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2: # 프로파간다, 1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12:

# 프로파간다, 1화







“아버지가 말씀했지만, 우리의 고객은 사회의 소외층이야. 효상이 승기 그리고 나처럼, 그들에게 다시 한번 인생 2막을 열어주는 종잣돈을 마련하는 게 최종 목표지. 아버님 말씀처럼, 세대의 단절은 부동산 버블을 일으킬거야. 그러려면, ‘에러’를 이용해 투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궁극적으로 우리는 부동산 버블을 활용해 부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할거야. 부자들의 돈을 합법적으로 소외층 투자자 계좌로 이동시키는 거야. 어때, 멋지지 않냐?”



1. 부동산 버블을 이용해 부자들의 심리를 역이용한다고? 그리고 그들의 돈을 합법적으로 빼앗는다고? 무섭고 가슴 설레는 발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죽어서 가져가지도 못할 부자의 돈이 소외층에 쓰인다면, 그것만큼 정의를 실현하는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우리 지금 무슨 일을 하려는 거냐? 도대체? 대한민국이 우리에게 상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우현아, 그래서 부동산 버블을 활용해 어떠한 사업을 하는 거지? 그나저나 부자가 그리 바보도 아니고, 어떻게 그들의 돈을 합법적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지 이해가 안 돼. 아버님한테 받은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줘. 임우현 대표님.”





2. 역시, 승기다. 이럴 때 승기가 아군이라는 게 참 든든하다. 참 날카롭다. 그래, 승기야, 나도 그게 궁금했다. 어떻게 내 속을 그리 잘 아는지. 그나저나 얼마 전 정호님과의 영상 회의는 충격적이다. 여전히 그의 카리스마에 취해있다. 승기보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지닌 아버님, 무엇을 물어보든지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진정한 어른처럼 느껴진다. 아버님은 진짜다. 40대 중반을 넘어선 우리 셋, 삶의 무게를 각자의 방식으로 느끼는 중이다. 인생의 고뇌와 씨름하면서 조금씩 성장 중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어린 세대에게 조언하기가 어렵다. 꼰대라 불리기 싫어서가 아니다. 평생을 다름을 인정해야 행복한 길에 이른다고 배웠다. 하지만 이렇게나 다른 우리 셋은 전혀 행복하지 않다. 도대체 왜? 왠지 다름은 서민을 달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살아갈수록 진하게 느낀다. 부자들은 평생 옳고 그름의 세상에 살아가면서 우리에게만 다름의 세상이 존재하는 것처럼 선동하는 기분, 그렇게 우리의 시간과 돈이 그들에게 흘러간다는 비참한 기분, 40대 중반을 넘어선 자라면 다들 어렴풋이 느끼지 않을까? 그래, 난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여전히 모르겠다. 여전히 인생의 오답 노트를 작성해서다. 정말로 모르겠다. 무엇을 해야 외톨이로 살지 않고 행복한 길로 이를 수 있는지를. 하지만, 아버님과 대화하면서 무한한 안정감을 느꼈다.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는데, 그래, 단단한 포근함이다. 나도 안다. 단단함과 포근함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포근함은 단단할 수 없고, 단단함은 포근할 수 없다. 하지만 아버님의 말씀은 단단함 그 자체다. 블루 고스트가 계획하는 일은 오차도 있을 수 없다고, 아니 그 오차를 이용한다는 대범함은 단단한 알고리즘이 없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발상이다. 그 단단함 속에 있으니, 긴장은 풀리고 마음은 편해진다. 그렇게나 단단해 보이는 아버님 말씀 안에서 나의 긴장은 사르르 녹는다. 마음은 편안해진다. 소르르 잠이 쏟아진다. 너무나 포근해서다.



“승기야, 일단 부자들의 구미를 당기려면, 특정 지역을 선정해 부동산 버블을 통한 차익 실현을 보여줘야 해. 그래야, 그들의 지갑이 열리지, 안 그래? 일단, 사업의 성공이 먼저야. 당장 그들이 우리에게 호감을 보이지는 않아. 그래서 블루 고스트에서 진행할 사업은 다음과 같아.


소외층을 대상으로

아파트 리스 사업과

아파트 조각 투자 크라우드 펀딩


일단, 효상이는 글을 잘 쓰니, 효상이와 투자 관련한 브로셔, 카탈로그 등을 만들 생각이야. 그리고 승기는 말을 논리적으로 잘하니, 승기는 아파트 리스 사업과 아파트 조각 투자 크라우드 펀딩 관련한 내용을 매스 미디어를 활용해 홍보할 거야. 블루 고스트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소외층에 스며들기를 바래.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자. 일단, 효상이는 타깃층을 대상으로 전달한 간단한 소개글을 작성해 보내줘. 소외층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감동적이면서 선동적인 글을 부탁해. 그것이 우리의 첫 번째 업무가 될 거야. ”






3. 임우현 대표로부터 첫 번째 업무를 받았다. 소외층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감동적이면서 선동적인 소개글을 원한다. 선동은 타인을 부추겨 특정 단체의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대체로 부정적 의미로 쓰이는 단어이기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하지만 우리 사업은 그렇지 않다. 특정 단체인 블루 고스트가 원하는 게 소외층의 해방이다. 소외층을 활용해 부정적 이득을 취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한 해괴망측한 일이었다면, 처음부터 우현이가 함께 하자고 했을 리가 없다. 그래, 우리는, 나는 지금 선한 영향력을 펼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첫걸음으로서 소개글을 잘 쓰려면, 일단 핵심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적절한 키워드는 많은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동질감을 선물한다. 논리적인 키워드보다 감정을 자극하는 키워드가 좋다. 선동하기 좋은 단어가 있을까? 일단 검색을 해보자.



프로파간다[144]





4. 검색하니, ‘프로파간다’라는 용어가 눈에 띈다.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한 내용을 뒤적거리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다. 주위에 손에 잡히는 옷을 주섬주섬 입은 후 외출한다. 아무래도 난 디지털 세상에서 길을 잃은 아날로그인 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이 제아무리 정보의 바다라 하더라도 정보 검색의 마무리는 나만의 아지트인 중고 서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모든 정보의 소중함과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유일한 공간이어서다. 오늘도 이곳에 도착해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을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이들의 독특한 잔향에 취해서다. 어랏? 복잡하고 답답한 내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띈다. 책을 책장에서 꺼낸다. 책장을 넘긴다. 그리고 타임머신을 타고 누군가의 과거에 서 있다. 페이지에 고이 숨겨둔 이전 주인의 사연을 머금은 깊은 향을 느낄 수 있어서다. 때로는 시큼하지만 기분이 산뜻해지는 감귤처럼, 때로는 진한 고소함을 머금은 커피처럼, 때로는 달짝지근한 솜사탕처럼, 때로는 피곤한 몸을 녹이는 라벤더처럼, 그렇게 중고 책은 이전 주인의 공간을 알려주는 독특한 향을 내뿜는다. 이전 주인이 누구인지, 몇 명의 손길을 거쳐 이곳에 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전 주인 역시, 나와 비슷한 감정으로 이 책을 고르지 않았을까? 중고 책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중고 책은 내가 외톨이가 아니라고 위로한다.



잉크 냄새가 가득한

갓 인쇄된

새침한 새 책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다.


내가 중고 책을 사랑하는 이유다.





5. ‘프로파간다’의 이해를 도울 책을 집은 후, 한참을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



“구매자의 세계를 통째로 변화시켜.... 그 제품을 탐내도록....”[145]



구매자의 세계를 통째로 변화해 제품을 탐하게 하는 게 프로파간다의 의미인가? 부정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마음에 든다. 보이지 않는 세력으로 나도 모르게 제품을 구매한 게 있을지 모른다. 이들의 힘으로 예전에는 옳다고 믿었던 세계관은 변했을지도 모른다. 만약에 이들의 방향이 선하다면, 만약에 그들의 마음이 바른 방향이라면, 선택의 결과도 당연히 선을 따르는 바른 방향이라고 믿는다. 결국, 프로파간다 자체가 부정적인 게 아니다. 악마의 입맞춤으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도, 천사의 포옹으로 구름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향하는 것도, 모두 누군가 정해놓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지금 그들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내게도 이들의 영향으로 천국을 향했던 경험이 있을까? 생각해내야 한다. 그래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한다. 그래야 많은 이를 행복한 구름다리를 건네게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무엇일까? 안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낸다. 지갑을 열어 예전에 받았던 명함을 살핀다. 명함에 적힌 이름을 찬찬히 읽어본다. 신기하다. 이들과 전혀 연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시는 그렇게나 중요했던 사람이어서다. 하루가 멀다고 연락했던 사람이어서다. 나에게 영감을 주는 멘토이어서다. 놀이동산을 좋아하는가? 바이킹은 놀이동산의 진리다. 기구의 끝자리에 앉아, 담력을 과시하려고, 두 팔을 높이 올린다. 내려올 때 가슴이 간질거리는 그 기분을 나는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바이킹을 탄 후, 알게 되었다. 바이킹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이렇게나 위험한 기구를 그렇게나 사랑했던 이유를 지금은 알 수 없다. 더는 놀이동산의 진리는 바이킹이 아니다. 현재는 위험한 사고가 일어나기 희박한 회전목마가 놀이동산의 진리다.



명함에 적힌 멘토들은 멀어진 바이킹이다.

멘토의 이야기는 무지했고 위험했다.


그들은 점점 시시해졌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있다면


외부의 상황은

항상 변한다는 사실이다.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진실을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바보 천치인 바로 나.



to be continued....



[144] 선전(宣傳, 영어: propaganda, 러시아어: Пропаганда, 프로파간다)은 일정한 의도를 갖고 세론을 조작하여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의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145] 에드워드 버네이스, 『프로파간다』, 김미경 옮김, 공존, 2009, p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