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만드는 걸 구경해 봅시다!

1막 7장 ― 단어 제작

by CCCV 츠스쿠



1막 3장에서 창창어의 소리를 정한 것처럼, 이번 장에서는 창창어의 단어를 만들어 볼 거랍니다. 저번 3장 동안 다양한 고유명사를 보며 어떤 단어가 필요할지 알아봤으니, 이젠 필요한 단어들을 만들 차례인 것이죠.


먼저 어떤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필요할지 정리해 봅시다. 우린 1막 4장을 통해 지명은 생각보다 간단한 원리로 만들어졌고, 또 의외로 현대인이 지을 법한 이름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따라서 {산}, {들}, {강} 등의 의미와 {높다}, {작다}, {넓다} 등의 의미가 필요하죠. 또, {나무와 돌이 많고 샘이 없는 야트막한 산}처럼 복잡해 보이는 의미를 가졌지만 생긴 건 [틀라프]처럼 단순하게 생긴 단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1막 5장을 통해 우린 다양한 인명의 유래에 대해 알게 되었죠. 모든 문화권이 덕목을 바탕으로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을 알았으니, 창창어를 사용하는 문화가 어떤 것을 덕목으로 여기는지, 또 각 덕목에 어떤 상징물을 붙이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창창어를 사용하는 문화가 어떤 종교를 믿는지, 얼마나 종교적인지도 생각해 봐야겠죠.


마지막으로 1막 6장을 통해 다양한 고유명사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창창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자신의 언어를 어떻게 부를지, 또 여러 나라들을, 나라 안의 여러 세력들에 어떤 이름을 붙일지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죠.


그럼 이제 이렇게 알아본 정보를 바탕으로 단어를 만들고 고유명사를 지을 차례지만, 갑자기 만들라고 해봐야 뭐가 떠오를 리가 없겠죠. 대신, 식상한 설정을 하나 짜고 거기에 맞춰 빠르게 단어를 만들어봅시다.


음... 태초에 빛이 있었으니, 이 신의 이름은 {위대한 빛}이었습니다. {위대한 빛}이 어둠을 밝혔지만, 그 어떤 빛으로도 밝힐 수 없는 어둠이 있었으니, {깊은 그림자}였죠. 두 신이 3일 밤낮을 부딪히매 열기와 냉기가 만나 물과 흙이 생겼고, 곧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사람 사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사람 사이}에는 많은 종족이 살았지만, 그 중 가장 번성한 것은 인간이었죠. 인간은 {사람 사이}의 가장 큰 대륙인 {눈目의 끝}에 가장 많이 살았는데, 특히 {눈의 끝} 중앙의 큰 강인 {어머니 큰 강}을 끼고 모여 살았답니다.


{어머니 큰 강}을 지배하는 나라는 인간들의 나라 {넓은 진흙} 제국이었답니다. {어머니 큰 강} 덕분에 비옥해진 땅을 바탕으로 큰 힘을 기를 수 있었죠. {넓은 진흙} 제국의 수도 {넓고 야트막한 금金 언덕}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었답니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은 오직 한 언어를 사용했으니, 그게 바로 창창어, 이들의 말로는 {강변}어였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넓고 야트막한 금 언덕}의 빈민가, {습한 아래 골짜기}에 살던 주인공 {빠른 손}이 술집 {아기 별}에서 손님 지갑을 훔치다가 걸리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라고 계속 이어가면 소설이 되겠지만, 우린 여기서 끊고 각 고유명사를 하나하나 만들어 봅시다.


먼저, {위대한 빛}을 만들어봅시다. 당연히 {위대한 빛}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대한}과 {빛}이 필요하겠죠? 그런데, 단어를 무턱대고 만들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모델이 되는 언어의 소리를 마구잡이로, 규칙은 지키며 조합하는 방법이죠. 창창어의 경우 1막 3장에 소리와 규칙을 정리해 놓았고, 직접 하시고 싶으시다면 1막 2장을 읽고 따라 하시면 된답니다!


하지만 "마구잡이"라는 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죠. 이미 있는 단어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요! 아, 그냥 가져오면 되겠네요. 마침 모델로 삼은 언어도 있겠다, 사전과 번역기를 펼치고 단어를 가져옵시다! 그런데, 이미 있는 단어를 그대로 가져오면 자신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 아닌, 그냥 모델로 삼은 언어를 사용하는 게 되어 버리니, 약간은 바꿔야겠죠?


아니면 모델로 삼은 언어가 아닌 완전히 다른 언어에서 단어를 가져오는 방법도 있답니다! 창창어를 예로 들자면, {빛}이란 단어를 만들기 위해 모델로 삼은 언어인 독일어에서 "Licht" [리히ㅌ]라는 단어를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완전히 다른 언어인... 글쎄요... 아! 몽골어에서 "гэрэл" [게렐]이라는 단어를 가져올 수도 있겠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보면 완전히 다른 언어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 단어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차피 내 언어인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그냥 영감만 좀 받자는 건데요. 그러니 태국어로 {쌀밥}을 뜻하는 "ข้าวสวย" [카우 수아이]에서 {빛}을 뜻하는 단어를 만들어도 되겠죠.


더 나아가서 그냥 일상에서 보이는 아무 것에서, 하다못해 유턴 표지판 아래 "좌신호시"에서 따와 [노ㅅ] 라는 단어를 만들 수 있죠. 단어를 만드는 건 결정을 기르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기르려고 하면 어렵지만, 씨앗이 될 무언가가 조금만 있다면 금세 뚝딱 하고 만들 수 있죠.


그러면 위로 다시 돌아가서 {위대한 빛}을 만들어 볼까요? {빛}은 [노ㅅ], {위대한}은 [게렐]이라고 해보죠. 그런데 [게렐노ㅅ]는 뭔가... 썩 맘에 들지 않네요. 이럴 때는 세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첫째, 그냥 단어를 다시 만들 수도 있죠. 하지만 금방 지치겠죠? 둘째, 단어와 단어가 만나서 전과는 다른 소리가 됐다고 할 수도 있답니다. 아래 한국어 예시를 볼까요?

열 + 닫다 = 여닫다
딸 + 님 = 따님
말 + 소 = 마소
솔 + 나무 = 소나무
ㅌ활 + 살 = 화살

이렇듯 두 단어가 한 단어로 쓰이다 보니 발음의 편의를 의해 소리가 조금씩 변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러니 [게렐노ㅅ]도 [게레노ㅅ]로 소리가 변했다고 할 수 있죠. 물론, 그래도 약간의 규칙은 남겨두는 게 좋답니다. 이렇게 한 번 규칙을 적용했다면, 앞으로도 똑같은 상황에서는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게 좋죠. 그러니 [ㄹ]과 [ㄴ]이 만나면 [ㄴ]이 된다는 걸 기억해 둡시다!


셋째, 문법을 조금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요, 엄청 단순한 문법이랍니다. 예를 들어, {빛은 대단하다}와 {대단한 빛}은 서로 다르죠. {대단하다}/{대단한}은 꾸며주는 말, {빛은}/{빛}은 꾸밈을 당하는 말인데, 둘의 위치에 따라 각자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그러니 [게렐]은 {대단하다}에 해당하는 단어고, {대단한}에 해당하는 단어는... [게ㄹ]라고 해봅시다. 마찬가지로 이 규칙도 어디에 적어둬야겠죠?


그럼 두 번째와 세 번째 방법을 모두 사용해서 [게노ㅅ]라는 단어가 {위대한 빛(신의 이름)}으로 쓰인다고 해봅시다! 이걸 맞춤법에 맞춰 적으면 [게노스]가 되겠죠! 이걸 모델이 된 언어인 독일어의 맞춤법에 맞춰 적으면 [Gehnos] 정도가 되겠네요!


그러면 빠르게 위에서 제시한 고유명사들을 만들어 볼까요?


{위대하다} [게렐]

{-ㄴ}: 마지막 자음과 모음을 탈락시킴([게렐] -> [게ㄹ])

{빛} [노ㅅ]

규칙 1: [ㄹ]과 [ㄴ]이 만나면 [ㄴ]이 됨([게ㄹ노ㅅ] -> [게노ㅅ])

∴ [게노ㅅ] 〈게노스〉 〈Gehnos〉


{깊다} [파넬], {깊은} [판]

{그림자} [키에런]

∴ [판키에런] 〈판키에런〉 〈Vankieren〉


{사람} [타니히]

{사이} [빈]

∴ [타니히빈] 〈타니히빈〉 〈Tanigwihn〉


{눈} [얀]

{-의}: 끝에 [ㅈ]을 더함([얀] -> [얀ㅈ])

{끝} [압ㅌ]

∴ [얀잡ㅌ] 〈얀잡트〉 〈Jahnsabt〉


{어머니} [마ㅌ]

{크다} [헤셀], {큰} [헤ㅅ]

{강} [간]

규칙 2: [ㅎ]와 [ㅋ]/[ㅌ]/[ㅍ]/[ㅊ]이 만나면 [ㅎ]이 탈락함([마ㅌ헤ㅅ간] -> [마테ㅅ간])

∴ [마테ㅅ간] 〈마테스간〉 〈Mateesgern〉


{넓다} [게멜], {넓은} [겜]

* {넓다}와 {위대하다}는 의미가 비슷하므로, 비슷한 모양으로 만들어 현실성을 더했습니다.

{진흙} [무ㅌ]

∴ [겜무ㅌ] 〈겜무트〉 〈Gemmutt〉


{금} [틸로]

{넓고 야트막한 언덕} [메]

∴ [틸로메] 〈틸로메〉 〈Tielome〉


{강} [간]

{기슭} [라이ㅌ]

규칙 1 적용

∴ [가나이ㅌ] 〈가나이트〉 〈Ganaid〉


{습하다} [슈타넬], [습한] [슈탄]

{아래 골짜기} [피ㅋ]

규칙 3: [ㄴ]과 [ㅁ]/[ㅂ]/[ㅍ]/[ㅃ]이 만나면 [ㄴ]이 [ㅁ]이 됨([슈탄피크] -> [슈탐피크])

∴ [슈탐피ㅋ] 〈슈탐피크〉 〈Stampik〉


{빠르다} [하젤], {빠른} [하ㅈ]

{손} [잔ㅌ]

규칙 4: 동일한 소리가 서로 붙으면 하나를 탈락([하ㅈ잔ㅌ] -> [하잔ㅌ])

∴ [하잔ㅌ] 〈하잔트〉 〈Rasand〉


{아기} [도모]

{별} [하인]

∴ [도모하인] 〈도모하인〉 〈Domorein〉


어디 한 번 제자리에 집어넣어 볼까요?


태초에 빛이 있었으니, 이 신의 이름은 게노스였습니다. 게노스가 어둠을 밝혔지만, 그 어떤 빛으로도 밝힐 수 없는 어둠이 있었으니, 판키에런이었죠. 두 신이 3일 밤낮을 부딪히매 열기와 냉기가 만나 물과 흙이 생겼고, 곧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타니히빈이 만들어졌습니다.


타니히빈에는 많은 종족이 살았지만, 그 중 가장 번성한 것은 인간이었죠. 인간은 타니히빈의 가장 큰 대륙인 얀잡트에 가장 많이 살았는데, 특히 얀잡트 중앙의 큰 강인 마테스간을 끼고 모여 살았답니다.


마테스간을 지배하는 나라는 인간들의 나라 겜무트 제국이었답니다. 마테스간 덕분에 비옥해진 땅을 바탕으로 큰 힘을 기를 수 있었죠. 겜무트 제국의 수도 틸로메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었답니다. 하지만 이 많은 사람들은 오직 한 언어를 사용했으니, 그게 바로 창창어, 이들의 말로는 가나이트어였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틸로메의 빈민가, 슈탐피크에 살던 주인공 하잔트가 술집 도모하인에서 손님 지갑을 훔치다가 걸리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어떤가요? 어울리나요? 그런데 이번 장에서 제가 단어를 만든 방식은 빈말로도 쉽다곤 할 수 없지 않나요? 먼저 어떤 의미의 단어가 필요할지 구상을 한 다음, 각 단어를 일일이 만들어줘야 하니까요. 더 쉽고 빠르게 많은 양의 단어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음 장에서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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