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2장 — 실전 음운론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한국어 표준어)
스베테 노 닝겡 와, 우마레나가 니 시테 지유 데 아리, 카츠, 송겡 토 켄리 토 니 츠이테 뵤도 데 아루. 닝겡 와 리세 토 료싱 토 오 사즈케라레테 아리, 타가이 니 도호 노 세싱 오 못테 코도시나케레바나라나이.
(일본어 표준어)
올 휴먼 비잉즈 아 본 프리 안드 이퀄 인 디그니티 안드 라이츠. 데이 아 인다우드 위드 리즌 안드 컨션스 안드 슈드 악트 투워즈 원 어나더 인 어 스피릿 어브 브러더후드.
(영어 용인발음)
토도스 로스 세레스 우마노스 나센 리브레스 에 이구알레스 엔 디그니다드 이 데레쵸스 이, 도타도스 코모 에스탄 데 라존 이 콩키엥키아, 데벤 콤포르타르세 프라테르날멘테 로스 우노스 콘 로스 오트로스.
(스페인어 표준어)
언어가 집이라면, 소리는 외관 재료랍니다. 언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부분이자, 가장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죠. 위의 네 예시는 네 개의 언어로 동일한 글(세계 인권 선언 제1조)을 읽어 서로 비교한 모습입니다.
한국어나 영어처럼 받침이 많은 언어가 있는가 하면, 일본어나 스페인어처럼 받침이 거의 없는 언어가 있죠. 독일어나 아이슬란드어처럼 거친 소리([ㄱ], [ㅋ], [ㅎ] 등)가 많은 언어가 있는가 하면,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처럼 부드러운 소리([ㄴ], [ㅇ], [ㅁ] 등)가 많은 언어가 있죠.
한자문화권의 언어는 한문의 영향으로 인해 적은 음절만 가지고 복잡한 뜻을 전하는 반면, 하와이어처럼 음절이 복잡하지 않은 언어는 상대적으로 많은 음절이 필요하답니다. 일본어는 두 특징이 다 있기 때문에 독특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이렇듯 어떤 소리로 이루어져 있는지, 음절의 수가 얼마나 되는 지에 따라 언어가 주는 느낌이 달라지죠. 물론 이 둘은 가장 잘 보이는 측면일 뿐이지, 이것 말고도 여러 면모에 따라 언어가 주는 느낌이 달라진답니다.
그래서 원하는 느낌을 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이미 그 느낌을 내는 언어를 찾아서 그 소리를 베껴 적어보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 소리를 찾냐고요? 유튜브에서 찾아보는 게 가장 좋지요. 영어로 찾아보면 더 좋고요. 어차피 내용을 이해하는 게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소리가 아니라 한글로 적혀있는 예시를 보고 싶으시다면 각 나라의 위대한 인물이나 유명한 도시, 지역의 목록을 검색해 보는 것도 좋죠. 이런 목록에선 각 언어의 고유명사를 한글로 나열하고 있어서, 슬쩍 둘러보며 ‘이 언어는 이런 느낌으로 단어/이름을 만드는구나~’라고 감을 잡기 좋습니다.
이외에도 구글에 “○○나라의/○○언어로 된 이름들”이라고 검색하거나, 각 나라의 유명한 도시를 검색하는 것으로 쉽게 고유명사를 얻을 수 있죠. 그 외에도 구글에 각 언어를 검색해 여러 문서를 찾아보면 그 언어의 어휘를 알 수 있답니다. 이번 장 아래에선 몇몇 링크를 예시로 걸어드리겠습니다!
그럼 어떤 언어를 찾아야 좋을까요? 당연히 어떤 언어를 만들고 싶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찾는데 도움 되는 용어 중 "어족"이라는 것이 있답니다. 각 언어를 검색해 보면 각 언어가 어떤 어족에 속해 있는지 설명이 나와 있는데, 같은 어족에 속하는 언어일수록 주는 느낌이 비슷하죠.
어족이 뭐길래 그럴까요? 어족이란 같은 조상 언어를 갖는 언어들의 묶음이랍니다. 예를 들면 로망스어군은 모두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온 언어들이죠. 어족은 가장 큰 단위고 어족 아래에 어파, 어군 등이 있는데요, 당연히 같은 어족에 속하는 언어들보다는 같은 어군에 속하는 언어들이 서로 더 비슷하겠죠?
즉, 모델로 삼을 한 언어를 정했다면, 같은 어군에 속하는 언어들도 찾아보면 자료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답니다. 물론 프랑스어나 독일어 같은 유명한 언어를 모델로 삼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죠.
그러면 어떻게 모델로 삼을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언어는 한 문화의 정수랍니다. 그런 만큼 자신이 원하는 문화권의 언어를 찾으면 쉬운 일이죠. 예를 들어 근세의 궁정 문화를 원한다면 해당 문화의 대표적인 예시인 프랑스 문화, 따라서 프랑스어를 모델로 삼으면 된답니다. 몬스터들이 나오고 모험가들이 돌아다니는 문화를 원한다면, 해당 문화의 모티브는 중세 독일이니 독일어를 모델로 삼으면 되죠.
해적들은 영어나 스페인어, 바이킹들은 스웨덴어나 아이슬란드어, 사막의 유목민들은 아랍어나 히브리어, 마법사들의 언어는 라틴어나 그리스어, 잊혀진 고대 문명의 언어는 수메르어, 이렇게 정해진 클리셰마다 정해진 언어가 있답니다.
자신이 만들고 싶은 언어가 어떤 문화에서 쓰일 지를 먼저 정한 다음, 현실에서 그 문화가 어떤 언어를 사용했는지 찾아보고, 이렇게 찾은 언어를 모델로 삼으면 되죠. 현실에 해당하는 문화가 없다면 비슷한 문화로 대체하고, 하나의 언어를 모델로 삼기보단 두세 언어를 모델로 삼아 물을 흐리고 독창성을 더하는 게 좋죠.
이렇게 언어를 정하고 소리와 생김새를 찾아봤다면 마지막으로 규칙성을 찾아내 단어를 만들 일만 남았습니다. 규칙성이요?
[쿠루마]는 분명 한국어에 있는 소리들로 발음할 수 있긴 하지만 실제로 한국어에 있을 법한 단어는 아닙니다. 그것도 그렇겠죠. 일본어로 {차車}라는 단어니까요. [터부]는 순우리말 단어가 아닌 외래어인데도, 종종 순우리말인지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우리말 같이 생겼죠. 왤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언어의 규칙성 때문이죠.
세상에 있는 언어들이 가진 소리 중에서는 겹치는 것이 참 많답니다. [ㅏ, ㅔ, ㅣ, ㅗ, 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ㅋ, ㅌ, ㅍ]는 없는 언어가 드물 정도죠. 하지만 각자 독특할 수 있는 이유는 소리들이 배열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예를 들면 [ㅋㅅ]가 어두에 초성에 오는 언어는 많아도 종성에 오는 언어는 대부분 게르만어파(영어, 독일어, 아이슬란드어 등)에 속한답니다.
각 언어를 들으면서 이런 특징들을 잡아내는 점이 중요하답니다. 다행히도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진화해 왔고, 이 특징/규칙들을 말로 정리하진 못하더라도 듣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체화할 수 있고, 단어를 만들 때 어느 정도 녹여낼 수 있답니다.
물론 어차피 결국에는 한국어의 어감에 어느 정도 맞춰야 하니 모델로 삼은 언어의 특징과 규칙을 완벽하게 익힐 필요가 없답니다. 아무리 라틴어로 {말馬}이 [에퀴]라도, 이걸 그대로 쓰기에는 어감이 좋지 않은 것처럼요. 어느 정도는 한국어 화자들한테 너무 어색하지 않아야 하니까요.
이번 장의 끝에 다다랐으니 언어의 소리나 생김새를 알아보기 좋은 링크 몇 개를 나눠보겠습니다. 먼저, 영어 위키미디어 공용 사이트입니다. 여기서 원하는 언어의 이름을 영어로 검색하고, Category: ○○○ language(예시)로 가서 V로 시작하는 Videos in ○○○(예시)를 찾아가면 각 언어로 된 여러 영상이 있답니다.
글로 적혀있는 예시로는 나무위키의 “분류:위대한 인물 시리즈, 거기에 해당하는 언어가 없을 경우 “분류:나라별 인물” 문서, 서양의 인명의 경우 “분류:둘러보기 틀/명칭변형“ 그리고 지명의 경우 “행정구역/외국” 문서와 "분류:나라별 행정구역", "분류:지역지리"가 있답니다. 다들 다양한 이름들이 적힌 목록이죠.
그럼 마지막으로, 창창어의 모델이 될 언어를 뭐로 할지 정해야겠죠? 창창어는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게 가장 유용한 모습으로 만드는 게 좋겠네요. 보통 인공어가 필요한 때는 판타지 장르를 쓸 때이고, 그런 판타지 장르는 흔히 중세 서유럽을 모티브로 한 만큼, 독일어를 모델로 삼고 창창어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번 장은 이미 기니, 창창어의 소리를 정하는 건 다음 장에서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