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 허전한 당신을 위한 추억 편지
어느 날 딸아이가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엄마, 나랑 차 한잔 할래요?” 괜히 마음이 쓰였다.
“무슨 일 있니?” 딸은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6년 차가 되었는데도, 상사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20년 차 상사의 그 한마디 질문 앞에서 딸의 말은 자꾸 막힌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꼬이고, 육하원칙에 맞춰 설득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수록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시간은 혼자서도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말이 많은 아이인데도 그런데도 어떤 질문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는 걸을 처음으로 알았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아이들이 자꾸 하는 말이기도 하고 그림동화 박혜영 작가가 지은『너랑 다시는 말 안 해!』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런 말 하면 안 돼.” “친구랑 친하게 지내야지”로 말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말은 소통의 끝이 아니라, 어쩌면 소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고 조금 지나면 친구에게 다가가 “미안해.” “다시 놀자.”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으며 논다. 그 모습이 가장 솔직한 소통의 기술이며 마음을 읽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걸 ‘눈치’ 대신 ‘눈치 온도’라고 부르고 싶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게 상대의 마음에 맞춰지는 감각 즉 지금 이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려주고 지금 가까이가 가도 되는지, 아니면 조금 물러서야 하는지. 그 온도를 느끼는 힘이다. 이 ‘눈치 온도’는 어디서 배울까?
교과서에도 없고, 회사에서도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 시작은 아이들의 놀이 속에 있다.
놀이를 할 때 아이들은 끊임없이 판단한다.
지금 내가 나설까? 멈출까? 이 친구가 속상한 걸까? 조금 양보해야 할까?
규칙을 지키고, 차례를 기다리고, 때로는 져주기도 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배운다.
그래서 아이들은 “너랑 말 안 해”라고 말할 줄도 알고, “미안해”라고 돌아올 줄도 안다.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눈치 온도’를 만들어 간다.
설득의 기술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 온도를 읽는 힘이 아닐까?
그리고 그 힘은 이미 어린 시절에 수없이 싸우고 화해했던 순간들 속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랑 말 안 해”라고 말할 만큼 화가 났다면,
그건 정말 마음이 다쳤다는 뜻이란다.
그럴 땐 억지로 말하게 하기보다 조금 생각할 시간을 줘도 괜찮다고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다시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
“미안해.” “다시 놀자.”
그 한마디가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따뜻한 소통의 기술이다.
부모도 아이에게 화가 나게 만들을 때는 미안해 용서해 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관계가 회복이 되고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은 어떤가요? 지금 너랑 말해 인가요? 아님 용서를 구해야 할 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