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1: # 인생 2막, 7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11:

# 인생 2막, 7화




28. 우현이 아버님의 말씀을 되새긴다. 말씀하신 1세대 국가의 형태가 우현이와 나 그리고 승기의 모습 같아서다. 사실, 우리 셋의 삶의 방향은 너무나 다르다. 우현이는 자유로운 남자다. 다가오는 대부분 상황을 정치적으로 풀려한다. 우현이에게 상황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다. 즉 상황에 따라서 여지를 두어 합의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합의점에 도달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현의 원칙이다. 그렇기에 정해진 원칙은 없다고 믿는다. 이러한 행동은 누군가에게, 특히 승기에게는 기회주의자로 비칠지도 모른다. 확실하다. 승기는 우현이를 박쥐로 생각하니까. 그렇기에 승기는 우현이의 모든 행동을 싫어한다. 승기는 원칙주의자다. 다가오는 모든 상황을 원칙을 앞세워 옳고 그름으로 선을 긋는다. 승기는 원칙을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이를 탐욕적인 인간이라고 여긴다. 탐욕이 없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원칙을 우선한다고 믿어서다. 탐욕이 있기에, 상대방을 이용해 상황을 타개하는 게 정치적 해법이라 비난한다.



우현이의 생각도

승기의 생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


인간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유일한 생명체다.






29.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결과로 인간은 어떠한 생명체보다 지구에서 축복을 누린다. 하지만 결국, 인간이 누리는 축복은 다른 생명체의 권리를 강탈했기에 가능하다. 더군다나 인간은 스스로 선하다고 믿는다. 인간의 욕심으로 많은 종은 지구에서 사라졌다. 그렇기에 멸종 직전의 종을 보호한다는 게 얼마나 가식적인 행동이란 말인가. 반성과 후회는 인간만 저지르는 추악한[136] 변명이다. 인간을 제외한 어떠한 개체도 반성과 후회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연의 순리에 순종해서다. 인간은 사악[137]하다. 이러한 인간이 모여 정치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든, 원칙을 앞세워 시비[138]를 가리든, 그게 누구를 위함인가? 그렇기에 난 말이다. 인간은 무엇을 하지 않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다른 개체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139]라고 믿어서다. 그렇기에 존재가 희미한 탁자 위에 놓인 스투키가 되고 싶다. 이처럼 가치관이 너무 다른 우리 셋은 하나의 방향을 위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이유는 하나다. 가난해서다. 부자가 되고 싶어서다. 배고픔 앞에 모든 관념[140]은 의미 없다. 우리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인간이어서다. 우리에게는 이 선택은 최선이다.





30. 정호 님은 말을 이어간다.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면, 중진국 시절의 대한민국은 후진국 시절과 비교하면 교육률이 높습니다. 많은 이가 숙련자로서 살아갑니다. 그들의 지갑은 두꺼워집니다. 서민층은 둘로 갈라져 중산층이 탄생합니다. 지갑이 두꺼운 중산층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중진국에 살아가는 이는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을 사랑합니다. 새로운 중산층의 약진으로 소득 불균형이 점차 줄어드는 시기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선진국인 3세대 국가입니다. 하지만 선진국으로 진입하면서 중산층의 지갑은 더는 두꺼워지지 않습니다. 중진국 시절과 비교해 선진국에 사는 중산층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현상은 참으로 신기합니다.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그렇기에 중산층은 점점 사라집니다. 서민과 부자만 대한민국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사회 구조는 1세대 국가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1세대 국가는 극소수의 부자와 대다수 서민으로 이루어진 사회이기에 일사불란[141]하게 세대 간의 통합이 가능했습니다. 모두가 가난했기에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세대 국가는 부를 맛본 중산층의 몰락으로 중간 계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1세대 국가와 사회 구조가 비슷하게 그려집니다. 하지만, 서민으로 대거 유입된 중산층은 부를 누렸던 과거를 그리워합니다. 가진 자를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낍니다. 결국, 3세대 국가는 소득 불균형의 양극화는 더욱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습니다.


3세대 국가의 정부 역시 하나의 방향을 설정해 국민의 통합을 이루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높은 교육 수준으로 많은 국민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다름의 세상을 존중합니다. 이들은 가치의 중요성도 깨닫게 됩니다. 더는 자신을 희생해 국가의 대업을 이루는 행동을 선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고유성에 집중합니다. 이들 모두 다른 방향을 선이라 스스로 믿고 판단합니다. 다양한 방향을 선으로 믿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방향으로 이루어진 과거의 권위는 불편하기만 합니다. 권위를 불신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권위는 무너졌습니다. 무너진 권위로 인해, 더는 하나의 방향을 향해 뭉치지도 희생하지도 않습니다. 위 세대가 끌어주고 아래 세대가 받쳐줘 하나의 선을 이루려 노력했던 아름다운 시절은 없습니다. 각자도생[142]으로 세대의 단절만이 살아남는 길이라 각 세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대를 갈라쳐 서로 속고 속이는

개미지옥의 문을 두드립니다.


블루 고스트는 선진국에서 이미 일어난 ‘에러’를 수집해 앞으로 비슷한 ‘에러’가 발생할 국가에 공격적 투자로 이익을 거두는 집단입니다. 그렇기에 준비 없이 빠르게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은 분명합니다.


중산층의 몰락과 세대의 단절입니다.

이는 예견된 사실이며 우리는 이를 ‘에러’라 부릅니다.


블루 고스트의 타깃은 양극화로 인한 세대의 단절로 희망을 품어 미래를 꿈꾸는 것을 포기한 소외된 계층입니다. 소외된 계층은 대부분 개인입니다. 각자도생은 힘이 있는 개인에게나 가능한 소리입니다. 소외된 계층이 목소리를 내려면 집단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집단적 행동은 소외된 계층이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각자도생입니다. 블루 고스트는 기득권층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이용해 소외된 사람을 모아 다시 한번 꿈을 꿀 수 있도록 인생 2막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질문의 답은 우현이를 통해서 전달하겠습니다. 다음 일정이 있어서 영상통화를 종료해야 합니다. 블루 고스트가 아닌 멤버에게 이처럼 자세한 사업 설명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만큼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네요. 대한민국의 소외된 계층에게 힘이 돼주세요.”





31. 우현이 아버님의 마지막 메시지로 너무나 혼란스럽다. 단순한 투자 사업이라 생각했다. 대한민국의 소외된 계층에게 힘이 되기 위한 사업이라고는,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안이 벙벙하다. 우리 셋이 뭐라고, 정말 우현이 아버님이 기대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아니, 이게 가능한 사업이기는 할까? 모든 게 혼란스럽고 두렵다.



“우현아, 철학 강사로 살면서, 늘 꿈꾸던, 하지만 용기가 없어 실행하지 못했던, 숭고한 일을 드디어 만난 기분이다. 전세 사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난 힘없는 소외된 계층이다. 울화통 터져 매일 잠을 이루기도 어렵다. 너무나 분했다. 정말 세금 한 번 밀리지 않은 모범 납세자였는데!! 혼자서 아무리 목소리를 내어도 국가는 내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그래, 우현아, 난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정말 필요하다고!! 너를 통해 돈만 벌 수 있다면, 그게 범죄라도 상관없었다. 그게 국가에 복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아버님의 이야기로 다시 꿈꿀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망가지지 않아도 재기할 수 있다는, 정말로 인생 2막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희망을 블루 고스트가 내게 선물해 줄 것 같아. 우현아, 진심으로 고맙다. 이처럼 숭고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줘서. 나 정말로 열심히 해볼게. 너무나 고맙다. 더는 나를 망치지 않게 해 줘서.”





32.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행복한 승기의 얼굴을 처음으로 본다.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 승기가 우현이와 함께하려고 무엇을 버려야 했는지 알지 못했다. 승기는 누구보다 신념을 버리는 게 죽기보다 싫었을 사람이다. 친구로서 그 마음까지는 헤아리지는 못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전세 사기를 당했다고 내게 털어놓았을 때, 그저 승기를 다그치기에 급급했다.[143] 사실, 전세 사기와 승기의 모난 성격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그런데도 모난 성격으로 인해 승기가 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왜 그런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내심 승기의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걸까? 너도 별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걸까? 그건 절대로 아니다. 가끔 나도 모르는 인격이 내 안에 살아 숨 쉬는 기분이다. 난 승기의 모난 성격을 좋아한다. 그래, 승기는 단지 피해자일 뿐이다. 괜스레 승기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승기에게 이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인생 2막을 시작한다.

더는 우리에게 시련은 없다.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너무 불쌍하니까.



to be continued....



[136] 추악하다: 더럽고 흉악하다.

[137] 사악 (邪惡): 간사하고 악함.

[138] 시비 (是非): 잘잘못. 옳음과 그름.

[139] 도리(道理): 사람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 길.

[140] 관념 (觀念): 어떤 일에 대하여 가지는 생각이나 견해.

[141] 일사불란 (一絲不亂): 질서가 정연해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음.

[142] 각자도생 (各自圖生): 제각기 살길을 도모함.

[143] 급급하다: 한 가지 일에 마음이 쏠려 다른 일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