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의 소리를 알아봅시다!

2막 4장 ― 한국어의 음소

by CCCV 츠스쿠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고 계시니 한국어에 대한 본능적 이해를 하고 계실 겁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더라도요. 그러니 이걸 활용해 국제 음성 기호를 익히는 연습을 해보려고 합니다.


다만, 한 가지 먼저 말씀드려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팸플릿에서 "한국어", 또는 "현대 한국어"라고 하는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방송에서 주로 쓰이고 젊을수록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닮아가는 현대 수도권 방언을 일컫는 것이며, "표준어"가 실제로 학교에서 가르치고 뉴스 등 공적인 자리에서 쓰이는 언어랍니다. 만약 '나는 저렇게 발음하지 않는데?'라는 의문이 드신다면 이 점을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모음

현대 한국어의 모음은 7개랍니다. 다만, 표준어에서는 아직 10개의 모음을 규정하고 있죠. 학교에서 가르친 10개의 모음을 보자면,

후설 평순 저모음 /ㅏ/, /ɐ/(/a/라고 적기도 합니다. 적기 더 편하니까요. 전 장에서도 다뤘었죠)

전설 평순 저모음 /ㅐ/, /ɛ/

후설 평순 중모음 /ㅓ/, /ʌ/

전설 평순 중모음 /ㅔ/, /e/

후설 원순 중모음 /ㅗ/, /o/

전설 원순 중모음 /ㅚ/, /ø/

후설 원순 고모음 /ㅜ/, /u/

전설 원순 고모음 /ㅟ/, /y/

후설 평순 고모음 /ㅡ/, /ɯ/

전설 평순 고모음 /ㅣ/, /i/

랍니다. 하지만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저렇게 발음하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적죠. 현대 한국어로는 각 모음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봅시다.

후설 평순 저모음 /ㅏ/, /ɐ/는 표준어에선 [ɐ]지만, 한국어에선 [a ~ ɐ ~ ɑ]까지 다양합니다(물결표~는 그 부근의 소리가 다 쓰인다는 뜻입니다).

전설 평순 저모음 /ㅐ/, /ɛ/는 표준어에선 [ɛ]지만, 한국어에선 [e̞]입니다.

후설 평순 중모음 /ㅓ/, /ʌ/는 표준어에선 [ʌ̹]지만, 여러 방언에서 [ə]로 소리나고 합니다.

전설 평순 중모음 /ㅔ/, /e/ 역시 표준어에선 [e]지만, 한국어에선 [e̞]로, /ㅐ/와 합쳐졌습니다.

후설 원순 중모음 /ㅗ/, /o/는 [o ~ o̞]로,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전설 원순 중모음 /ㅚ/, /ø/는 표준어에선 [ø̞ ~ ø]지만, 한국어에서의 소리는 아래서 다루겠습니다.

후설 원순 고모음 /ㅜ/, /u/는 [u]로, 차이가 없습니다.

전설 원순 고모음 /ㅟ/, /y/는 표준어에선 [y]지만, 한국어에서의 소리는 아래서 다루겠습니다.

후설 평순 고모음 /ㅡ/, /ɯ/는 표준어에선 [ɯ]지만, 한국어에선 [ɯ ~ ɯ̽ ~ ɨ]까지 다양합니다.

전설 평순 고모음 /ㅣ/, /i/는 표준어에선 [i]지만, 한국어에선 [i ~ ɨ]까지 다양합니다.

현대 한국어의 모음이 7개인 이유도 볼까요? 먼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대 한국어에서 /ㅐ/와 /ㅔ/는 하나의 소리로 합쳐졌습니다. 아예 /e̞/라는 하나의 음운이 돼버린 셈이죠.


/ㅚ/와 /ㅟ/의 경우 더 이상 하나의 모음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닌, 이중모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중모음이 뭐냐고요? 한국어에서 이중모음은 반모음(접근음)과 모음이 만나 생긴 소리입니다.

/ㅑ/는 반모음 ㅣ[j]와 /ㅏ/가 만난 소리입니다.

/ㅕ/는 반모음 ㅣ[j]와 /ㅓ/가 만난 소리입니다.

/ㅛ/는 반모음 ㅣ[j]와 /ㅗ/가 만난 소리입니다.

/ㅠ/는 반모음 ㅣ[j]와 /ㅜ/가 만난 소리입니다.

/ㅒ/는 반모음 ㅣ[j]와 /ㅐ/가 만난 소리입니다.

/ㅖ/는 반모음 ㅣ[j]와 /ㅔ/가 만난 소리입니다.

/ㅘ/는 반모음 ㅗ/ㅜ[w]와 /ㅏ/가 만난 소리입니다.

/ㅝ/는 반모음 ㅗ/ㅜ[w]와 /ㅓ/가 만난 소리입니다.

/ㅙ/는 반모음 ㅗ/ㅜ[w]와 /ㅐ/가 만난 소리입니다.

/ㅞ/는 반모음 ㅗ/ㅜ[w]와 /ㅔ/가 만난 소리입니다.

아래부터는 표준어의 발음과 현대 한국어의 발음이 크게 차이 납니다.

/ㅚ/는 반모음 ㅗ/ㅜ[w]와 /ㅔ/가 만난 소리입니다(비표준어).

/ㅟ/는 반모음 ㅗ/ㅜ[w]와 /ㅣ/가 만난 소리입니다. 또는, [ɥ]와 /ㅣ/가 만난 소리나, [ɥ]로만 줄어들기도 합니다(모두 비표준어)

/ㅢ/는 반모음 ㅡ[ɰ]와 /ㅣ/가 만난 소리입니다. 또는, /ㅡ/에 반모음 ㅣ[j]가 만난 소리입니다. 표준어를 벗어나면 [ɯ ~ ɯ̽ ~ ɨ ~ i]까지, 다양한 소리로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침 접근음을 언급했으니, 자음으로 넘어갑시다!


자음

한국어의 자음을 소리가 나는 방식에 따라 나누면 크게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 비음, 유음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추가로 접근음을 자음으로 분류할 수 있죠.


한국어의 파열음은 3×3 = 9개가 있답니다. 양순, 치경, 연구개의 위치에서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의 세 종류가 있기 때문이죠. 각 위치를 나타내는 기본 기호는 p, t, k고, 여기에 세 종류의 소리를 구분하기 위해 구별 기호를 더해야겠네요.


예사소리는 평음이라고 불릴 만큼 기본이 되는 소리로 여겨지니 추가로 구별 기호를 더할 필요가 없고, 거센소리는 간단하게 '발음하면서 숨을 더 불어넣는 소리'이니 이를 뜻하는 ʰ를 더해 pʰ, tʰ, kʰ으로 적으면 되겠죠. 문제는 된소리랍니다. 된소리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간단하게 '발음하면서 성대를 더 조이는 소리'라고 해석하면 ◌͈를 더해 p͈, t͈, k͈으로 적을 수 있답니다. 유기음, 무기음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죠!


한국어의 파찰음은 모두 치경구개(잇몸과 혀끝, 센입천장과 혓바닥 모두가 만나 나는 소리) 파찰음으로, 파열음처럼 세 종류가 존재한답니다. 따라서 각각 t͡ɕ, t͈͡ɕ, t͡ɕʰ가 되겠네요.


정리하자면, ㅂ ㅃ ㅍ는 /p/ /p͈/ /pʰ/, ㄷ ㄸ ㅌ는 /t/ /t͈/ /tʰ/, ㄱ ㄲ ㅋ는 /k/ /kʰ/ /k͈/, ㅈ ㅉ ㅊ는 /t͡ɕ/ /t͈͡ɕ/ /t͡ɕʰ/랍니다.


한국어의 마찰음은 ㅅ, ㅆ와 ㅎ로, 앞의 둘은 경구개 마찰음이며, 거센소리 없이 예사소리와 된소리만 있답니다. 각각 /s/와 /s͈/입니다. ㅎ는 성문 마찰음으로, 국제 음성 기호로는 /h/입니다.


한국어의 비음은 ㄴ, ㅁ, ㅇ(받침에서만)로, 각각 치경, 양순, 연구개 비음이죠. 기호로는 각각 /n/, /m/, /ŋ/랍니다.


한국어의 유음은 ㄹ로, 일단은 /l/로 적어 둡시다.


한국어의 접근음은 반모음 ㅣ, 반모음 ㅗ/ㅜ, (해석에 따라) 반모음 ㅡ이고, 각각 기호로는 /j/, /w/, /ɰ/입니다.


자음 각각은 다양한 변이음을 가지고 있답니다. 변이음은 상황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는 것을 말하는데, 2막 2장에서 소개해 드린 [비빔빱] 같은 것이 예시가 되겠네요. 여기의 세 /ㅂ/은 똑같은 /ㅂ/ 같지만, 실제로 소리는 다 다르답니다. 즉, 하나의 음소가 가지는 여러 음가를 변이음이라고 하는 것이죠.


각 자음의 변이음을 모두 소개하기에는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ㅎ과 ㄹ만 예시로 들고, 나머지는 각 자음을 검색해 보시는 것으로 대체하겠습니다.


ㅎ은 한국어에서 가장 변이음이 많은 소리인데요,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 중 가장 연약한 소리라 그렇답니다. ㅎ의 변이음으로는

어두(단어의 맨 앞)에서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h],

ㅣ나 반모음 ㅣ 앞이면 구개음화로 [ç],

ㅟ 앞이면 구개음화에 원순성이 더해져 [çʷ],

ㅜ 앞이면 양순음이 되어 [ɸ],

ㅡ 앞이면 연구개음화 되어 [x].


어중(단어 안)에서 상황에 따라

(축약이 일어나지 않는) 자음 뒤라면 [h ~ ɦ ~ ∅](∅는 소리가 없다는 표시입니다),

모음 뒤라면 [ɦ ~ ∅],

뒤의 모음이 구개음화를 일으키면 [ʝ ~ ∅].


어말(단어의 끝)에서

음절의 끝소리 규칙에 따라 [t̚](한국인에게도 ㅎ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이 음가는 /h/의 변이음으로 보기 힘들죠).

이 있답니다. ㄹ의 변이음이 많은 이유는 한국어의 특징과도 관련이 있답니다. 한국어는 여러 언어와는 다르게 l과 r을 구분하지 않죠. 대신, 상황에 따라 두 소리가 둘 다 난답니다! 그러니 ㄹ의 변이음을 봐 볼까요?

어두에서 뒤에 오는 모음에 따라

[l ~ ɾ](유성 설측 치경 접근음 ~ 유성 치경 탄음),

ㅣ나 반모음 ㅣ 앞이면 구개음화로 [ȴ ~ ɾ](유성 설측 치경구개 접근음 ~ 유성 치경 탄음).


어중에서 상황에 따라

모음 사이나 ㅎ 앞 [ɾ],

ㄹ이 연속해서 나올 때 [ɭ ~ l] (유성 설측 권설 접근음 ~ 유성 설측 치경 접근음),

ㄹ이 연속해서 나오고 뒤의 모음으로 구개음화 일어나면 [ȴ],

연음되었을 때 [ɾ],

연음되고 ㄴ 첨가에 구개음화 일어나면 [ȴ].


어말에서

[ɭ~l].

l 소리와 r 소리가 둘 다 나는 것이 보이죠? 이렇듯 상황에 따라 음소와 실제로 발음되는 소리, 음가는 다를 수 있고, 이런 차이가 새로운 음소의 탄생으로 이어지거나, 상황마다 달라지는 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답니다.


보조 기호

한국어를 표기할 때 쓰이는 보조 기호로는 위에도 등장했던 무기음 기호 〈◌͈〉와 유기음 기호 〈◌ʰ〉, 둘 이상의 기호를 묶는 〈◌͡◌〉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음을 표시할 때 쓰이는 〈ː〉, 음절이 끝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기호 〈.〉 등이 있죠.


이걸로 한국어로 국제음성기호를 배우는 이번 장을 마치고, 다음 장에서 어떻게 하면 음소를 잘 정할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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