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진행형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2막 15장 ― 통사론 中 시제와 상의 발달

by CCCV 츠스쿠

I want to run
{나} {원하다} {-ㅁ} {달리다}
-> {나는 달림을 원한다}
-> {난 달리고 싶다}

I will run
{나} {원하다} {달리다}
-> {나는 달리고 싶다}
-> {난 달릴 것이다}

I am going to run
{나} {이다} {가기} {-ㅁ} {달리다}
-> {나는 달림으로 가고 있다}
-> {나는 달릴 것이다}

I gonna run
{나} {?} {달리다}
-> {나는 달릴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시제나 상 같은 문법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아볼 것이랍니다! 물론, 단순히 "동사 뒤에 [마]가 붙으면 과거완료상이야!"라고 해도 상관 없긴 하지만, 현실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현실의 예시를 봐야겠죠. 그러니 위의 예시를 보고 약간의 감을 잡아 봅시다!


영어에서는 주어 - 서술어 - 목적어 순서로 단어가 놓이고, 목적어 자리에 동사가 온다면 앞에 to를 붙여 명사처럼 사용하죠. 즉, 첫 문장을 직역하면 {내가 달림을 원한다}라는 뜻이고, 의역하면 {나는 달리고 싶다}라는 뜻이죠.


영어에서는 동사 will을 사용해 미래시제를 표현하는데요, 새로 들어온 동사 will은 기존 동사의 문법적 역할을 넘겨받고, 기존 동사를 일종의 부사어로 바꿔 버리죠. 다만, 여기서는 하나의 동사구로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이 will이라는 동사는 본래 {원하다, 바라다}라는 뜻이었고, 실제로 가끔씩은 이 뜻으로 쓰인답니다. 그러나 지금은 원래 뜻을 거의 잃고 미래시제를 표현하는 문법적 도구로만 쓰이죠.


세 번째 문장을 보시면 am going이라는 동사구가 보이는데요, 이 동사구는 {가고 있다}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동사의 목적어로 동사가 오며 {어떤 행동을 향해 가고 있다}, 즉 {어떤 행동을 할 것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이런 뜻이 생긴 것은 15세기 말로, I am going outside to fish {낚시하기 위해 밖에 가다} 같은 문장에서 장소를 나타내는 말이 생략되며 생겨난 뜻이죠.


지금은 한 단계 더 나아가 going to가 gonna라는 한 단어로 발음되기 시작하며 will처럼 미래시제를 나타내는 문법적 도구로 쓰이게 되었답니다. 어쩌면 곧 있으면 will처럼 원뜻을 잃고 문법적 도구가 될 수도 있겠죠.


이 예시로 문법적 기능을 가진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특정한 의미를 가진 단어가 있다가, 점차 자신의 뜻을 잃고 의미적/형태적 표백을 거쳐 문법 형태소로 닳고 마는 것이네요.


한국어의 "-았/었-"과 "-겠-"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거쳤죠! 전자는 "-아/어 있다"에서, 후자는 "-게 했다"에서 왔답니다. 어떻게 전자가 과거, 후자가 미래/추측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는지 단박에 와닿지는 않지만, 아래의 예시를 보면 이해가 된답니다.

죽어 있다 -> 죽었다
(죽은 채로 있다, 죽은 채로 있다는 것은 이미 죽었다는 뜻이다 -> 죽었다)
죽게 했다 -> 죽겠다
(죽였다, 죽였다는 것은 앞으로 죽을 것이라는 뜻이다 -> 죽겠다)

물론, 현실에서도 그 역사를 거슬러 갈 수 없는 문법적 도구는 많답니다! 당장 영어의 -ed도 그 정확한 기원은 모르고, 중세 한국어의 과거시제인 "-더-"도 마찬가지죠! 그러니 꼭 위의 과정을 거칠 필요는 없답니다!


게다가, 시제와 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있답니다! 바로 한 시상이 다른 시상을 대체하는 경우죠. 저저번 장과 저번 장에서 시제와 상을 보며 서로 헷갈리던 시제와 상이 있으셨죠? 시제와 상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는 한국어 화자이니 더더욱이요.


대표적으로 수많은 영어 학생들을 괴롭히는, 과거시제와 완료상의 차이가 있죠. 진행상과 현재시제도 무척 비슷하고요. 시상은 아니지만, 추측이나 기대, 소원을 나타내는 문법과 미래시제를 나타내는 문법이 비슷한 사례는 영어나 한국어 말고도 많답니다.


이렇듯, 시상은 서로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에 한 시상이 다른 시상의 의미를 잡아먹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 과거시제가 사라지고 완료상이 과거시제의 의미까지 가져버릴 수도 있고, 아니면 기존의 과거시제가 대과거(과거의 과거)시제가 될 수도 있죠.


또, 진행상이 현재시제를 대체하고, 기존의 현재시제는 아예 사라지거나 지식상 같은 축소된 의미를 가지게 될 수 있답니다. 아니면 미래시제가 추측의 의미로 아예 사라져 버릴 수도 있죠. 그 자리를 현재시제가 대체하고요.


예를 들어, 간단한 완망상-비완망상, 과거-현재-미래시제 체계는 다음과 같이 변할 수 있답니다!

완망과거 -> 과거시제

완망현재 -> 완료상

완망미래 -> 의지형

비완망과거 -> 습관상

비완망현재 -> 현재시제

비완망미래 -> 미래시제


물론, 아예 시상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겠죠. 시상이 사라져 버린다고 해당 시상의 개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 시상을 나타내는 문법적 형태만이 사라진다는 것을 유념하세요! 미래시제가 사라진다고 해서 미래를 모르는 언어가 되는 것은 아니며, 과거시제와 현재시제의 형태가 같다고 해서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모르게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또, 모든 시제에 모든 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위의 예시처럼 완망-비완망 × 과거-현재-미래 = 2 × 3 = 6개의 시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많은 언어에선 이런 깔끔한 표가 아니라 몇몇 시제에서만 상을 구분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대개 과거시제에서만 비완망-완망의 구분을 하는 경우가 많죠. 미래시제는 많은 언어에서 추측/의지/소원 등의 의미와 동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다른 상의 구분이 없는 경우가 많답니다.


즉, 완망과거, 비완망과거, 현재, 미래의 4개 시상을 가지는 언어도 있다는 소리죠. 아니, 아예 대부분의 시상을 하나로 합쳐도 된답니다. 현재시제와 비완망과거를 기본형으로, 완망과거를 과거형으로, 미래시제를 미래형으로 가지는 3개 시상도 되고, 완망과 비완망만 구분하는 2개 시상도 된답니다.


그러면 지금까지 알아본 것을 바탕으로 시제와 상이 될 수 있는 여러 경로를 찾아볼까요?

현재시제: 기본형인 경우가 많음. 단, 비완망상 계열의 상(진행상 등)으로 대체된 경우도 있음.

과거시제: 가지다, -이다, 있다 등. 완망상 계열의 상(완료상 등)으로 대체된 경우도 있음. 현재시제와 겹치는 경우도 있음

미래시제: 가다, 원하다/바라다, 필요하다, 나중에, ~할 수도 있다, ~게 만들다/하다 등. 현재시제와 겹치는 경우도 있음.

비완망상 계열의 상: 기본형인 경우가 많음. 상이 없는 기본형과는 다른, 별도의 상으로 드러난다면 -이다, 가다, 앉다, 하다 등에서 유래함.

완망상 계열의 상: 끝나다, 가지다, 오다 등. 과거시제로 대체된 경우도 있음. 과거시제와 합쳐진 경우도 있음.


이번 장은 오랜만에 창언창안이라는 이름에 맞게 언어를 만들기 위한 지식을 다뤄봤네요! 언어를 만들 때 옆에 붙여두기 편하도록 3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답니다.

시제와 상은 그냥 접사/부사를 만들어 붙일 수도, 기존의 단어를 탈색해서 만들 수도 있다.

시제와 상은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뺐을 수 있다.

시제와 상은 깔끔하게 떨어질 필요가 없고, 최소한으로 있는 편이 좋다.

그러면 시상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장부터는 시상처럼 동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법을 다뤄보겠습니다. 다음 장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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