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읽는 법을 알아봅시다!
처음부터요!

영어의 발음법, 권1

by CCCV 츠스쿠

전주곡

영어는 맞춤법이 어렵기로 소문난 언어입니다. 영어 맞춤법의 무질서를 드러내는 「The Chaos」{혼돈}이라는 시도 있을 정도죠. 그러나 인간의 뇌는 질서와 규칙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혼돈의 도가니 같아 보이는 영어 맞춤법에도 규칙과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있죠.


글과 소리를 잇는 교육 방법을 파닉스phonics라고 한답니다. 각 문자가 어떤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익혀 처음 보는 단어도 소리 내 읽을 수 있게 가르치는 방법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지만, 영어 발음을 익히는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만큼, 영어 학습에 있어서 꽤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이번 단막극에서는 영어를 읽는 법을 알아보며 겸사겸사 영어의 발음도 알아볼 예정이랍니다! 영어를 조금도 모르더라도 적혀 있는 글만은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해서요!


1부: 먼저 깔고 갈 것

1악장 ― 표기 심도

"표기 심도가 깊다", 영어의 맞춤법을 설명할 때 항상 첫 번째로 나오는 문장입니다. 영어의 맞춤법은 실제 발음과 차이가 크다는 용어죠. 표기 심도에 대해서는 저번 장에서 다뤘으니 영어의 맞춤법이 어렵다는 것만 알아두고 갑시다.


각 글자의 발음만 알면 대충 뜻은 몰라도 소리 내서 읽을 수는 있는 스페인어나 일본어 같은 다른 언어와는 다르게, 영어는 각 글자의 발음을 알더라도, 소리 내서 읽기가 힘듭니다. 각 글자가 어떤 환경에 있냐에 따라 발음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이번 장, 나아가 이번 단막극의 목표는 영어의 맞춤법을 알아보기 쉽게 정리해 영어의 불투명한 맞춤법을 조금이나마 투명하게 닦아주는 것이랍니다!


2악장 ― 험난한 역사

영어 맞춤법이 어려운 이유는 영어의 역사가 험난하기 때문이랍니다. 거친 길을 걸어왔으니 그만큼 거칠어졌다고나 할까요.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영어가 어디서 생겼는지를 알아야겠죠.


영어의 원산지는 영국 본토인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남부, 잉글랜드라는 지역입니다.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해 영어의 역사를 빠르게 정리해볼까요?


5세기 이전 = 라틴어 시대:
잉글랜드 지역에 로마인들이 정착해 현지 켈트어를 밀어내고 라틴어를 전파하며 라틴어의 브리튼 방언이 널리 쓰임.


5세기 중반 ~ 7세기 = 영어의 시작:
독일 북서부(네덜란드와 덴마크 사이 지역)에서 앵글족Angles과 색슨족Saxons이 이주해 옴. 이들의 언어, 특히 앵글어가 잉글랜드 지역에 퍼지게 됨(앵글 -> 잉글랜드, 영어).


9세기 ~ 10세기 중반 = 고대 노르드어 침공기:
바이킹들이 그레이트브리튼 섬 동부에서부터 침공하며 자신들의 언어인 고대 노르드어를 전파함. 그러나 바이킹들은 잉글랜드 전체를 정복하는 데에는 실패함.


1066년 = 프랑스어 침공년:
프랑스화된 바이킹인 노르만족을 이끄는 노르망디 공작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함. 지배층이 노르만인으로 물갈이 되며 노르만어(프랑스어의 한 갈래)가 영어에 큰 영향을 끼침.


15세기 ~ 18세기 = 대모음추이 시기:
흑사병 이후 잉글랜드 전역에서 대규모 이주민이 생기며 각 지역의 방언이 널리 섞이게 됨. 이에 따라 영어의 발음이 급격하게 변화했으며, 이를 대모음추이Great Vowel Shift라고 부름.


17세기 ~ 20세기 중반 = 대영제국 시기:
영국이 제국주의와 함께 전 세계에 영어를 퍼트림. 대모음추이와 이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언제 식민지화되었는지에 따라 각 지역의 영어 발음이 다름.


20세기 중반 ~ 현대 = 미국 영어 시기:
기존까지 영어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영국이 문화/사회적으로 주도권을 잃으며 미국식 영어 발음이 '일반적' 영어 발음이 됨. 세계화가 가속화되며 영어가 전 세계의 실질 공용어 지위에 오름.


영어 자체의 발음과는 상관이 없는 마지막 두 시기를 버리더라도, 영어가 꽤 험난한 역사를 거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외부 언어의 영향이라고 해봤자 중국어와 일본어밖에 없는 한국어에 비해, 영어는 다양한 수준의 영향을 다양한 언어에서 받았죠.


일단, 영어는 기본적으로 게르만계(독일어계) 언어입니다. 문법과 기초 어휘를 보면 게르만계 언어라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죠. 이는 일단 영어 자체가 앵글어에서 유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몇 세기 동안 지배층이 프랑스어를 사용하며 영어는 프랑스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덕분에 사전의 단어를 따져보면 프랑스어(와 그 조상인 라틴어) 유래 단어의 비율이 절반을 넘죠. 한국어나 일본어의 한자어 비율과 비슷한 정도로 말이에요.


지배층이 드디어 영어를 사용하게 된 이후로도, 영어에서 프랑스어/라틴어는 높은 위신을 가지고 있답니다. 한국어에서 한자어가 어떤 느낌을 주죠? 전문적이고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죠? 영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심지어, 로망스계(라틴어계) 언어가 영어에 끼친 영향은 이걸로 끝이 아니랍니다. 영어의 고급 표현을 살펴보면 수상하게 어색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같이 로망스계 언어를 배우면 표현이 수상하게 영어의 고급 표현과 닮은 것을 볼 수 있고요.


즉, 얼마나 지식인 계층이 로망스계 언어를 좋아했는지, 영어에 로망스계 문장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들어올 정도였다는 거랍니다. 사실, 현대 한국어의 문법 중 일본어와 영어 문법에 영향을 받은 것이 꽤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지식인 계층이 라틴어를 너무 좋아해서 영어 맞춤법까지 라틴어 시절로 되돌려서 쓸데없이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이죠. 덕분에 로망스계 언어의 맞춤법보다 영어 맞춤법이 라틴어와 더 비슷하게 되었으니, 성공은 했다고 해야 할까요.


또한, 영어가 대체한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켈트어와 브리튼 라틴어 역시 영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프랑스어에 비하면 훨씬 덜하지만요. 고대 노르드어 역시 영어에 크나큰 영향을 미쳐, 영어의 대명사 하나를 대체할 정도의 영향을 끼쳤답니다.


현대로 오는 과정에서도,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당시에 영어보다 더 큰 사회/문화적 힘을 가지고 있던 언어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대모음추이마저 거치며 영어는 옛날의 형태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답니다. 맞춤법 빼고요. 맞춤법을 보면 옛날 영어의 형태를 볼 수 있죠. 즉, 발음과 맞춤법의 차이가 크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차이를 줄이려면 영어의 변천사를 알아야 하고요.


2부: 앞으로 내다볼 것

1악장 ― 발자취

따라서, 앞으로는 영어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변화를 겪었기에 이렇게 적힌 것을 저렇게 읽게 되었는지 알아볼 것이랍니다.


추가로, 영어에서는 들여온 단어의 맞춤법을 최대한 유지했기 때문에, 다른 언어에서 들여온 단어는 그 언어의 발음 규칙에 따라 읽어야 하죠.


하지만, 정작 그 발음 규칙마저 영어의 발음 규칙과 섞이며 원래 모습에서 멀어졌기 때문에 영어식 외국어 발음 규칙을 익혀야 한답니다.


이렇듯, 영어 단어의 발음을 알아보는 과정은 각 단어의 역사를 알아보는 과정과 큰 차이가 없죠. 영어 발음을 알아가면 자연스레 영어의 역사를 알아가게 된답니다.


그러니, 영어의 역사를 다룬다고 해서 부담을 가지지 마시고, 재밌는 이야기를 듣듯이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2악장 ― 기준

영어에는 여러 방언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건 당연히 미국식 방언, 그중에서도 LA로 대표되는 서부 방언과 뉴욕으로 대표되는 동부 방언이죠. 그러나 영어에는 다양한 방언이 있습니다. 영국이 전 세계에 식민지를 세운 만큼, 당연한 사실이겠죠.


그러면 영어의 어떤 방언을 기준으로 삼고 발음을 익힐지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한국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발음인 미국 서부 방언이나 일반 미국 방언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단막극에서는 영국 방언, 정확히는 잉글랜드 남부 방언을 기준으로 삼을 예정이랍니다.


잉글랜드 남부 방언을 기준으로 삼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세 가지 주요한 이유만 얘기해 보죠.


가장 중요한 이유로, 표준화입니다. 영어는 '표준어'나, 국립국어원 같은 표준어 기관이 없는 언어로 유일하죠. 사실, 전 세계 언어 중 한 나라의 국어 지위에 있으면서 표준어 기관이 없는 언어는 영어가 유일하답니다. 국어도 아닌데 표준어 기관이 있는 언어도 많은데요.


어쨌든, 이런 이유로 영어에는 '표준'이라고 할 만한 게 없고, 따라서 '기준'으로 삼을 만한 발음도 없답니다. 왜 그런 게 중요하냐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표준이 없다는 말은 "이 발음은 정확히 이렇게 발음하는 거야"라는 설명서가 없다는 말입니다. 여러 사람의 발음을 평균 낸 것을 참고할 수밖에 없죠.


물론, 이런 표준 자체가 여러 사람의 발음을 평균 내서 정한 거긴 하지만, 일단 한 번 정해졌기 때문에 걱정 없이 표준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되는데 비해, 영어의 경우 수많은 연구들을 직접 찾아보며 어떤 연구 결과를 쓸까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답니다.


다행히도, 영어에도 표준어라고 할 만한 게 하나 있죠. 바로 영국에서 제정한 실질적 표준인 용인 발음Received Pronunciation입니다. BBC 영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죠. RP는 어느 정도의 표준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걱정 없이 이 발음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아, 실은 '걱정 없이 그대로'는 아닙니다. RP는 20세기에 정해졌기 때문이죠. 현대에 들어서는 RP가 덜 공적이게 바뀌었답니다. 그래서 '잉글랜드 남부 방언'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답니다. 해당 방언은 표준 남부 영국 영어Standard Southern British English, SSBE라고 불리기도 한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발음의 특징입니다. 쉽게 말해, 잉글랜드 남부 방언이 미국 방언보다 한글로 적기 더 낫습니다. 예를 들어, water라는 단어를 미국 방언은 [워럴]에 가깝게 발음하지만, 잉글랜드 남부 방언은 [워터]에 가깝게 발음합니다.


즉, 미국 방언에는 소위 '혀 굴리는 발음'이 많지만, 잉글랜드 남부 방언에는 없다는 것이죠. 또, 미국 방언보다 조금 더 발음이 '똑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마지막 이유는 별로 중요하진 않은데요, 실은 개인적인 감상에 가깝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한 언어를 살펴보려면 그 언어가 만들어진 곳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잉글랜드 남부는 역사적으로 영어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곳이자, 가장 오랜 기간 영어의 중심지였던 곳이기 때문이죠. 즉, 좀 더 유서 깊은 중심지의 발음을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했답니다.


3악장 ― 음성 기호

발음을 다루는데 음성 기호를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국제 음성 기호의 모든 것을 익힌 뒤 발음을 다루는 건 너무 지나치겠죠? 그래서 앞으로는 최소한의 음성 기호만, 여러분께 익숙한 형태로 사용할 예정이랍니다.


또한, 발음은 최대한 한글로만 적으며 어떻게든 한글만 알고 계시는 분들께서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발음을 적을 생각이랍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간주곡

그러면 이번 장은 충분히 길어졌으니 이걸로 이만 마치고, 다음 장에서는 ABC, 즉 로마자부터 차근차근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장에서 만나요!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