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1: # 인생 2막 4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11:

# 인생 2막 4화






14. 승기의 입이 삐죽거린다. 은연중,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곧 승기의 입이 떨어지겠구나. 승기야, 이번에는 좀 매운맛으로 우리의 사업을 조금 더 견고하게 해 봐라. 침묵은 금이라 말하지만, 지금의 침묵은 금도 뭣도 아니다.



“우현아, 우리가 사업을 제대로 이해해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려면, 아무래도 아버님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버님 하고 대화할 수 있을까? 그래야 사업의 가능성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고.”



반신반의하는 승기를 우현이는 쏘아본다. 이내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격양된 목소리가 카페에 빈 곳을 채운다.



“승기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한테나 아버지지, 아시아 헤드라고 아시아 헤드! 이해가 안 돼? 아시아 헤드가 무엇이 아쉬워 너를 만나서 사업 설명을 해야 해?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거야? 아버지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너한테 허락을 맡아야 해? 더군다나, 우리가 투자하는 것도 아니야. 그저 아버지의 생각을 따라서 블루 고스트의 착수금으로 실행하는 것뿐이잖아. 우리는 그저 수행원에 불과해. 안 그래? 저번에도 말한 것 같은데, 못 미더우면 빠지라고. 그때 끝난 이야기를 또 해야 해? 네가 아니어도 이 일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지천[130]으로 널려 있어. 자꾸 그런 식으로 분탕질이나 치려면 천만 원 토하고 집으로 돌아가.”






15. 볼드몰트 사건 때와는 사뭇 다른 우현의 반응에 내가 더 놀란다. 승기에게 이처럼 강한 적대감을 내비친 적은 처음이어서다. 평소의 우현이 답지 않다. 확실히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대화를 하였다. 하긴 통장에 천만 원이나 입금했는데, 의심하는 승기가 서운할 만하다. 그렇다고 이렇게나 화를 낼 일인가? 우현이의 분위기가 변했다. 하지만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대체 이 분위기는 뭐지? 그래, 상사가 부하직원을 나무랄 때 이런 분위기다. 일단 승기의 반응을 지켜보자. 그 후, 둘을 중재할지 결정하자. 그래도 준 것을 다시 뺏으려 하냐? 승기 사정 뻔히 알면서.



“우현아, 미안하다. 그런 뜻은 아니었어. 이번 프로젝트로 한몫 크게 잡고 싶다. 그래 더는 묻지 않고 시키는 일 열심히 할게. 그럼 나와 효상이는 무엇을 해야 하지?



상하 관계가 분명하게 정해지는 순간을 목격 중이다. 친구라 하더라도 사업을 하려면 상하 관계는 있는 게 좋다. 그래야,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우현이와 우현의 아버님이 도모하려는 사업이다. 나와 승기는 그저 그들이 짜놓은 계획 일부에 참여할 뿐이다. 솔직히, 우현이가 말하는 ‘에러’를 모르면 어떠한가? 블루 고스트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떠한가? 분명한 것은 우현이가 보낸 천만 원이다. 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 어느 누가 공짜로 천만 원을 주는가? 내 주위에는 단연코 한 명도 없다. 그리고 대학 시절, 내 옆에서 말벗이 되어준 유일한 친구다. 우현이가 없었다면 동아리 활동도 꾸준하게 하지 못했다. 워낙 표현을 못 하는 성격인지라 대부분 하고 싶은 말을 우현이가 대신해 주었다. 나도 눈치채지 못한 내 마음을 먼저 헤아려 챙기는 우현이의 살가운 행동은 늘 고마웠다. 그런 사람이 임우현이다. 우현이는 우리에게 해가 될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 우현이는 나와 승기를 상대로 사기를 칠 놈이 아니다. 우현이가 가져온 놀라운 소식 때문이었을까?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인다. 카페에서 2시간째 있었는데도 트리가 있는지도 몰랐다.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린 수많은 전구가 반짝인다. 일정한 규칙으로 전구가 깜박인다. 작고 아담한 전구의 불빛은 허전하게 느꼈던 카페를 채우고 있다. 따뜻하다. 내 마음도 덩달아 따뜻해진다. 올해도 곧 끝난다. 우현이는 하나님이 보내준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승기야, 그래 나도 알고 있다. 네 마음. 얼마나 간절한지. 우리는 널 외톨이로 만들지 않아. 일단, 오늘은 이 정도만 이야기하자. 다음 계획은 착수금으로 대한민국에서 회사를 설립해야 해. 회사를 만드는 것은 나와 아버지 일이야. 너와 효상이는 일단 기다리고 있어. 회사 만든 후에 다시 연락할게. 그리고 승기, 네가 고민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다. 아버지와 상의 후 알려줄게. 너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지를. 나 그렇게 빡빡한 사람 아니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너희들과 이런 기회를 나누지도 않았어. 나 역시 믿을 사람이 필요해. 너희도 알잖아. 우리 셋뿐이라고. 이 험난한 세상에서.”



16. 우현이와 만남 후, 두 달이 흘렀다. 우현이는 단톡방에서 진행 상황을 꾸준하게 말한다. 아주 신이 난 게 분명하다. 문자로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 있는 온갖 이모티콘을 남발 중이어서다. 다른 사람이 단톡방을 보면 방금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단톡방의 분위기는 화사하다. 회사 설립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우현이는 사모투자 전문회사를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나와 승기는 무한책임사원이라고 한다. 우현이가 말하는 무한책임사원이 무슨 소리인가 싶어 검색해 본다.



회사의 채무에 관하여 회사 채권자에 대하여

직접·연대·무한의 책임을 부담하는 사원[131]



“직접·연대·무한의 책임을 부담하는 사원”이라는 게 부담스럽다. 위험한 일을 하려는 건가? 우현이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회사 설립 요건 상, 이름이 필요할 뿐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피해가 갈 일은 전혀 없다고 호언장담한다. 하긴, 나와 승기에게 무슨 피해가 있겠느냐, 기껏해야 우리끼리 영차영차 하는 프로젝트인데. 하지만, 사모투자 전문회사라는 회사 종목은 낯설고 어색하다. 이렇게까지 거창할 이유가 있을까? 승기는 아무 말이 없다. 단톡방에서 승기는 그저 이 문장만 복사해서 붙인다.



“어, 그래, 고마워.

준비해 바로 보내줄게.”





17. 승기가 고분고분해진 게 싫지는 않지만, 승기답지 않아서 걱정이기는 하다. 그리고 정말,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관심은 있는 걸까? 하긴 관심이 없다면, 자기 이름을 ‘무한책임사원’에 올린다고 했을 때, 엄청난 반응이 있었을 거다. 관심은 분명히 있다. 승기는 우현이의 천만 원을 요긴하게 쓰는 중이니까. 그래 그게 맞는 것 같다. 승기는 우현이를 상사처럼 대한다. 우현이의 천만 원을 받은 순간부터 자기를 고용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우현이 말에 토를 달지 않는 승기라니. 우현이가 단톡방에 파일을 하나 보냈다. 관련한 내용을 꼼꼼하게 읽은 후 사인하라고 한다. 파일을 열어 본다.





우현이는 이런 서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우현이는 너스레를 떠는 이모티콘을 보내며 단톡방에서 말한다.


“금융감독원에서 배포한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 실무안내’를 참조했어. 물론 대부분 과정을 아버지가 도와줘. 그래도 쉽지가 않아. 하지만, 미래가 확실하니까 정말로 즐겁다. 이게 다 너희들하고 잘 먹고 잘살려고 하는 행동이다. 나중에 정말 고마워해야 한다. 알았지? 아, 그리고 무한책임사원으로 등록하려면 서류가 좀 많아. 지금 알려줄게. 둘 다 준비해서 바로 보내줘.”



우현이가 요구하는 무한책임사원이 되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가 제법 많다. 그래도 정말 확실한 무언가를 좇으니 이전과 다른 느낌이다. 정말 인생 2막이 펼쳐지려나? 그랬으면 좋겠다. 승기가 로봇처럼 맞장구를 친다.


“어, 그래, 고마워.

준비해 바로 보내줄게.”





18. 우현이가 요청한 서류를 보내고 약 2주가 지났다. 사실, 우현이가 무엇을 하려는 지 전혀 알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우현이의 아버님이 무엇을 하려는 지 전혀 알 수 없다. 사모투자전문회사가 무엇을 하는지도, 무한책임사원이 무엇을 책임을 지는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장래가 밝다는 희망이다. 단톡방이 울린다. 우현이 소식이었으면 한다.



“얘들아, 사무실 방금 계약했다. 다음 주에 보내준 주소로 모여라. 그리고 승기가 이야기한 것도 반영했어. 다음 주에 아버지를 모시기로 했어. 아버지가 효상이와 승기에게 업무를 전달할 거야. 하지만 이처럼 직접 전달하는 경우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보안이 생명이라. 이번에는 내 부탁으로 특별히 이루어지는 만남이야. 다음부터는 내가 전달하고 관련한 업무를 보고 받을 거야. 그럼 다음 주에 보자고. 이제 진짜 시작이다. 우리의 인생 2막!”



숨도 안 쉬고 승기가 답장한다.



“어, 그래, 고마워.

다음 주에 보자.”



To be continued....



[130] 지천: 하도 많아서 별로 귀할 것이 없음.

[131] 두산백과 두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