먹는다는 말에 우리 남편이 안 되어 보이기도 하고, 내가 만든 김치를 잘 드셔서‘나도 이젠 김치를 잘 담을 수 있는데 라는 자신감이 뿜뿜”라고 좋아한 나의 마음에 상처 되기도 했다. 

그래도 김치를 꺼내 주어 맛있게 먹는 남편 보는 편이 더 좋겠지요.  

좋아하는 김치 나의 작은 수고로 상 위에 올리면 되는데 말입니다.

                      내가 김치 많이 꺼내 줄게 많이 드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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