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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시야 서새이 May 19. 2022

아이와의 첫 만남

아이와 첫 만남      

 (우는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이 있다. 옆에 와 비비고 안기고 도와달라고 보채면 더 해 주게 된다는 말이다.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하며 산다. 누구나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살아간다. 더욱이 어린아이들은 절대적인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만 1세(3살) 아이를 돌보는 보육교사다. “제가  잘  도울  수  있는  아이를 만나게 해 주세요.”라고 매년 아이를 만나기 전에 기도를 드린다. 3월 2일은 아이들과 첫 만남의 날이고 어떤 아이와 함께 1년을 지낼지 궁금하다.   

   

 소통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더욱 절실했다. “벙글아 아빠 오셨어. 집에 가자”라는 말에 벙글이(만 1세)는 “실어(싫어)”라고 답한다. “벙글아 아빠 오셨어, 밖에 봐”라며 벙글이를 안고 교실 밖에 나오자 “아빠 아빠”라며 달려가 아빠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고 당황스러웠다. ‘벙글이는 내 말을 이해 못 했구나’‘나도 답답한데 벙글이는 얼마나 힘들까?’ 마음 아팠다.    

 

 18개월 지난 아이들은 간단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물티슈 가져와요.”말하며 바닥에 있는 물티슈를 가리키면 물티슈를 갖고 올 수 있다. 다른 친구의 물건을 구별할 수 있다.    

 

 올해 첫 번째로 등원한 통통이는 누나 손 꼭 잡고 교실로 왔다. 누나와 헤어진 통통이는 자동차를 만지작거리며 훌쩍인다. 보육교사인 제가 다가가 “우리 통통이 왔구나, 반가워 송신향 선생님이야”라고 나를 소개하며 안아주었다.      


 다음은 어린이집 차량으로 등원한 싱글에는 울며 교실에 들어왔다. 어린이집 첫날에 우는 것은 당연하다. 낯설고 생소하여 우는 것을 “낯가림”이라고 한다. 우는 싱글이를 안고 달래며 “선생님 이름은 송신향 선생님이야. 싱글아 잘 지내보자”내 소개하고 안아준다.      


“선생님 심쿵이 왔어요?”라며 현관에서 교실에 있는 저를 부른다. 심쿵 이를 맞이하려 현관으로 뛰어나와 솔 톤으로 명랑하게 “안녕하세요? 심쿵이 왔구나?”라고 인사한다. 심쿵이는 부모님께 손 흔들며 인사하고 씩씩하게 걸어서 교실로 입장한다. 교실에 입장한 심쿵이는 교구(장난감)를 꺼내 놀기 시작한다. 교사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순간 “어 큰일 났다. 어떡하지”라고 혼잣말했다.


 ‘울지 않고 교실에 들어오면 좋지 않아요?’라고 말할 수 있다. “잘 다니다가 왜 울어요. 원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라는 질문받는 이유다. 울지 않고 적응 기간을 즐겁게 지내는 영아는 새로운 환경을 좋아한다. 새로운 환경 탐색이 끝나면 “어! 여기 우리 엄마 없네.’라고 울기 시작한다. 바로 이때가 적응하는 시점이다. 부모와 보육교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럴까?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여 자신의 놀이에 집중한 결과 사람 관계를 맺지 않은 것이다. 적응기간 동안 새로운 사람 즉 교사와 친구들과 친해질 시간이 부족했고 부모님과 헤어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부모님도 교사도 울지 않고 잘 놀았기에 “심쿵이는 잘 놀고 있네”라고 잘한다고 돌봐 줄 기회를 놓친 것이다.     

 

우는 영아는 울지 않게 하려고 업고 안고 달래고 교구를 제시하고 영아의 말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떻게 하면 울지 않고 잠깐이라도 노는지 관찰하고 관찰한다. 2~3주 적응기간을 지내면서 교사와 친해질 수 있고 옆에 또래와 서로 눈 맞춤 시간을 가짐으로 오히려 빨리 친숙해진다.      


그런데

울지 않고 등원한 영아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놀이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 교사가 재미있게 놀아줘야 사람에게 관심 가지게 된다.     


‘오늘의 모든 관심사는 심쿵이다.’라고 결심하고 어떤 장난감을 갖고 노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심쿵이는 여간해서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우는 싱글 이를 안고 심쿵이 옆으로 다가가 “선생님은 송신 향 선생님이야, 심쿵아 우리 잘 지내자”라고 인사 후 심쿵이 노는 모습을 사진 찍어 부모님께 카톡을 보냈다. “선생님 사진 보니 안심되어요. 오늘도 우리 심쿵이 잘 부탁드려요.”라고 댓글이 왔다. 댓글 달 여유 없어 패스 ~~  

   

우는 싱글이 세워 안고 통통이 무릎에 앉히고 심쿵이에게 자동차 장난감을 소개하고 “멍멍이 자동차 굴러간다.”“선생님은 심쿵이 좋아”라고 말했다. 아무 대답 없는 심쿵이지만 좋아할 것이다.      


‘싱글이는 토끼 인형을 좋아하고, 심쿵이는 동물 모형에 관심이 많고, 통통이는 동요가 나오자 엉덩이춤을 추는 귀염둥이네’라고 말이다. 아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아 두루 살피며 우는 싱글이에게 토끼 인형을 내밀었다.      


아이들 모두 하원하고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왜일까?

올해 우리 첫 만남 좋아

우리 아이들 다 괜찮네.

재미있고 즐거운 일 많겠지.

자꾸 웃음이 난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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