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건축을 보고 떠오른 지금 우리의 철학

by Geami
고대이집트와 마추픽추 집단지

고대도시들을 보고는

난 웃기게도 고대에는 지붕이 없었나 싶었다

왜 이집트나 마추픽추 등 고대문명 집단지보면 다 돌벽만 남아있어서

그 레고모형이 고대문명 그 자체라고 알았는데

대부분 갈대 나무 진흙과 같은 게 지붕 주 재료였어서, 세월에 무참히 날아간 거였다

돌벽만 레고처럼 남은 교과서나 매체에서 그런 것만 보아왔으니까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뇌에 박혀있었던 것이다


돌은 귀하고 천장 지붕에 얹으려면 꽤나 기술이 필요했어서

신전이나 무덤, 궁전 같은 오래 존재해야만 하는 곳만 튼튼한 돌로 전부 지었고

일반 시민들은 기능적으로 쉴 수 있는 공간만이 필요했기에

그래서 신전이나 무덤은 온전히 남아있는 곳이 꽤 있는데, 집단지들은 돌벽만 남은 것이다


현대 건축은 산업화 이후 콘크리트와 철강 덕분에 돌집 따위야 아주 쉬운 일이 되었지만,

고대에는 모든 걸 손으로, 인력으로 해결해야 했으니 어마어마한 노동력과 기술, 자본이 필요했던 거구나

조선시대조차도 지붕은 볏짚이나 진흙으로 구운 기와로 대체했으니 말이다.


(왼)콜로세움 (오)판테온 신전 돔 오큘러스


현대 건축을 보면 로마에서 기원한 요소가 정말 많다.

아치, 돔, 콘크리트, 원형경기장, 도로망 등.

이는 그리스 시대의 조각과 비례미, 철학을 바탕으로,

로마가 실용성과 기술력을 더해 상당한 발전을 이룬 결과다.


난 개인적으로 로마 문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집트를 정복한 것도 그렇고, 어릴 적 엄마가 틀어준 '벤허' 영화 속

검투사가 경기장 안에서 죽을 때까지 싸워야 했던 장면들이 어린 내가 보기엔 너무 끔찍했다

나에게 '로마문화'라면 뭔가 너무 이성적이고 딱딱하고 잔인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딱딱한 질서와 규율 법 종교, 검투사 등 폭력의 문화, 군사와 정복의 제국본질 문화


그러나 현대문명은 로마에서 기원한 게 정말 많다

현대 지구촌 문화를 보자면 서양이 전쟁에서 이겼으니 서양문화가 지배한 셈인데

건축양식이나 법률, 종교, 철학, 사회구조 전부 이쪽에서 유래했으니,

정말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발전적인 게 많은 훌륭한 문화지만,

이면엔 비인간적이고, 정복적이고, 파괴하고, 서로 욕망과 이념으로 죽자 살자 싸우는.


만약 고대이집트가 세계를 지배했었다면 어땠을까?

이집트는 자연순환, 삶과 죽음의 연결, 우주적 질서화 조화아래 상생하는 문화였다.

우주의 질서화 조화를 중시했으니 정치, 건축, 법률이 극단적이고 폐쇄적이지 않았을 거고

환경파괴도 지금처럼 심해지진 않았겠지

그리고 죽음을 영혼의 이주로 생각했으니 삶에 있어서 큰 탐욕이나 집착이 훨씬 덜했을 것이다


여기까진 동양의 철학과는 조금 유사한데

이집트 세계관은 동양 철학과는 달리수학, 천문학, 의학, 과학등을 같이 중시하여 신성한 것과 기술의 경계를 유지하면서 둘 다 조화롭게 발전시킨 드문 문명이었다.

로마처럼 모든 걸 정복하고 지배하는 기술이 아닌,

동양처럼 조화만을 생각한 것이 아닌,

자연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하지만 현실은 로마의 합리주의 실용주의가 세상을 지배했다.

현재 세계는 속도, 확장, 경쟁, 결과를 최고로 두는 비인간적이고 파괴적인 끝없는 탐욕에 근거한다

이러한 점에서 가끔은 동양철학이 서양철학을 대신해 지배했으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동양철학은 과학기술에 가치를 두지 않았고,

유교중심의 강한 신분제도와 사상을 억압하는 금욕주의가 사회전반을 억제했다.

이런 점에 선 엄격한 신분 파라오와 하층민의 경계는 있었지만 왕은 신과 우주의 대리인으로서

인간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존재는 아니었던 이집트문화가 오히려 민주성과 자유성이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동양은 질서, 자연과의 조화, 예의 관계에 집중했지만,

기술과 창조에 대한 독립적 사고는 완전히 억압하고 있었다

이는 근대화에 치명적이었고, 19세기 서구 열강의 증기기관, 과학기술, 자본주의, 총과 배에 무참히 짓밟혔다


그러고 보면 로마가 이집트를 정복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철저한 이성 합리주의의 국가'와, '신성함을 중시하고 우주와의 조화'를 추구한 국가의 대결이라

마치 공부기계형 인간, 느리지만 깊은 사유형 인간이 같은 기간에 수능을 친다면 답은 뻔하겠지.


물론 로마시대도 철학과 문학이 상당히 발전했지만 대다수는 그리스 문화를 그대로 전승한 것이고

그 철학조차도 제국의 정당성과 정복주의 세계관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었다.

자유와 사유의 그리스 철학이 로마에선 질서와 통제의 도구로 바뀐 것이다.

이는 근대 유럽 제국주의의 뿌리가 됐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이므로 법과 규율로 다스려야 한다'

'시민은 노예, 식민지를 지배해야 한다'

'질서를 해하는 행위는 악이다'라는 강력한 이분법적 사고


이집트는 '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며 죽어서의 또 다른 삶을 이어서 사는 것 '을 중시했고

반대로 로마는 ' 인간을 어떻게 지배하고 다스릴 것인가 '를 중시했다.

이는 후에 백인주의, 아프리카 아시아의 식민지배, 계몽주의 신화 종교 말살, 우생학 인종차별 등을 낳았다

지배가 아닌 조화, 죽음은 끝이 아닌 다음 세계, 자연은 정복 대상이 아니라 신의 일부라는 세계관은

제국주의에겐 하등 쓸모없다고 여겨졌을지 모른다


나는 제국주의 얘기를 들으면 소름이 끼친다

우리 선조들도 피해자이고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도 고통받고 있다.

종족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강제분단으로 인한 내전, 부채와 자원착취, 경제종속 등은

형태만 달라졌을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어쩌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탐욕과 파괴의 끝을 향해 걷는 현대에는

"고대이집트의 기술과 영혼이 균형을 이루는 혜안 높았던 철학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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