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한 문법 둘을 알아봅시다!

2막 13장 ― 통사론 中 시제와 상의 이해

by CCCV 츠스쿠

시간을 나눠보라 한다면, 어떻게 나누실 건가요? 보통은 다들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시겠죠? 모든 언어가 이렇게 간단한 구분을 한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않답니다. 눈치채셨나요? 이번 장에서는 문법이 시간을 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 거랍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어를 주된 예문으로 쓰고 싶고, 지금까지 그래 오기도 했지만, 아직 학계에서는 한국어의 문법을 두고 여러 다툼이 있답니다. 그래서 이번 장에서는 다툼이 덜 벌어지는 문법을 가진 다른 언어들, 특히 영어가 더 나올 예정이죠. 물론, 번역은 꼬박꼬박 달 테니 걱정 마시고요!


그러면 학교 다닐 때 기억을 되살려서 영어가 어떻게 시간을 문법에 담아내는지 정리해볼까요?

단순

단순과거 bowed
{절했다}

단순현재 bow
{절하다}

단순미래 to bow
{절하겠다}

완료

과거완료 had bowed
{절했던 채다}

현재완료 have bowed
{절한 채다}

미래완료 to have bowed
{절할 채다}

진행

과거진행 was bowing
{절하고 있었다}

현재진행 is bowing
{절하고 있다} = {절한다}

미래진행 to be bowing
{절하고 있을 것이다}

완료진행

과거완료진행 had been bowing
{절하고 있었던 채다}

현재완료진행 have been bowing
{절하고 있은 채다}

미래완료진행 to have been bowing
{절하고 있을 채다}


세상에, 12개나 되다니요. 이걸 어떻게 배웠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그냥 과거/현재/미래로 나누면 되었지, 뭘 굳이 이렇게까지 쪼개놨는지 참. 용어를 하나씩 풀어서 이해해 볼까요?


문법에서 말하는 과거, 현재, 미래는 서술어의 서술이 언제 일어났는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붙지 않은 단순형을 봅시다. 서술어의 과거형은 앞에 일어난 일을 서술하는 것이고, 현재형은 지금 일어나는 일을, 미래형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서술하는 것이죠.


그러니 문법의 과거, 현재, 미래는 현실의 과거, 현재, 미래와는 다르답니다. 아래의 예시를 볼까요?

걔 이름이 뭐였냐고? 철수였어.

걔의 이름이 철수라는 사실은 지금도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 사실은 현재 시간이겠죠? 지금도 걔의 이름이 철수라면, 현재형으로 나타내는 게 맞지 않나요? 아니죠, 걔가 철수라는 것을 들은 게 과거니까, 이 서술이 과거에 이뤄진 서술이니까, 서술어는 과거형을 띠어야 합니다. 이것이 문법의 과거, 현재, 미래와 현실의 과거, 현재, 미래 사이의 차이점이죠.


그래서, 문법의 과거 시간, 현재 시간, 미래 시간에는 별도의 용어를 쓴답니다! 바로 시제tense죠. {시간}을 뜻하는 라틴어 tempus에서 왔답니다. 그래서 문법에서는 과거시제, 현재시제, 미래시제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면 완료, 진행, 완료진행이 다 무슨 의미일까요? 시제가 서술이 일어난 시점을 말한다면, 완료/진행/진행완료는 서술이 어떻게 여러 시간에 걸쳐 있는지를 말하죠. 가장 이해하기 쉬운 진행형을 예시로 들어볼까요?

영희가 죽다
영희가 죽는다

둘 사이의 차이가 뭘까요? "영희가 죽다"는 단순히 지금 영희가 죽었다는 사실을 서술합니다. 반대로 "영희가 죽는다"는 지금, 당장, '현재진행형'으로 영희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서술하죠. 이렇듯 진행형은 서술어의 서술이 지금 진행 중인 "상태"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렇게 서술의 상태를 전해주는 형태를 상aspect라고 부른답니다. 라틴어 aspectus {모습}에서 왔답니다. 그러면 진행상이 진행 중인 상태를 말해준다면, 완료상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일까요?

먹던 밥
먹었던 밥

"먹던 밥"을 마저 먹을 수 있나요? 물론이죠! 다시 수저를 쥐고 먹으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먹었던 밥"을 마저 먹을 수 있나요? 이미 식어버려서 다시 데워야 되겠죠. 아니면 이미 버렸을 수도 있고요. 몇 년 전 맛집에서 먹은 밥일 수도 있겠네요.


이때 "먹던"은 비완료상, "먹었던"은 완료상이랍니다. 이해가 되죠? 완료상은 서술하는 행위가 이미 끝났음을, 비완료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말한답니다. 이러면 두 가지 의문점이 드시지 않나요?

비완료상과 진행상은 무엇이 다르죠?

완료상과 과거시제는 무엇이 다르죠?


하나씩 해결해 보죠. 먼저, 비완료상과 진행상의 차이입니다. 사실, 언어에는 다양한 상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널리 등장하는 게 완료상과 진행상이죠. 완료상을 보고 비진행상이라고 할 수 있고, 상이 없는 상태를 두고 비완료상, 비진행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완료상이 아닌 모든 것을 비완료상이라고 한다고만 알아두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번째 질문은 조금 더 까다롭습니다. 완료상과 과거시제 사이의 차이를 알기 위해서는, 상의 정의를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이란, 서술이 어떻게 여러 시간에 걸쳐 있나를 나타냅니다. 좋은 예시를 찾아볼까요?

철수가 그렇게 해먹은 게 얼마겠어
영희가 그렇게 해먹었던 게 얼마겠어

두 문장 사이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철수는 아마 지금도 계속 맛나게 해먹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영희는 지금은 더 이상 해먹고 있지 않겠죠. 첫 번째 문장은 현재시제 완료상이고, 두 번째 문장은 과거시제 완료상입니다.


즉, 완료상은 단순히 서술하는 행동이 끝났다가 아니라, 서술하는 행동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어떤 정해진 시점까지 이어졌다는 뜻입니다. 이 '어떤 정해진 시점'은 시제로 정해지는 것이고요. 그러니 현재시제 완료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행동을, 과거시제 완료상은 먼 과거부터 과거까지 진행된 행동을 의미한답니다. 다른 예시도 볼까요?

철수는 죽었어
영희는 죽은 채야

위는 단순 과거시제, 아래는 현재시제 완료상입니다. "죽었어"는 그게 단순히 과거에 죽었다는 의미만이 담겨 있습니다. 반대로, "죽은 채야"는 지금까지 죽은 상태로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쉽게 말해, 철수는 부활해서 어디 살아있을 수 있지만, 영희는 지금까지 계속 죽어있었으니 불가능한 일이죠.


시제와 상은 모두 서술의 시간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굉장히 비슷하답니다. 실제로도 둘을 묶어 시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이리저리 얽혀있죠. 한국어든 영어든, 단순 현재시제는 잘 쓰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서는 동작동사를 보통 현재시제 진행상으로 사용하죠. "그가 달리다"는 좀 어색하지만, "그가 달린다"는 아닌 것처럼요. 영어에서도 단순 현재시제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나 일상을 적을 때 사용하고, 실재로 현재라는 의미는 현재시제 진행상으로 전한답니다.


또, 한국어처럼 보통 과거시제와 완료상의 구분을 안하는 언어가 있는 반면, 영어처럼 철저히 구분하는 언어도 있죠. 이렇듯 시제와 상은 서로가 서로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하고, 의미를 세분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답니다.


그나저나, 이걸 다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으세요? 그럼 사실 한국어에도 이렇게나 많은 시간 표현이 있었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언어는 결국 인간의 발명품, 그리고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은 문화를 가리지 않죠. 단순히 말을 더 써야 하고 더 어색할 뿐, 번역할 수 없진 않습니다. 대신, 언어마다 시간을 문법에 녹여내는 법이 다른 것이죠.


예를 들어, 영어의 예시를 다시 봅시다. 현재시제와 미래시제가 너무 비슷하지 않나요? 사실, 저 to 자리에 대부분의 조동사, 즉 will/should/can/must 같은 것을 넣으면 미래시제라고 할 수 있죠. 각각은 의지/의향/가능/의무를 의미하지만 말이에요.


다시 말해, 영어에는 과거시제와 비과거시제만 있다는 겁니다. 미래시제는 단순히 현재시제를 응용한 것뿐이고요. 미래와 현재에는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완료상의 have는 뭐냐고요? 미래시제를 위해 다양한 조동사인 will, shall, be going to 같은 것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완료상은 철저히 have만을 사용해야 합니다. 즉, 형태가 정해져 있죠. 그러니 완료상은 상으로 인정받는 것이고요.


다른 예시로 중국어를 볼까요?

我昨天運動
{나는 어제 운동했다}
我明天運動
{나는 내일 운동한다}

분명 위는 과거시제, 아래는 미래시제인데, 서술어에 차이가 없네요? 중국어는 흔히 시제가 없는 언어라고 불립니다. 서술어에 시제에 따른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의미상의 시제는 변하는데, 문법적인 변화는 없으므로, 중국어에는 시제가 없습니다.

한국어의 예시도 볼까요?

내일 난 죽었다
내일 난 죽는다
내일 난 죽을 거다

어... 셋 다 분명 미래의 일을 말하는 건데, "-었/았-"/"-는-"/"-ㄹ 거-"은 학교에서 과거/현재/미래시제로 배우던 접사 아닌가요? 이게 무슨 일이죠? 이것 때문에 한국어에는 시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 것이죠. 시제가 철저한 문법적 규칙에 따라 부여되지 않으니까요. 이 세 접사는 시제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의미하고, 그중 한 가지 결과물이 시제라는 해석입니다.


정리해 볼까요? 의미상의 시상이 변화함에 따라 서술어의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해당 언어에는 그 시상이 없다고 해석한답니다. 그 의미를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를 한국어로 잘 번역할 수 있는 것만 봐도 그렇죠. 단지, 그 시상에 해당하는 정해진 문법적 형태가 없다는 말입니다. 꼴이 없다는 것이죠.


이번 장은 시제와 상을 만나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들을 더 자세히 파고들어 볼 테니, 다음 장에서 봅시다!

이전 12화단어에 문법적 기능을 부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