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박영옥 작가가 지은 동화 「거짓말쟁이 왕바름」의 줄거리는 이렇다.
늘 바른말만 하는 왕바름이는 공부도 1등, 선생님께서 떠드는 아이를 적어 보라고 하시면 그대로 적고, 불량식품은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바른생활어린이였다.
그런 바름이 에게는 친구가 아무도 없게 되었다. 그때 거짓말쟁이 천사가 나타나 거짓말을 하라고 하면서부터 떠드는 아이가 있어도 떠들지 않았다고 하고, 친구에게 준비물을 하나 슬쩍 주면 다 가지고 왔다고 말한다. 그러자 친구들이 자신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 동화를 읽으며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이 동화는 현실의 슬픔을 나타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거짓말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통하는 삶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해야 할까?
선의의 거짓말은 있을까?
참으로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가 거짓말이고, 어느 정도까지가 참말일까?
그럼 당연히 거짓말인가, 참말인가? 우리는 헷갈리지 않는가?
그렇다고 거짓말을 해야 할까? 그럴 수는 없다.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그럼 거짓말과 참말 사이에 ‘가지 말’이 있으면 어떨까?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우리 아이 중에 ‘거짓말’을 발음하지 못해 “가지 말”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가지 말’이 새롭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가령 엄마가 집에 있는데 누군가 전화를 걸어 “엄마 바꿔 달라”라고 하면 “엄마 없다고 해”라고 시키는 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아이들에게 시킨다. 그것이 거짓말의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 거짓말과 가지말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론 둘 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를 속이려는 의도 없이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거짓말이면서도, 어쩌면 상대방의 유익을 위해 내가 감수하는 작은 희생일 수도 있다. 어쩌면 억지로 만든 해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해석 속에서도 나는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을 보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령 엄마가 아이를 야단칠 때 다그치며 “말해 봐, 어떻게 된 거야?”라고 하면 아이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계속 거짓말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보다는 “어디에 숨겼지? 우리 같이 찾아볼까?”라고 말하는 것이 더 좋다. 다른 누군가가 나로 인해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내 말속에 상대를 힘들게 하는 요소는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가능해야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짓말을 하면 떠오르는 동화가 있다. 「피노키오」와 「양치기 소년」이다. 우리는 이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거짓말이 왜 나쁜지 알려준다. 그런데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한 아이의 부모와 교사의 대화이다.
한글이 어머님: 우리 한글이 가 자꾸 거짓말을 해요.
교사: 거짓말을 한다고요?
한글이 어머님: 한글이 가 물을 쏟고 “한글아, 물 쏟았어?”라고 물으면 “안 쏟았어”라고 해요. 그러면서 인형에게 “너 혼나야겠어”라고 하며 대신 혼내기도 해요.
또 제가 쓰는 물건이 없어져서 “한글아, 엄마 물건 가져갔어?”라고 물으면 “아니, 모르겠는데요”라고 말해요. 그런데 찾아보면 한글이 텐트에 있어요.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교사: 한글이 어머님, 지금은 도덕적인 개념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알지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머님, 한글이에게 질문하지 마세요. 그냥 말씀해 주세요.
“한글아, 물 쏟았구나. 닦아 줄게.”
또는 “물 쏟았으면 ‘엄마, 물 쏟았어요. 닦아 주세요’라고 말하는 거야.”
혹은 “한글이 가 걸레로 한번 닦아볼까?”라고 해 주세요.
물건이 없어졌다면
“한글아, 엄마 물건이 안 보이는데 같이 찾아줄 수 있을까?”라고 도움을 요청하세요.
그리고 “엄마, 아빠 물건은 빌려달라고 말하고 써야 해”라고 알려주세요.
어머님도 한글이 물건을 사용할 때
“한글아, 공룡 만져 봐도 될까? 잠깐 빌려줄 수 있어?”라고 말해 주세요.
질문하지 마시고, 상황을 설명해 주세요.
한글이 어머님: 제가 질문을 하면서 오히려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네요. 지혜롭지 못했어요.
우리는 질문을 받으면 생각을 말하거나, 때로는 변명을 하게 된다. 물론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려고 질문하면 상대는 당황하여 변명하거나 거짓말을 하게 된다.
따라서 질문보다는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 주어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도덕적 개념이 형성되는 시기에 있다. 이 시기에 잘못된 경험을 하면 ‘거짓말을 해도 되는구나’라고 배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청소년, 어른이 되어서도 거짓말이 습관이 될 수 있다.
부부 사이,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을 차분히 말하는 것이 갈등을 줄이는 지름길이다. 이때 질문이 아니라 설명으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