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9장 ― 비유와 의미 변화
저저번 장에서는 단어를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을 다뤘고, 저번 장에서는 그렇게 만든 단어를 가지고 어휘를 빠르게 불리는 방법을 알아봤으니, 이번 장에서는 어휘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저번 장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접사를 사용하면 단어의 수를 빠르게 늘릴 수 있지만, 그만큼 단어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기게 되고,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죠. 물론, 스토리에 중요한 단어나 자주 등장하는 단어에는 애정을 더 쏟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눈에 잘 띄는, 아니면 특별한 역사가 있는 단어를 주고 싶어지죠.
이럴 때 유용한 것이 바로 비유랍니다! 비유는 단어에 독특함을, 개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니까요.
물론 예시로 어떻게 비유를 활용해 단어를 만들 수 있는지 보는 게 가장 이해하기 좋겠죠? 예시 단어로... {강}을 들어봅시다. 단순히 뜻이 {강}인 단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단어를 가지고 어떻게 {강}이라는 의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현실의 사례를 보며 힌트를 얻어볼까요?
한국어의 "강"이야 중국어의 江에서 왔고, 이 단어는 중국인 전에 장강 유역에 살던 원주민들(현재의 동남아 사람들과 친척)의 {강}이라는 단어에서 왔다고 하죠.
영어의 river는 라틴어 rīpāria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뜻은 {강기슭의}라는 뜻이고, {강기슭}이라는 뜻의 rīpa에서 유래한 단어죠. 이 단어는 더 오래된 {경사, 비탈}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고, 이 뜻은 {찢다, 허물다}에서 나왔답니다. 경사, 비탈을 뜻하던 단어가 강둑을 뜻하게 되었고, 강둑을 의미하다 강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된 것이죠. 의미가 계속해서 변화했죠?
영어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 아닌, 똑같이 {강}을 의미하던 ēa라는 단어가 있었는데요, 이 단어는 {물}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답니다. 여담이지만 라틴어 aqua {물}과 같은 기원을 가지고 있죠.
창창어의 모델이 되는 독일어도 살펴봅시다! 독일어의 Fluss라는 단어는 {강, 흐름}이라는 뜻인데, {흐르다}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답니다. {큰 강}을 의미하는 Strom도 있는데요, 이 단어는 {흐름}을 의미하는 다른 단어에서 유래했죠. 재밌는 점은 영어의 stream도 같은 단어에서 유래했는데, 이 단어는 {개울, 시내} 같이 작은 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네요.
물론 이것 외에도 {긴 것}, {거품 이는 것}, {떨어지는 것}, {자르는 것}, {길}, {선}, {물 덩어리}, {큰 물} 같은 비유도 사용할 수 있겠죠. 아니면 더 판타지 같은 {물의 길}, {물고기의 집}, {목숨줄} 같은 비유도 사용할 수 있고요.
좋은 비유를 사용하면 독창적인 단어를 계속해서 만들어 낼 수 있죠! {불}을 나타내기 위해 {땅의 별}이라는 말을 만들거나, {금속}을 나타내기 위해 {돌의 내장}이라고 부르는 것처럼요.
거기다가, 비유는 단순히 그때 그때 쓰이는 것만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창창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별을 반짝이는 것, 가치가 높은 것의 대명사로 사용하고, 내장을 정수, 소중한 것의 대명사로 사용하는 문화가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보석}이라는 단어는 {별의 돌}, {별을 먹다}는 {맛있는 것을 먹다}, {별을 잡다}는 {불가능한 것을 해내다}, {별을 보다}는 {좋은 시간을 보내다}라고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찬가지로 {나무의 내장}을 {수액}이라는 의미로, {내장을 잡다}는 {약점을 쥐다}라는 의미로 응용할 수 있겠죠.
이렇듯 무언가의 대명사로 쓸 만한 단어를 하나 정한 다음, 계속해서 그 단어를 응용해 비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단어들에 붙어 쓰이게 되면 이 단어는 접사가 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 장에서 다룬 것처럼 원래 뜻을 잃고 다른 단어로 대체될 수도 있겠죠.
이상하다고요? 한국어의 애쓰다, 애끓다, 애타다라는 단어를 봅시다. 여기서 "애"는 창자, 간, 쓸개를 의미하는 말이죠. {창자를 쓸 정도로 힘들게 한다}, {창자가 끓는 것처럼 답답하다}, {창자가 타는 것처럼 불안하다}라는 비유가 쓰였다는 게 보이시나요? 심지어 일상에서는 "애"라는 단어가 잘 쓰이지 않는 것마저 적절한 예시네요. 심지어 "속이 타다"라는 더 직설적인 비유도 존재하니 이해도 쉽고요.
어쨌든, 이렇게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은 단순히 접사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답니다. 당장 위의 river 예시를 떠올려 보세요! {강둑}을 의미하던 단어가 {강}을 의미하게 되었죠. 단어의 의미는 언제나 여기저기 이동하니까요!
재밌는 예시로는 중국어의 脚이 있답니다. 이 한자는 원래 "다리 각"이었는데, 현대 중국어에서는 "발 족足"을 밀어내고 {발}이라는 뜻으로 쓰이죠. 또 원래 "걷다"라는 뜻으로는 "다닐 행行"이나 "걸음 보步"를 사용했지만, 지금은 달릴 주走를 사용한답니다.
의미의 변화를 사용하면 굳이 만들기는 귀찮은 단어가 있을 때, 이미 있는 단어를 갖고 와서 재사용할 수 있답니다! 의미라는 것이 마음대로 빚기 딱 좋아서, 단어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이미 있지만 사용하고 있지 않은 단어를 갖고 와도 큰 문제가 없죠. 예시를 들어볼까요?
저번 장에서 만든, 이미 있는 단어에 간단하게 {땅}을 의미하는 접사 [라ㅎ]를 붙여 만든 단어들 중에서는 [잔차ㅎ] {일터}가 있습니다. 물론 이 단어 자체도 비유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이죠. {손}을 뜻하는 [잔ㅌ]에 [라ㅎ]를 붙여 {손의 공간}, 즉 {손을 쓰는 공간}, {일터}라는 식으로 비유를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터}를 의미하는 단어를 그대로 고유명사 안에 넣긴 힘들겠죠. 그러니 의미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의미를 넣어줍시다! 창창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옛날에 사냥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이었다면, {사냥터}라는 뜻이 붙는 것이 적절하겠죠. 아니면 손으로 불을 붙이던 시절에 손으로 불을 붙이는 행위를 두고 {화톳불}이라는 뜻으로 사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사냥터}라는 뜻으로 쓰였으면 {전쟁터}라는 뜻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전쟁터}가 {전쟁}을 의미하도록 의미의 확장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반대로 {화톳불}은 {집}으로, 나아가서 {요리를 하는 곳}이나 {안식처}라는 뜻으로 쓸 수 있겠네요.
아니면 {화산}이라는 단어가 필요하다고 해봅시다. 이 의미는 {큰 화톳불}로 비유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큰 일터}로 옮길 수 있겠죠. 후대에 {화톳불}이라는 의미가 사라지고 {일터}로만 쓰이게 된다면, 화산에는 대장장이 신이 살아서 {큰 일터}라고 불린다는 설화가 있다는 설정을 만들 수도 있겠네요!
의미는 또 분화와 합체를 겪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 장에서 만든 [파나ㅎ] {협곡}, [하즐라ㅎ] {길}, [비나ㅎ] {통로}를 볼까요? 이 세 단어는 모두 좁고 긴 협곡에 쓸 수 있는 단어겠죠. 시간이 지나며 오직 [파나ㅎ]만 살아남고 다른 단어들은 자신의 의미를 모두 잃을 수 있답니다. 마치 한국어의 "메"와 "산" 같은 것이죠. 동일한 의미를 가진 여러 단어가 있으면 한 단어만 살아남거든요.
하지만 다른 단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답니다! 더 세밀한 의미를 가지면 가능하죠. [하즐라ㅎ]는 마을과 마을 사이를 연결하는 계곡, [비나ㅎ]는 좁고 얕은 협곡, [파나ㅎ]는 넓고 깊은 협곡을 의미하게 된다면 한 단어만 남겨둘 필요가 없겠죠.
이상하다고요? 1막 4장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하나의 단순한 단어가 세세한 지형을 의미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니 전혀 이상하지 않답니다. 배를 타고 물건을 팔던 상인들의 언어라면 {배가 지나다닐 수 있는 강}과 {배가 지나다닐 수 없는 강}을 구분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가축을 기르는 사람들의 언어라면 {거세한 숫소}, {거세하지 않은 숫소}, {젖을 위한 암소}, {노동용으로 사용하는 암소} 등을 구분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이렇게 다양한 단어들을 만들어 봤으니 이제는 이 단어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만 보면 끝이겠네요! 의미만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도 변화하니까요. 그러니 다음 장에서 단어의 소리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러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