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1: # 인생 2막, 6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11:

# 인생 2막, 6화






23. 궁금한 게 무엇이냐고 되물으니 막상 무엇이 궁금한지 생각하게 된다. 사실, 궁금한 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현이가 우리를 속일 리도 없거니와 우현이 아버님까지 등판한 이 마당에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까? 한 점의 의심도 없다. 그래도, 무언가 물어야 한다. 승기를 슬쩍 쳐다본다. 승기야, 매운맛은 이럴 때 사용하는 거다.



“안녕하세요, 우현이 아버님, 아니 정호 님,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을 통해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김승기라고 합니다. 정호 님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프로젝트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관련한 업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 몇 개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모든 나라가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러’가 있다고 들었는데,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에러’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두 번째,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에러’를 활용해 진행하는 사업의 종류와 전략을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세 번째, 프로젝트 사업이라 들었습니다. 투자 후 자금을 회수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효상이가 해야 할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24. 김승기, 질문이 너무 많잖아. 매운맛도 적당하게 보여줘야지, 첫날부터 이러기냐? 나도 모르게 우현이를 쳐다본다. 상기된[134] 우현이가 보인다. 하지만, 아무 말하지 않는다. 승기의 질문에 당황한 듯 보이지만, 우현이도 내심 아버님의 답변을 궁금해하는 눈치다. 나 역시, 아버님은 승기의 질문을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우리 셋은 승기의 질문을 끝으로 말없이 모니터를 바라본다. 승기의 매운맛에 적잖이 놀랐을까? 아버님도 한동안 말이 없다. 생각에 잠긴 듯하다.



“우현이가 훌륭한 친구를 곁에 두었군요. 승기 님의 질문을 들으니 비로소 안심되네요. 그리고 진행할 사업이 성공하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질문이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래요, 승기 님, 첫 번째 질문부터 답해줄게요.


첫 번째로, 대한민국에서 곧 일어날 ‘에러’를 알고 싶다고 했는데요, 앞으로 일어날 ‘에러’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중 하나만 이야기토록 하지요. 이 ‘에러’는 모든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이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 ‘에러’는 세대 간의 단절, 즉 민족의 분리입니다.


민족의 분리라고 하니 거창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세대 간의 단절은 대표적인 ‘에러’의 예시입니다. 후진국과 중진국 시기에는 세대 간의 단절은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세대 간의 크고 작은 갈등은 늘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은 하나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발생합니다. 즉, 시스템을 벗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표면적으로는 다툼이 잦은 것처럼 보여도, 외부적으로 큰일이 일어나면 세대 간의 통합은 자연스레 이루어집니다. 대한민국이 1997년 금융 위기로 인해, IMF로부터 빌린 금액을 조기에 상환한 기적을 다들 기억하나요? 세대 간의 통합이 이루어진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만약, 2023년 대한민국에 같은 금융 위기가 일어나면, 민족의 통합은 과거처럼 일어날까요?

그러기는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은 분리된 세대를 하나로 묶어줄 통합의 시기를 이미 놓쳤습니다. 골든아워[135]를 놓친 거지요. 세대 간의 단절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겪는 중입니다.”





25.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고?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다만, 아버님은 다른 의도로 말씀하신 것 같다. 우리 모두 침묵으로 아버님의 이야기를 재촉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 어디서 들어본 소리지요? 하지만 제가 말한 의미는 조금 다릅니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으로 진입했기에, 대한민국 국민은 현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겪는 중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선진국으로 진입하면 모든 국민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미 답은 여러분이 알고 있지요. 여전히 우리는 불행합니다. 특정 세력만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무 이유 없이 화가 난 적이 있습니까?

길거리를 걷다가

문득 나만 불행하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

주위 사람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왜 우리는 불현듯

이러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게 되었을까요?


불안감에 원인을 비단 개인의 노력 부족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나는 게으르고 그들은 부지런해서 이렇게나 차이가 벌어졌을까요? 그래서 불안감에 사로잡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오늘을 살아가야 하나요? 우리의 잘못인가요?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선진국에 진입해서입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서민과 중산층을

더욱더 불행하게 합니다.”





26. 우현이 아버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블루 고스트라는 집단의 정체가 더욱더 궁금해진다. 대학 시절, 우현이는 아버지가 대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한다고 했었다. 아니, 이러한 식견을 가진 분이 레스토랑을 운영했다고? 지금 난 대학생 때로 돌아가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도대체 우현이 아버님의 정체가 무엇일까? 선진국으로 진입했기에 우리가 불행하다고 말하는 아버님의 생각은 가히 충격적이다. 그렇다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소리인가? 개인의 노력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로 우리가 모두 불행하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용기를 내어 질문을 해보자. 너무나 궁금하다. 아버님의 생각이.



“안녕하세요, 저는 우현이 친구, 안효상입니다. 아버님의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며 신선한 관점입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선진국으로 진입하면, 세대 간의 단절, 즉 민족의 분리가 왜 이루어진다는 말씀인가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아버님은 짧은 헛기침 후 말을 이어간다.



“그래요, 효상 님, 우현이를 통해 이야기 종종 들었습니다. 이렇게 얼굴 보면서 이야기하니 참 좋습니다. 우현이가 효상 님을 많이 아끼는 것 같습니다. 우현이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아비로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는 공적인 업무로 모였습니다. 앞으로는 정호 님으로 호칭을 통일했으면 합니다. 그래요, 이제 승기 님의 두 번째 질문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에러’를 활용해 무슨 사업을 하려는 지 이야기해보죠. 그러면 효상 님의 질문에도 적절한 답변일 것 같네요.”





27. 아버지는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 간다.


“세상 어디를 뒤져도 세대 간의 소득 불균형을 해결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소득 불균형으로 공통적인 ‘에러’는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각 나라의 현재 처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소상공인으로 이루어진

1세대 국가인 후진국인지


중견 기업으로 성장 중인

2세대 국가인 중진국인지


마지막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한

3세대 국가인 선진국인지


각 나라의 처지에 따라서 일어날 ‘에러’도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교육 수준과 임금 격차는 비례적입니다. 후진국인 1세대 국가에서 사는 국민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기술력이 없는 일반 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결국,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은 소수의 숙련자가 많은 소득을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결국, 후진국은 높은 교육 수준을 지닌 극소수와 교육 수준이 낮은 다수로 이루어진 사회입니다. 물론 이들 간의 임금 수준의 격차는 상당합니다. 하지만 아직 1세대 국가에서는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을 사회적인 문제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모든 세대가 가난해서입니다.

모든 세대가 배고파서입니다.


그렇기에 1세대 국가의 다수는

불행한 오늘을 자양분 삼아

행복한 내일을 상상합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서

세대 간의 통합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물론, 1세대 국가는 모두를 위한 적절한 정책을 구사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가면 자연스레 수많은 문제점은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1세대 국가에서 사회적인 이슈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감추거나 모른척합니다. 교육의 부재로 가치를 지키는 게 왜 중요한지 알지 못해서입니다. 그렇기에 1세대 국가의 대중은 가치를 외면한 채 똘똘 뭉쳐 본능을 좇습니다.


이들은

절대적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서입니다.”



to be continued....



[134] 상기 (上氣): 흥분하거나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짐.

[135] 사고 발생 후 환자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수술과 같은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는 최소한의 시간(보통 1시간 이내)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환자가 중상을 입은 후 응급 치료의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1시간을 의미한다. [출처:나무위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