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소리를 꼬아봅시다!

2막 6장 ― 음운 변화, 모음편

by CCCV 츠스쿠

2장에서는 음운이 뭔지에 대해 알아봤고, 3장에서는 음운를 표기하기 위한 기호인 국제 음성 기호를 알아봤습니다. 덕분에 여러 음소를 몇 가지 기준점을 가지고 손쉽게 분류할 수 있었죠.


4장에서는 한국어의 여러 음운을 국제 음성 기호로 적어봤고, 5장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를 활용해 어떻게 한 언어의 음소 체계를 짤 수 있는지 봤습니다. 음소의 종류 못지 않게 음소의 배열 규칙이 중요하다는 것도 보았죠.


5장에서 정한 소리들을 꼬는 것이 이번 장에서 할 일입니다! 왜 꼬아야 하냐고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답니다. 첫째, 현실의 언어는 시간이 흐르며 변화해 왔답니다. 물론, 한 시점의 언어만이 필요하다면 굳이 변화를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그러나, 아무리 자연스러운 음소 체계를 짰다고 생각해도 수많은 자연스러운 변화를 겪은 현실의 언어만큼 자연스러울 순 없겠죠. 그러니 약간의 변화는 내 언어에 자연스러움을 더할 수 있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새 물건보다는 적당히 낡은 물건이 더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법이잖아요?


둘째, 현실의 언어는 정해진 위치에서 항상 똑같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 음소를 한 음성으로만 발음하는 언어는 없답니다. 2장에서 음성과 음소의 차이를 알아가며, 또 4장에서 한국어의 음소가 다양한 음성으로 나타나며 본 것을 보면 아시겠지만, 한 음소는 대개 몇 개의 음성으로 나타나죠.


그러니, 음소가 어떤 음성으로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렇게 나타난 음성이 어떻게 변화해 새로운 음소를 낳는지 알아가는 것이 이번 장의 목표랍니다! 그러나 시작하기 전에 잠시 용어 정리를 하고 갑시다.


이 표 기억나시나요? 국제 음성 기호를 정리한 표였죠? 자세한 설명은 3장에 있지만, 이번 장에서는 모음을 위주로 다룰 것이라 사다리꼴의 모음 사각도만 봐주시면 된답니다! 다만, 개모음에서는 전설과 후설의 구분이 거의 없다는 것만 기억해 주시고요! 저는 이래서 모음 삼각도를 더 좋아하긴 한답니다.


어쨌든, 이 표를 기준으로 폐모음(고모음)은 개모음(저모음)보다 위에 있는 것이 보이시죠? 고모음을 발음하기 위해서는 혀를 높이 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저모음은 혀를 내려야 하고요. 마찬가지로, 전설모음을 발음하기 위해서는 혀를 앞으로 내밀어야 하고, 후설모음은 반대로 혀를 뒤로 집어넣어야 한답니다. 저모음 a [ㅏ], 전설 고모음 i [ㅣ], 후설 고모음 u [ㅜ]을 비교하면 알 수 있죠.


덕분에 우리는 모음이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갔다", "앞으로 나왔다", "뒤로 들어갔다" 같은 표현을 쓸 수 있답니다. 줄여서 상승/하강/전진/후퇴이죠. 혀의 움직임을 따라 모음의 이동을 설명한 것이랍니다. 예를 들어 i이 ɯ[ㅡ]이 되면 i 모음이 후퇴한 것이고, a이 되면 하강한 것이겠죠.


원순모음과 평순모음도 살펴봅시다. 모음 사각도를 보시면 평순이 왼쪽, 원순이 오른쪽에 있는게 보이실 텐데요, 혀가 앞으로 갈수록 왼쪽인 것과 관련이 있답니다. 두 모음 ɯ과 u을 비교해 볼까요? 원순모음인 u을 발음하면 입술이 둥글게 말려서 공기가 지나가야 하는 공간이 길어진게 느껴지시나요? 평순인 ɯ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혀가 뒤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효과가 나지요.


물론, 전설/후설처럼 혀가 움직이는 것은 아니기에 완벽히 정확한 용어는 아니지만, 원순과 평순도 전진/후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답니다. 물론 원순화/평순화라는 용어가 더 자주 쓰이죠.


그럼 모음이 왜, 그리고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 번 볼까요?


1. 그냥

어... 사실 그냥 일어나는 모음 변화가 제일 유명하답니다. 당연히 언어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입장에서 가장 이해가 안 가기 때문이죠. 설명 전에 먼저 예시를 봅시다.

beet [beːt] [베ːㅌ] -> [biːt] [비ːㅌ]
boot [boːt] [보ːㅌ] -> [buːt] [부ːㅌ]

영어의 두 단어 beet와 boot의 발음은 15세기를 거치며 위의 방식으로 변화헀답니다. 무언가 원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그냥 상승한 것이죠. 사실 당시 다른 모음들도 다 변화했었는데요, 이 둘이 가장 깔끔하게 변했기 때문에 예시로 들었답니다.


그런데, eː이 iː이 되었다고 풀어쓰기에는 귀찮으니, 이를 정해진 표기로 줄여서 표기해 봅시다! 굉장히 간단한 규칙이죠. eː > iː이라고 쓰면 {eː이 iː이 되었다}라는 뜻이랍니다. 그럼 이 경우는 eː > iː, oː > uː의 두 음소 변화가 일어난 것이겠네요.


그런데, 모음이 변한 결과가 항상 모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 다른 깔끔한 예시를 볼까요?

bite [biːt] [비ːㅌ] > [bajt] [바이ㅌ]
bout [buːt] [부ːㅌ] > [bawt] [바우ㅌ]

긴 모음이었던 iː과 uː이 모음+접근음 구조인 aj과 aw으로 변하게 되었답니다. 실제로는 iː > əj > aj의 과정으로 변한 것이죠. 요점은 모음 변화의 결과가 항상 모음인 것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아예 자음이 되는 경우도 있죠. 아래 예시를 볼까요?

ave [aue] [아우에]
>
[awe] [아웨]
>
[ave] [아베]

라틴어 단어 ave는 원래 [아우에]로 발음했었으나, 라틴어의 후예인 이탈리아어에서는 [아베]로 발음되었답니다. 즉, u > v로 모음이 자음이 된 것이죠. 물론 이 경우는 그냥 변한 것이 아닌, 주변 모음들 때문에 변하게 된 것이지만요. 마침 말이 나왔으니 알아볼까요?


2. 주변 모음

주변 모음으로 모음이 변하는 사례는 다양합니다. 원인이 딱 보이기 때문에 겉에서 보기에도 훨씬 이해가 잘 되죠. 라틴어 ave [aue]에서 이탈리아어 [ave]로 변한 사례에서는 모음이 바로 옆의 모음의 영향으로 변한 사례입니다.


많은 언어에서는 모음 또는 자음이 연달아 등장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는 자음이 연달아 등장하는 것을 신경쓰지 않지만, 모음이 연달아 등장하는 것은 꺼리죠. 일본에서는 완전히 반대입니다.


그런데, 언어의 성격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서서히 변해갈 때 문제가 생깁니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모음 사이에 낀 모음이 자음이 된 것이죠.

물론,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mūs [muːs] [무ːㅅ] > mūs [muːs] [무ːㅅ]
> mūs [muːs] [무ːㅅ] > mouse [maws] [마우ㅅ]

mūsiz [muːsiz] [무ː시ㅈ] > mȳsi [myːsi] [뮈ː시]
> mȳs [myːs] [뮈ːㅅ] > mice [majs] [마이ㅅ]

이 경우는 두 모음 사이에 자음이 있었는데도 모음이 변한 결과입니다. 뒤에 어떤 모음이 있었냐에 따라서 앞의 모음이 변한 것이 보이나요? 뒤의 모음이 고모음이었기 때문에 앞의 모음이 끌려 올라와 상승하게 된 것이랍니다. 이 경우에는 전과 다르게 "조건"이 있다는 게 보이죠?


그러니 조건도 나타내기 위해 빗금을 쳐봅시다. 즉, uː > yː / _Ci으로 표기하는 것이죠. 빗금 뒤의 기호를 자세히 알아볼까요?

_: 언더바, 혹은 밑줄은 변화의 위치를 나타냅니다. 이 경우에는 밑줄의 자리에 uː가 있다면 yː로 변한다는 뜻이죠.

C: 조건 항목에서 대문자들은 하나의 음소가 아닌, 한 종류의 음소를 의미합니다. 이 경우 C는 consonant {자음}의 첫글자로, 아무 자음을 의미하죠.

i: 조건 항목에서 개별 국제 음성 기호는 말 그대로 각 음소를 의미합니다.

결국, 이 예시에서 빗금 뒤의 조건 항목이 의미하는 바는 {uː은 자음을 사이에 두고 뒤에 전설 평순 고모음이 올 때 yː이 된다}입니다.


아, 그리고 변한 뒤에 뒤의 모음이 사라지더라도 변한 모음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을 명심해 주세요! 변화한 과정이 사라져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결과를 봤을 때는 이유 없이 변한 것처럼 보이죠.

주위의 모음에 따라 모음이 변하는 예시는 한국어에도 있답니다!

죽다 + -어 = 죽어
살다 + -어 = 살아
죽다 + -시- + -어 = 죽으시어
살다 + -시- + -어 = 살으시어

한국어의 어미 "-어"를 붙일 때 앞의 모음에 따라 형태가 "-아"로 변하는 것이 보이시나요? 또, "-시-"를 통해 단어의 뜻을 담은 부분이 아니라 그냥 바로 앞의 모음만 따라서 형태가 변하는 것도 알 수 있죠. 이 경우에는 발음의 편의를 위해 비슷한 계열의 모음으로 변한 사례겠네요.


그럼 모음이 다른 모음을 바꾸는 것을 봤으니 자음이 모음을 바꾸는 모습도 볼까요?


3. 주변 자음

자음에 의해 모음이 변하는 경우는 위의 두 경우에 비해 드물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자주 보인답니다. 한 가지 예시를 볼까요?

næːh [næːx] [내ːㅎ] > [næːax] [내ːㅏㅎ]

옛날 영어에서는 각종 장모음이 특정 자음 앞에서 여러 모음으로 쪼개지는 현상이 있었답니다. 대표적으로 iː > iːu / _x, æː > æːa / _x 등이 있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던 걸까요? 아마 x 같이 혀뿌리를 뒤로 당기는 소리를 전설모음 바로 다음에 발음하기 힘들어서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같은 높이의 후설모음이 추가된 것이었겠죠.


한국어에도 좋은 예시가 여럿 있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를 한 번 볼까요?

믈 > 물, 블 > 불, 플 > 풀

한국어 "물", "불", "풀"은 원래 "믈", "블", "플"이었답니다. 그런데 양순음 [ㅁ], [ㅂ], [ㅍ]의 영향으로 모음이 변하게 된 것이죠. 이 사례를 간단하게 표기하면 ɯ > u / B_가 되겠죠?


양순음은 위아래 입술을 붙였다가 떼어야 하는 소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술을 둥글게 모으게 된답니다. 한국어에서 ɯ은 가장 약한 모음이다 보니, 자연스레 쉽게 영향을 받은 것이겠죠.


이렇게 이번 장에서는 음소 변화, 그중에서도 모음의 변화를 살펴봤고, 음소 변화를 표기하는 방법도 알아봤습니다. 그러니 다음에는 자음의 변화를 알아가 봐야겠죠? 그럼 다음 장에서 만나요!


이번 장에서 예시로 다뤘던

beet [beːt] [베ːㅌ] -> [biːt] [비ːㅌ]
boot [boːt] [보ːㅌ] -> [buːt] [부ːㅌ]
bite [biːt] [비ːㅌ] -> [bajt] [바이ㅌ]
bout [buːt] [부ːㅌ] -> [bawt] [바우ㅌ]
mūs [muːs] [무ːㅅ] > mūs [muːs] [무ːㅅ]
> mūs [muːs] [무ːㅅ] > mouse [maws] [마우ㅅ]

mūsiz [muːsiz] [무ː시ㅈ] > mȳsi [myːsi] [뮈ː시]
> mȳs [myːs] [뮈ːㅅ] > mice [majs] [마이ㅅ]

이 둘은 사실 "대모음추이"와 "게르만어족 움라우트"의 예시랍니다. 이 둘은 영어의 철자법과 불규칙 형태의 원인이기도 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은 여기여기를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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