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담는 문자, 표어문자

문자의 역사, 권5

by CCCV 츠스쿠

간주곡

이번 장은 저번 장의 내용에 이어서 문자, 특히 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룹니다. 전 장을 읽지 않으셨어도 큰 문제는 없으니 가볍게 즐겨주시면 됩니다!


6부 — 그림에서 문자로

1악장 — 복습

지금까지 그림에서 문자로, 그리고 그렇게 생긴 문자가 각각 어떻게 갈라져 나가는지 다뤄봤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장간 계속 표음 문자의 후예들이 어떤 길을 걷는지 살펴보느라, 3막 6장에서 한자에 대해 다뤘었던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네요. 그러니, 신성문자의 후예들과는 다른,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시 복습해 봅시다.


회화문자는 말 그대로 회화, 즉 그림으로 된 문자입니다. 현대에 가장 유명한 예시는 이모지입니다. {물고기}, {사람}, {날다}를 이모지로 적어보면 각각 <�>, <�‍♂️>, <�>가 되겠죠. 이해는 쉽지만, 큰 문제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적는 법이 어렵다는 것이죠.


사람들은 각자 그림 실력도, 그리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에 회화 문자는 사람들마다 굉장히 다른 모습을 띨 겁니다(물론 이모지는 기술의 힘으로 이런 문제를 뛰어넘었지만요). 또 하나는 추상적인 것, 예를 들면 {상상하다}, {믿음}, {가치} 같은 것을 적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현실에 해당하는 물체가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회화문자는 첫 번째 단점을 줄이기 위해, 그림을 점점 더 간단한 선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추상화"라고 부릅니다. 사물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점이나 선으로만 표현을 하려고 하는 것이 추상화의 과정입니다. 추상화를 통해 <�>에서 <魚>로, <�‍♂️>에서 <人>으로, <�>에서 <飛>로 바뀌는 거죠.


회화문자는 두 번째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상 퀴즈라는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니 이 연상 퀴즈와, 추가로 한자를 만드는 방법을 지금부터 알아봅시다!

2악장 — 육서

一曰指事。指事者、視而可識、察而見意、『上、下』是也。
二曰象形。象形者、畫成其物、隨體詰詘、『日、月』是也。
三曰形聲。形聲者、以事為名、取譬相成、『江、河』是也。
四曰會意。會意者、比類合誼、以見指撝、『武、信』是也。
五曰轉注。轉注者、建類一首、同意相受、『考、老』是也。
六曰假借。假借者、本無其事、依聲託事、『令、長』是也。

첫 번째는 지사다. 지사는, 보면 알 수 있는 것이고, 살피면 뜻이 보이는 것으로, "上, 下"가 있다.
두 번째는 상형이다. 상형은, 물체의 굴곡을 따라, 그려서 만들어진 것으로, "日, 月"이 있다.
세 번째는 형성이다. 형성은, 글자의 이름을 쓰고, 의미를 취해 만들어진 것으로, "江, 河"가 있다.
네 번째는 회의다. 회의는, 종류를 같게 하고 뜻을 합쳐, 가리키는 것을 보게 하는 것으로, "武, 信"이 있다.
다섯 번째는 전주다. 전주는, 종류를 같은 머리 아래에 두어, 같은 뜻을 주고받는 것으로, "考, 老"가 있다.
여섯 번째는 가차다. 가차는, 본래 글자가 없어, 소리에 기대 글자를 맡기는 것으로, "令, 長"이 있다.
— 허신, 『설문해자』

허신의 설문해자는 처음으로 한자에 대해 분석한 책이랍니다. 각 한자가 무슨 뜻인지 설명했을 뿐 아니라, 한자들을 (540종류로) 분류하고, 거기에 더해 한자의 다양한 글꼴과, 이번 장에서 다룰, 한자가 만들어지는 방법에 대해서 처음으로 적은 책이죠.


한자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설문해자가 쓰인 기원후 121년 이후로 변한 것이 없답니다. 이미 그때 한자가 만들어지는 원리가 정립된 것이지요. 사실, 표어문자를 만드는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 여섯 방법, 지사, 상형, 형성, 회의, 전주, 가차에 대해 알아볼까요?


주제선율, 「조자법」

조자법造字法은 말 그대로 글자를 창조하는 방법입니다. 조자법에는 지사와 상형이 있는데, 하나씩 봅시다.

상형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물체의 모양을 따서 만든 글자랍니다. 이미 지겨울 정도로 들으셨겠지만, 회화문자에서 추상화를 거쳐 만들어진 글자죠. 물고기 이모지 <�>가 <魚>가 되고, 그런 거 말이에요. 설문해자의 예시인 해 일日과 달 월月도, 해와 달의 모양을 따서 만든 글자죠.


지사는 설문해자의 예시만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 상上과 아래 하下는 각각 기준선을 기준으로 위, 아래에 뭔가를 덧그린, 대칭적인 형태를 띠고 있죠. 즉, 오직 기호로만 이루어진 글자들입니다. 작을 소小나, 하나 일一이 다른 예시죠.


하지만, 이러면 지사에 해당하는 글자가 너무 적으니, 후대 학자들은 나무木의 뿌리를 표시一한 근본 본本 같은 글자도 지사로 분류했답니다. 즉, 상형에 해당하는 글자에, 기호를 더해 만든 글자도 지사로 본 것이죠.


상형과 지사야 말로 진정으로 새로운 글자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선 몇 개를 아무리 섞어 봤자, 쓰기 편하고 읽기 편한 글자를 만들기에는 금방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답니다. 그래서 시대가 지나며 전체 한자 중에서 상형과 지사에 속하는 한자의 비율은 서서히 줄기만 했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상형과 지사(특히 지사에 속하는 글자)는 기초적인 개념이나, 널리 쓰이는 개념에 해당하는 글자들이 대부분이 속해 있어 사용 빈도는 가장 높은 축에 든답니다. 다만, 상형의 경우 옛날에는 주변에서 흔히 보이던 것들을 상형자로 만들었지만, 시대가 지나며 더 이상 안 흔해져 안 쓰이는 상형자도 많답니다. 절구 구臼, 활 궁弓이나 솥 력鬲 같은 것 말이죠.


옛날에는 지사와 상형에 속하는 글자도 아닌 원시적인 무늬로 보았기 때문에, 이들을 무늬 문文을 써 "문"이라고도 하고,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는, 오직 한 글자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서 "독체자獨體字"라고도 부른답니다.


주제선율, 「조자법」

어, 이 조자법은 또 뭐죠? 아, 한자가 組字法으로 다르군요! 글자를 조합하는 방법이라는 의미이군요. 이 조자법에는 형성과 회의가 있는데, 하나씩 봅시다.


회의는, 뜻을 합친다는 말입니다. 여러 예시를 들 수는 있겠지만, 기왕이니 설문해자의 예시를 봅시다. 먼저 호반 무武입니다.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나왔듯이, 武는 창(戈)을 멈추다(止)라는 의미로, 무릇 올바른 전쟁은 무기를 멈추는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이는 초 장왕의 명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창(戈)을 들고 걷는(止) 병사들을 의미하는 글자랍니다(멈출 지止는 본래 {걷다}라는 의미였죠).


다음은 믿을 신信입니다. 사람(人->)亻의 말(言)은 응당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랍니다. 왜 이런 생각으로 {믿다}를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그럼 형성은 뭘까요? 형形은 모양, 성聲은 소리를 뜻합니다. 모양과 소리를 합쳐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설문해자의 예시이자, 널리 쓰이는 두 예시 글자를 봅시다.


먼저 江을 봅시다. 소리는 工[공]과 비슷한데, 뜻은 (水->)氵{물}과 관련되어 있다고요? 아하! 소리는 [강]이고, 뜻은 {흐르는 물줄기}(=강)이군요!


그럼 河를 봅시다. 소리는 可[하]와 비슷한데, 뜻은 氵{물}과 관련이 있다고요? 아하! 소리는 [하]이고, 뜻은 {흐르는 물줄기}(=강)이군요!


이렇듯 한 한자의 소리를 빌리고, 다른 한자의 뜻을 빌리는 것을 형성이라고 합니다. 위의 예시에서도 보이듯, 소리도 대충 맞으면 되고, 뜻도 대충 맞으면 되기 때문에 새로운 글자를 만들기 가장 쉬운 방법이죠. 위의 예시가 이해가 잘 가지 않으신다면, 제가 책1에서 한국어와 이모지를 가지고 만든 예시를 한 번 보고 오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형성과 회의는 이미 있는 글자를 가지고 새로운 글자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비율이 점점 더 증가한답니다. 현대에 쓰이는 한자의 절대다수는 형성에 속하죠. 심지어 이미 한 번 형성이나 회의로 만들어진 글자를 계속 형성이나 회의에 쓸 수 있으니 더더욱이요.


형성과 회의는, 지사나 상형과는 다르게 진정으로 글자라고 보았기 때문에, 글자 자字를 써 "자"라고 하기도 했고, 두 글자가 합쳐져 만들어졌다고 "합체자合體字"라고도 부른답니다. 그리고 독체자와 합체자, 문과 자를 합쳐 "문자"라고 하는 것이죠!


주제선율, 「용자법」

용자법用字法은, 글자를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이미 있는 글자를 가지고 다른 뜻으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용자법에는 전주와 가차가 있는데, 하나씩 봅시다.


가차는 빌린다는 뜻입니다. 설문해자는 예시로 令과 長을 듭니다. 令은 큰 집亼 아래서 명령하는 사람卩을 그린 것일 수도 있고, 열린 亼 아래에 무릎 꿇은 사람卩을 그린 것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뜻이 {명령}인 것은 변하지 않죠. 하지만, {~하게 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왜냐고요? 한문(상고한어)으로는 둘 다 소리가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長을 봅시다. 이 글자는 본래 머리가 긴 노인을 그린 글자로, 본래 노인을 뜻했으나, 머리가 길다는 것에서 착안해, {길다}라는 이름과 [장]이라는 이름을 부여받은 글자랍니다.


즉, 가차는 한 글자를 가지고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죠. 제가 좋아하는 예시 중 하나는 그럴 연然이랍니다. 이 글자는 본래 형성/회의자(본래는형성이지만 회의로도 해석할 수있는 글자)랍니다. 이 글자의 요소를 하나씩 분석해 볼까요? 이 글자는 먼저 肰와 (火->)灬로 나눌 수 있고, 위의 肰를 (肉->)月와 犬를 합친 글자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肰는 고기肉와 개犬를 합친 글자니 개고기라는 의미의 회의자이고, 然은 肰의 소리를, 灬의 뜻{불}을 합친 글자로, {타다, 태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을 때는 가죽의 털을 벗기는 것이 아니라, 태워 바싹 그슬렸기 때문에, 개고기의 털을 태운다는 의미에서 회의자로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후에, 이 글자의 소리를 따서 {그렇다}라는 뜻으로 쓰게 되었지만요.


하지만, 가차가 되었다고 원래 뜻이 안 쓰이는 것은 아니랍니다. 대부분의 글자가, 가차한 뒤, 원래 뜻과 가차한 뜻, 두 뜻 모두로 쓰이죠.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가차한 뜻이 원래 뜻을 대체하게 된답니다. 주된 이유는 가차한 뜻이 더 유용하고, 자주 쓰이는 뜻이기 때문이죠. 스스로 자自는 원래 코를 그린 글자였고, 또 역亦은 원래 겨드랑이를 의미하는 글자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뜻으로 변했죠.


어떨 때에는 본래 뜻을 가진 글자가 새로운 글자로 떨어져 나오기도 한답니다. 예를 들면 然이 있죠. 원래 뜻인 {타다}를 나타내기 위해 새로운 글자 탈 연燃이 만들어졌답니다. 辡라는 한자는 본래 송사한다(법정에서 말로 다투다)는 뜻이었지만, {말씀}, {분별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이며 辯, 辨 등의 한자로 갈라져 나갔고, 결국 원조 辡은 더 이상 쓰이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오히려 일본에서는 이 한자들을 다 다시 弁로 합쳤기에, 예전의 의미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가차의 다른 예시로 음차를 드는 경우가 있답니다. 예를 들어 [아시아]라는 단어를 적기 위해 <亞細亞>라고 쓰는 것 말이죠. 음차의 경우 원래는 가차가 아니랍니다. 그냥 소리를 적기 위해 글자를 갖고 온 거니까요. 亞 한 글자의 뜻은 여전히 {버금}이란 뜻일 뿐, 뜻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음차가 너무 널리 퍼져 亞 한 글자만으로도 {아시아}라는 개념을 상징할 수 있게 되면, 그때는 亞에 {아시아}라는 뜻이 "가차"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옛날에 있었던 현상을 그대로 다시 보는 것 같네요. 가차된 뜻과 원래 뜻이 공존하던 시기의 모습을요.


가차의 다른 예시로는 佛이 있답니다. 원래 {어그러지다}라는 뜻이었지만, 부처(붓다)라는 단어의 음차로 불타佛陀를 쓰며 불교를 뜻하는 글자가 되었다가, 지금은 프랑스(불란서佛蘭西)를 음차하는 글자로도 또 쓰이며 또 다른 뜻이 추가되었죠. 참 험난한 글자네요!


그리고, 이제 전주입니다. 전주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아직도, 20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아무도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허신이 워낙 설명을 대충하고 예시를 대충 들었기에 아마 전주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영영 모를 것입니다.


제가 하나 가설을 세우자면, 허신이 설문해자를 쓰면서 "육서"라는 단어를 한자의 여섯 글꼴을 부르는 이름으로도 쓴 것을 보아, 한자를 만드는 방법이 다섯 개밖에 없지만 일부러 억지로 하나를 더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주는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랍니다.


전주와 가차는 용자법, 글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회의자나 상형자가 가차자가 될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 육서의 여섯 방법은 한자를 분류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이 한자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쓰이는지를 설명하는 용어로 여기시면 된답니다!


간주곡

그리고 이렇게 육서를 통해 한자를 만드는 방법, 나아가서 표어문자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답니다! 그럼 이것으로 이번 장, 한자 특집, 육서 특집을 마치고, 다음 장에서 새로운 내용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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