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한 육아를 대비하며
주말 내내 계속 감자사라다빵이 먹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는 외국의 소도시. 이런 메뉴는 사 먹을 곳이 없다. 별 수 없다, 내가 만드는 수밖에. 게다가 집에는 처치곤란 싹 난 감자들이 있었다. 유기농 오이 연쇄살인마(냉장고에서 자꾸 썩힘)인 내가 이번엔 꼭 다 소비할 거라며 마음먹고 산 유기농 오이들도 있었다. 당근도 있고... 그래서 만들었다, 감자사라다빵! 그리고 만들자마자 빵에 올려 와구와구 먹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었던 것 같다. 바쁜 평일 낮을 솔로 육아를 대비한 내 나름의 처방이었다. 설탕, 소금, 마요네즈를 더 넣었으면 더 맛있었겠지만, 그냥 적절히 달고 적절히 짜고 적절히 퍽퍽한 저 상태도 맛있어서 최고의 맛은 포기했다. 이미 반은 내가 오늘 아침, 점심까지 먹어서 없애버렸다.
역시나 육아는 아주 퍽퍽했다. 오늘 아기가 일찍 낮잠에 드는 바람에 점심 이유식 타이밍을 놓쳤고, 나는 아기에게 우유보다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에 일어나고 바로 우유를 주지 않았었다. 그리고는 이른 저녁으로 고체식을 먹이려 했는데, 아기의 거센 반발(오열)이 있었다. 낮잠 후에 우유를 그냥 주었으면, 고체식도 더 먹었을 것 같은데, 나와 남편의 판단 미스. 아기는 아주 배고플 때 고체식 말고 우유를 먹고 싶어 한다. 아이가 이유식 메뉴인 소고기 미역 야채 잡곡 (진) 밥 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도 오열에 한몫한 거 같다. 내일은 그냥 우유나 요구르트를 오후 간식으로 주고, 저녁 메뉴로 고체식을 줄 것이다. 현재 아이의 스케줄은 다음과 같다.
오전 7시 기상 (우유 6-7 온스)
9시 빵+땅콩버터+바나나/블루베리
11시쯤 우유 4-6온스
오후 12시-12시 반쯤 점심 고체식+귤+물
3시쯤 우유 4-6 온스
5시 저녁 고체식+귤+물
오후 7시 반 자기 전 우유 7온스
보니까 우유는 하루 24온스 이하로 마시는 것이 권장되는데, 첫째는 하루 우유 섭취가 24 온스보다 초과되는 때가 많다. 우유는 물론 아기에게 칼슘 등 영양소를 주지만, 우유 섭취가 과도하면 오히려 빈혈이 생길 수 있다고 들었다. 이제 돌도 지났으니 고체식을 더 먹이고 싶은데, 내가 만드는 메뉴가 영 마음에 들지 않나 보다. 잡곡이 좀 소화하기 어렵기도 하고. 내일은 더 능숙하게 육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일단 잠에 든다. 내일은 남편이 퇴근도 좀 늦어지는 날... 감자사라다빵을 의지하여 화요일도 버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