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주변 지인들이 시험 소식을 듣고 나에게 묻는다.
“괜찮아?”
그 물음에 내 대답은 이렇다.
“괜찮지가 않아.”
나는 나도 모르게 혼자 많이 아팠다. 스스로는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내 몸과 마음은 괜찮지 않았다.
열심히 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
퇴직 후 거의 9개월 반 동안 컴퓨터와 함께 지냈다. 그 시간 동안 ITQ 자격증 네 과목(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인터넷)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한 달 반 만에 포토샵 1급 시험에 도전했다가 떨어졌고, 최근에는 정보처리 산업기사 과정평가형 시험에서도 낙방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올라온다.
‘나, 뭐 했지?’
말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꾸 화가 난다. 이 화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나는 내 감정을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내 감정에게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원래 감정을 마음속 깊이 꾹꾹 눌러 두는 사람이다. 꺼내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믿어왔다. 눌러 두면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 화가 난다. 이제는 마냥 누를 수가 없다. 왜 자꾸 나를 미워하게 될까? 왜 마음속에서 “바보야, 그것도 못해?”라는 소리가 들릴까?
‘자격증을 따면 좋겠지만, 못 땄다고 바보는 아니잖아?’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자꾸 나 자신을 미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감정 카드를 꺼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네 장의 카드에 뽑았다.
첫 번째 카드는 실망한 이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해보았는데도 안 되자,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그 실망은 가시처럼 나를 자꾸 찔렀다.
두 번째 카드는 억울한 이었다.
조금만 더 학원에서 시험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었더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다시 담을 수는 없는데, 왜 나는 자꾸 그 생각에 머무는 걸까?
세 번째 카드는 불안한 이었다.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까.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나를 짓눌렀다.
마지막 카드는 막막한 이었다.
불안과 막막함은 서로 닮아 있었다.
나는 이 감정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았다.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 실망한 내가 싫고, 학원에 대한 억울함이 남아 있으며, 앞으로의 삶이 불안하고 막막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이렇게 내 감정을 정리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시험은 이미 끝났고 결과도 나왔다. 이제 더 이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아야겠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 불안과 막막함을 줄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뭘 할까? 뭘 하지?”
그 질문 대신, 이렇게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무엇을 좋아할까?”
나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즐겁다. 그중에서도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로 끝나는 이야기들, 신데렐라, 엄지공주처럼 결국은 행복해지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어쩌면 나는 그런 이야기를 모으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림동화를 많이 읽고, 동화 속 주인공처럼 살아보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완전히 괜찮지 않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나에게는 용기다.
하지만 괜찮아지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를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꾸며 살아보려 한다.
괜찮아지려고 말이다.
당신은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