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를 많이 만드는 걸 구경합시다!

1막 8장 ― 접사

by CCCV 츠스쿠

전 장에서 제가 단어를 만드는 모습을 보시면서, '저렇게 힘들게 단어를 만들어야 한다면 단어 만들기 정말 싫다'라는 생각이 드시지 않으셨나요? 1막 7장에서 다룬 방법은 단어를 만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죠.


대신에, 이번 장에서는 쉽고 빠르게 많은 단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다뤄보겠습니다! 바로 "접사"죠!

접사란, 다른 단어에 붙어 새로운 단어를 구성하는 요소랍니다. 한국어 예시를 몇 개 봐보죠!

"맨-"
맨눈
맨손

"빚"
빚지다
빚쟁이

"맨-"은 한국어의 접사로, 대충 {딴 거 없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눈"이라는 단어에 붙어 "안경 같은 게 없는 눈", "손"이라는 단어에 붙어 "장갑 같은 게 없는 손"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이랍니다.


반대로 "빚"에 "-지다"라는 접사를 붙여 "빚을 만들다"라는 단어를, "-쟁이"라는 접사를 붙여 "빚이 많은 사람"이라는 단어를 만든 예시도 있죠.


이렇듯 접사를 사용하면 별다른 고민을 할 필요 없이 단어를 만들 수 있답니다! 그러면 접사는 정확히 어떤 것이고, 접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접사의 기원을 보면 접사가 뭔지, 접사는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알 수 있답니다. 접사는 단어가 "탈색"되어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단어가 탈색되었다니, 시적이죠?


한국어의 예시를 보면 단어의 탈색이 뭔지 쉽게 이해하실 수 있답니다. 아래 예시를 볼까요?

따르다 -> 따라
나를 따라 와라.
오늘따라 운수가 좋은데?
붙다 -> 붙어 [부터]
벽에 전단지가 붙어 있네.
나부터 먼저 할까?
좇다 -> 좇아 [조차]
관행만 좇아 행동하는군.
브루투스, 너조차!

"따르다", "붙다", "좇다"에는 각자 본래의 뜻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많이 쓰이면서 의미가 변하고, 변하다 못해 닳고 닳아 하나의 문법적인 기능으로만 남게 되었답니다. 물론, 이 세 단어의 경우에는 원래 형태가 여전히 쓰이기 때문에 비교하기 쉽지만, "에다가" 같은 경우에는 원래 형태가 더 이상 쓰이지 않기 때문에 어디서 유래했는지 잘 보이지 않죠.


이렇게 의미의 탈색이 일어나다 보면 원래 뜻과는 완전 달라지게 될 때도 있는데요, "보다" 같은 경우에는 {눈으로 인식하다}라는 뜻이 있지만, 탈색되어 "시도해 보다" 같은 경우처럼 {시험 삼아 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아예 "사과보다 배" 같은 경우처럼 비교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답니다.


물론, 이런 의미의 탈색은 꼭 문법적인 의미만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랍니다. 파트너십partnership, 멤버십membership, 리더십leadership 같은 영어 단어의 "-십" -ship이 좋은 예시죠. 이 부분은 영어 셰이프shape {형태}와 유래가 같은데요, {형태}라는 뜻에서 {모습}, {상태}라는 의미가 파생되어 {파트너인 상태}, {멤버인 상태}, {리더인 상태}라는 뜻의 단어를 만들게 된 것이랍니다.


-ship과 shape는 모두 *skapjaną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는데요, 지금은 형태와 발음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죠. 이것 또한 탈색이랍니다. 의미의 탈색이 아닌, 소리의 탈색이죠.


쓰다 보면 닳는 것은 언어도 마찬가지랍니다. 모래와 날개는 둘 다 "몰", "날"에 "-개"가 붙어 만들어진 것이지만, "몰개"는 더 자주 쓰였는지 닳아서 "모래"가 되었고, "날개"는 덜 쓰였는지 원래 형태가 남았죠. 물론 "나래"도 문학적인 표현으로 쓰이긴 하지만요.


이렇듯 자주 쓰이는 것은 더 닳고 닳게 된답니다. 접사 같이 여러 단어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요소는 당연히 색이 빠질 수 밖에 없죠. 더구나 접사는 단어의 중심에서 떨어진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고, 부차적인 것,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다 보니 자연스레 남들보다 더 닳게 된답니다.


그래서 접사는 평범한 단어를 가져와서, 소리와 뜻을 닳고 닳게 해 만들면 된답니다. 아! 그리고 또 까먹으면 안 되는 한 개념이 있죠. 역시 한국어 예시로 볼까요?

불가 不可
부당 不當
불신 不信
부정 不正
불출 不出
불허 不許

한국어의 접사 중 부정을 나타내는 접사 "불-"은 뒤에 [ㄷ]이나 [ㅈ]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오면 형태가 "부-"로 변한답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어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랍니다. 라틴어를 볼까요?

부정을 나타내는 접사 "in-" [인-]
b, p, m 앞에서는 [임-]으로 발음
c, g, q 앞에서는 [잉-]으로 발음
f, s 앞에서도 [잉-]으로 발음
l 앞에서는 [일-]로 발음
r 앞에서는 [이르-]로 발음

각 상황에 따라 발음하기 편한 쪽으로 발음이 변하는 것이 보이죠? 이렇듯 접사는 소리가 상대적으로 쉽게 변하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러면 이번 장의 지식을 적용해 빠르게 단어를 만들어 볼까요? 일단 전 장에서 만든 단어들을 나열해 봅시다.

{강} [간]
{그림자} [키에런]
{금} [틸로]
{기슭} [라이ㅌ]
{깊다} [파넬]
{끝} [압ㅌ]
{넓고 야트막한 언덕} [메]
{넓다} [게멜]
{눈} [얀]
{별} [하인]
{빛} [노ㅅ]
{빠르다} [하젤]
{사이} [빈]
{사람} [타니히]
{손} [잔ㅌ]
{습하다} [슈타넬]
{아기} [도모]
{아래 골짜기} [피ㅋ]
{어머니} [마ㅌ]
{위대하다} [게렐]
{진흙} [무ㅌ]
{크다} [헤셀]
{-ㄴ} 마지막 자음과 모음을 탈락시킴
{-의} 끝에 [ㅈ]을 더함

규칙 1: [ㄹ]과 [ㄴ]이 만나면 [ㄴ]이 됨
규칙 2: [ㅎ]와 [ㅋ]/[ㅌ]/[ㅍ]/[ㅊ]이 만나면 [ㅎ]이 탈락함
규칙 3: [ㄴ]과 [ㅁ]/[ㅂ]/[ㅍ]/[ㅃ]이 만나면 [ㄴ]이 [ㅁ]이 됨
규칙 4: 동일한 소리가 서로 붙으면 하나를 탈락

여기에 유용한 단어를 몇 개 추가해 보죠. {땅}이라는 뜻의 [라ㅎ], {안}이라는 뜻의 [인지히], {밖}이라는 뜻의 [베터]라는 세 단어를 추가해 봅시다. 이것만으로도 위의 24단어를 50단어, 100단어로 늘릴 수 있답니다. 어디 한 번 볼까요?

강 + 땅 = 강 근처 평야
∴ 간 + 라ㅎ = 가나ㅎ
(∵ 규칙 1)
그림자 + 땅 = 음지
∴ 키에런 + 라ㅎ = 키에러나ㅎ
(∵ 규칙 1)
금 + 땅 = 광산
∴ 틸로 + 라ㅎ = 틸롤라ㅎ
(∵ 라ㅎ의 ㄹ은 l이라 "ㄹㄹ"로 적음 = ①)
기슭 + 땅 = 절벽
∴ 라이ㅌ + 라ㅎ = 라이차ㅎ
(∵ 라ㅎ 앞에 ㅌ이 올 경우 차ㅎ로 변화 = ②)
깊은 + 땅 = 협곡
∴ 판 + 라ㅎ = 파나ㅎ
(∵ 규칙 1)
끝 + 땅 = 경계
∴ 압ㅌ + 라ㅎ = 압차ㅎ
(∵ ②)
넓고 야트막한 언덕 + 땅 = 고원
∴ 메 + 라ㅎ = 멜라ㅎ
(∵ ①)
넓은 + 땅 = 들판
∴ 겜 + 라ㅎ = 게마ㅎ
(∵ 라ㅎ 앞에 ㅁ이 올 경우 마ㅎ로 변화 = ③)
눈 + 땅 = 시야
∴ 얀 + 라ㅎ = 야나ㅎ
(∵ 규칙 1)
별 + 땅 = 하늘
∴ 하인 + 라ㅎ = 하이나ㅎ
(∵ 규칙 1)
빛 + 땅 = 양지
∴ 노ㅅ + 라ㅎ = 노슬라ㅎ
(∵ ①)
빠른 + 땅 = 길
∴ 하ㅈ + 라ㅎ = 하즐라ㅎ
(∵ ①)
사이 + 땅 = 통로
∴ 빈 + 라ㅎ = 비나ㅎ
(∵ 규칙 1)
사람 + 땅 = 마을
∴ 타니히 + 라ㅎ = 타니힐라ㅎ
(∵ ①)
손 + 땅 = 일터
∴ 잔ㅌ + 라ㅎ = 잔차ㅎ
(∵ ②)
습한 + 땅 = 습지
∴ 슈탄 + 라ㅎ = 슈타나ㅎ
(∵ 규칙 1)
아기 + 땅 = 집
∴ 도모 + 라ㅎ = 도몰라ㅎ
(∵ ①)
아래 골짜기 + 땅 = 쓰레기장
∴ 피ㅋ + 라ㅎ = 피클라ㅎ
(∵ ①)
어머니 + 땅 = 고향
∴ 마ㅌ + 라ㅎ = 마차ㅎ
(∵ ②)
위대한 + 땅 = 산
∴ 게ㄹ + 라ㅎ = 겔라ㅎ
(∵ 규칙 4 + 규칙 1)
진흙 + 땅 = 뻘
∴ 무ㅌ + 라ㅎ = 무차ㅎ
(∵ ②)
큰 + 땅 = 대륙
∴ 헤ㅅ + 라ㅎ = 헤슬라ㅎ
(∵ ①)

이렇듯 접사 하나만 가지고도 단어의 양을 두 배로 불릴 수 있답니다! 이걸 사용하면 고유명사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겠죠! 물론 접사의 형태를 아예 바꿀 수도 있답니다. [라ㅎ] 같은 간단한 접사라면 별로 변하지 않겠지만, [인지히] 같은 긴 접사라면 [인ㅈ]같이 좀 더 단순한 소리로 바뀔 수도 있겠죠.


또, 한 단어가 접사로 쓰이는 빈도가 많아지면 반대로 원래 뜻을 잃기도 한답니다. 이럴 때는 원래 단어에 다른 접사를 덧붙여 뜻을 확실히 해주거나, 다른 단어를 가지고 와 빈 자리를 채우거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단어가 생겨나죠. 하나씩 예시로 살펴볼까요?

접사 [인ㅈ] {안}을 더해 [인즐라ㅎ]를 {땅}이라는 의미로 사용

[헤슬라ㅎ] {대륙}을 {땅}이라는 뜻으로 사용

완전히 새로운 단어인 [마간]을 {땅}으로 사용


어떤가요? 쉽게 단어를 만들어 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러면 단어들끼리의 형태가 너무 비슷비슷해진다는 문제가 있겠죠. 위의 예시에서도 여러 세부 규칙을 더해 최대한 다양한 형태가 나오게 하긴 했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랍니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는 독특한 단어를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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