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태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요?

2막 18장 ― 통사론 中 태와 서법의 발달

by CCCV 츠스쿠

태와 서법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마쳤으니, 이제는 만드는 법을 알아볼 때랍니다! 15장에서 시제와 상이 생겨나는 법을 본 것처럼요!


그런데, 태와 서법에 있어서는 다른 언어를 볼 필요가 없답니다! 바로 한국어의 태와 서법이 현재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겪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러면 한국어에서 태를 나타내는 방법을 볼까요?


한국어의 태는 셋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형인 능동태, 수동태, 사동태죠. 물론, 우리가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태라는 용어를 듣지 못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어의 수동과 사동은 영어 같이 정해진 수동꼴이 있는 언어에 비하면 꽤나 제멋대로라 하나의 틀로 묶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예시들을 볼까요?

나는 그를 잊었다 | 그는 잊혔다
I forgot her | she is forgotten
그는 나를 사랑했다 | 나는 사랑받았다
he loved me | I was loved
나는 너로 정했다 | 네가 정해졌다
I chose you | you were chosen
그는 차를 수리했다 | 차가 수리됐다
she repaired the car | the car was repaired
사람들은 그를 무시했다 | 그는 무시당했다
people ingnored him | he was ignored

영어에서는 수동태를 나타내기 위해 일관적으로 be + 과거 분사 형태가 쓰이는 데에 비해, 한국어에서는 "-이/히/리/기-", "-받다/되다/당하다", 아니면 "-아/어 지다"의 꼴이 쓰이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다양한 꼴이 쓰이게 된 걸까요? 이유는 아직 한국어의 수동태가 하나의 정해진 꼴로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각 꼴의 유래를 찾아보면 아래와 같답니다.

"-이/히/리/기-": "-기-"에서 유래해 앞 소리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

"-되다/받다/당하다": 수동적 의미를 가진 "되다", "받다", "당하다"가 접사로 쓰여 명사에서 수동 동사를 만듦.

"-아/어 지다": 수동적 의미를 가진 "지다" {없어지는 쪽으로 변하다}가 쓰여 동사의 수동적 의미를 더함.

즉, 그 유래가 고대 한국어까지 올라가고, 어원을 밝힐 수 없는 "-이/히/리/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굉장히 투명한 어원을 가지고 있답니다. 투명한 어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문법적 기능처럼 쓰인다는 것이 아닌, 단순히 문법에 맞게 둘 이상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것이죠.

수리되다 | 수리받다 | 수리당하다
수리가 되다 | 수리를 받다 | 수리를 당하다
무시되다 | 무시받다 | 무시당하다
무시가 되다 | 무시를 받다 | 무시를 당하다

위의 예시에서 보이듯, 단순히 "-되다/받다/당하다"를 서로 교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단해지기 이전의 형태를 쉽게 되살려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세 단어 사이에는 의미의 차이가 있어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아직 세 단어가 아직 온전한 하나의 단어지, 완전한 접사는 아니라는 증거인 것이죠.


한국어의 사동태에서도 이런 모습이 잘 보인답니다. 먼저 가장 순수한 사동접사라고 할 수 있는 "-이/히/리/기/우/추-"는 "-기-" 및 "-구-"에서 유래한 접사들이고, 이 중 "-기-" 계열의 접사가 사동의 의미에서 수동의 의미까지 가지게 되었죠.


"-게 하다"라는 꼴도 있지만, 실제로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게" 부분이고, 뒤의 동사는 다른 동사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 번역투를 보면 이를 알 수 있죠.


영어에서는 한국어처럼 정해진 사동태가 없어 다양한 동사를 사용해 사동 표현을 완성하는데요, 이때 make {만들다}, let {두다}, allow {허락하다} 등이 쓰입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을 직역하면 "-게 만들다", "-게 두다", "-게 허락하다" 등의 표현이 등장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시키다"가 있습니다. 이 접사는 "-되다/받다/당하다"처럼 사동적 의미를 가진 동사를 그대로 가지고 와 접사로 활용하는 것이죠.


또, "문제가 없다", "문제를 없애다", "문제를 없게 하다"를 보면 어떤 표현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미묘하게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수동태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꼴이 있는 것이 아닌, 그저 여러 단어를 평범하게 사용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어를 보면 어떤 동사들이 각 태를 만드는데 쓰이는지 알 수 있겠죠? 그러나 한국어의 예시만 보면 편향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다른 언어들에서는 어디에서 수동적/사동적 의미를 가지고 오는지 볼까요?

수동: -이다, 가지다, 잡다, 오다 등. 완료상에서 파생되기도 함.

사동: 만들다, 주다, 야기하다, 명령하다 등. 아예 다른 단어를 사용하기도 함. 예시: eat {먹다} | feed {먹이다}, die {죽다} | kill {죽이다}, 가다 | 보내다 등


태가 만들어지는 법을 봤으니 서법이 만들어지는 법도 봐야겠죠? 그러나 서법은 워낙 광범위한 의미를 다루기 때문에 하나로 정리하기 힘들답니다. 그래서 크게 두 방향에서 봐야 하죠!


바로 접사와 동사입니다. 한국어에서 수동태를 만드는데 접사와 동사의 두 방법이 있었던 것처럼, 한국어 서법은 접사와 동사로 나눌 수 있죠. 한국어에서 서법을 나타내는 주된 접사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뒤에 다른 동사가 오는 것과, 안 오는 것이죠.


전자를 먼저 볼까요?

-ㄴ: 서실법의 의미를 가진 접사. 완료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

-ㄹ: 서상법의 의미를 가진 접사. 미래시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

-어/아: 연결 접사.

-어/아야: 연결 접사 "-아/어"에 감탄 접사 "-야"가 붙은 것.

-게: 부사를 만드는 접사에서 의미가 확장되었음.

-지: 어원 불명. "~하겠지"처럼 뒤에 동사가 안 와도 되는 쓰임새로도 확장됨.

-고: 나열을 하는 연결 접사에서 의미가 확장되었음.

-면: 나열을 하는 연결 접사 "-며"에 주제 접사 "-ㄴ"이 붙은 것.


후자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접사들이 있습니다. -다, -까, -야, -니, -자, -라, -습니다, -오 같은 것들이죠. 전자로도 쓸 수 있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답니다.


동사는 어떨까요? 언어에 따라 접사와 동사를 모두 사용할 수도, 동사만 사용해서 다양한 서법을 추가로 나타낸답니다. 예를 들어, "싶다"는 걱정(잘못될까 싶어 힘들다), 의도(이제는 끝낼까 싶어), 소망(죽고 싶지 않아)를 나타낼 수 있답니다. 다른 언어들도 마찬가지죠.


보통은 접사를 활용하는, 즉 완전히 문법화된 것만을 ○○법이라고 이름을 붙여 부른답니다. 누누히 말씀드리듯, 시제/상/태/서법이 있다/없다 하는 것은 해당하는 의미를 가진 정해진 문법적 꼴이 있냐 없냐를 가지고 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런 꼴이 없는 많은 언어에서 어떻게 이 꼴들을 만들 수 있는지, 아니면 어떤 기원에서 이 꼴들이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저렇게 아직 문법화되기 전의 상태를 봐야 한답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나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보다"가 어떻게 {시도하다}의 뜻을 가질 수 있는지, 한국어를 모르면 "버리다"가 어떻게 {끝내다}의 뜻을 가질 수 있는지 모를 겁니다. 반대로 영어를 모르면 have가 어떻게 {하게 하다}의 뜻이 되는지, 완료상과 수동태가 얼마나 의미상 비슷한지 모르겠죠.


그러니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다양한 문법적 기능이 어디서 유래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충분히 다룬 것 같으니, 마찬가지로 3줄 요약으로 끝내볼까요?

태와 서법은 접사 및 동사로 표현할 수 있다.

태와 서법, 시제와 상은 서로의 의미로 확장할 수 있다.

태와 서법은 깔끔하게 떨어질 필요가 없고, 최소한으로 있는 편이 좋다.

그러면 태와 서법, 그리고 시제와 상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장부터는 동사가 아닌 명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법을 다뤄보겠습니다. 다음 장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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