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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테난조 Nov 27. 2023

Episode 15: # 엉킨 실타래, 1화






Episode 15:

# 엉킨 실타래, 1화







“굳 모닝, 효상아, 승기야.

오늘도 힘차게 달리자고.”



1. 일단, 모든 게 일단락[256] 지었다. 기자와 관련한 사건도 해결했고, 승기가 예민하게 생각해 일어난 해프닝도 끝났다. 재건축 사업도 순조롭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나와 임 대표의 관계가 회복되었다. 이제는 항상 셋이서 회의한다. 모든 최신 정보를 승기와 동시에 공유한다. 그동안 말은 안 했지만, 직원들의 태도도 달갑지 않았다. 승기를 나보다 상사로 대해서다. 하지만 더는 아니다. 직원 모두 나를 승기처럼 대한다. 직원 모두 나를 승기처럼 존중한다. 회사 내에서 나의 입지[257]가 예전처럼 살아나, 요즘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기쁘다. 즐겁다. 행복하다. 회사 다닐 맛 난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느꼈지만, 블루 고스트는 우리 셋이 판단할 레벨이 아니다. 블루 고스트는 다 계획이 있다. 그저 우리가 좇아가지 못할 뿐이다. 승기로 인해 또다시 흔들렸다. 부끄럽다. 이제는 더는 흔들리지 않으리다. 승기는 여전히 우리가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겉으로 보아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한다. 이 일이 범죄라면, 저렇게 열심히 일할 수는 없는 거다. 보이지 않는 영역을 보지 않고 생각만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자. 생각한다고, 생각한 대로 흘러간 적이 없으니까. 보이는 것만 보자. 보이는 것만 믿자. 더는 외톨이가 아니다. 신바람 난다.



“효상아, 그리고 승기야, 한국에는 부자가 정말로 많다.

정말로 이들의 돈은 그냥 썩고 있어. 좋은 일에 이들의 돈을 활용해야 해.”






2. 임 대표가 말하는 좋은 일이라는 게 재건축사업이다. 아직 시공사를 정하지는 않았다. 재건축사업의 시발점인 토지의 매매가 끝나지 않아서다. 토지의 소유자가 여러 명이면, 나중에 시청에서 건축관련인허가를 받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시공사를 정하기 전에, 우선하여 토지 소유권 정리가 끝나야 한다. 그러려면, 관련한 아파트와 지역의 주민을 모두 이주시켜야 한다. 순조롭게 진행했던 이주문제가 몇몇 거주자와의 마찰로 지연된다. 거주비용문제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그래서, 해외투자사업에 들어갈 부자의 돈을 국내 사업에 융통해서 활용하는 방안을 우현이는 마련한다. 물론, 부자는 이를 모른다. 그들의 원금은 블루 고스트에 30년 동안 묶여 있기에, 그리고 또 다른 투자자를 물어 오지 않는다면, 분기별, 즉 1년의 4번만 해외사업투자 관련 수익을 받는다. 또한, 투자 계약서에는 블루 고스트의 투자방식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부자의 돈을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는 우리 마음이다. 이들의 돈을 국내 사업을 위해 쓰기로 한다. 물론, 해외투자사업에 관련한 비용이기에 블루 고스트의 허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안 될 말이다. 엄연하게 쓰이는 곳이 달라서다. 그리고 그런 요청을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정호 님은

우현이의 아버지다. 






3. 정호 님은 임 대표가 좋은 성과로 블루 고스트에서 입지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재건축 사업은 임 대표에게도 정호 님에게도 중요하다. 정호 님은 미래의 아시아 헤드로 임 대표를 낙점했는지도 모른다. 아빠찬스를 앞세워, 현재 우리는 부자의 돈을 국내에서 마음껏 활용한다. 첫 번째로, 우리의 최대 골칫거리를 해결하기로 한다. 합의하지 않은 거주자와 협상이다. 최대한 이사비용을 맞추기로 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그곳에 거주하는 집주인이 아닌, 세입자만 대상이다. 물론, 집주인은 이 사실을 모른다. 괜찮다. 어차피 재건축이 끝나면, 그들은 몇 배의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세입자는 다르다. 재건축이 이루어진 들, 그들에게 돌아갈 이익은 없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적은 이사비용으로 쫓겨나는 처지이다. 임 대표는 세입자의 명단을 구해 지시했다. 그들에게 알맞은 이사비용을 주라고. 그리고 그 업무를 내게 맡긴다.



“안녕하세요, ○○○님이시죠? 저는 안효상입니다. 이번에 재건축사업 인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 왜 자꾸 전화하는지 모르겠네요. 저희 이사 나갈 수 없다니까요, 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거주할 생각입니다. 세입자로서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하는 세상은 더는 없어요. 그러니, 더는 귀찮게 말고 전화하지 마세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세상이 아니지요. 억지로, 힘으로, 강요해서 세입자를 밖으로 내몰 수는 없어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전화하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수차례 전화했으니 얼마나 신경 쓰이고 불편했을까요. 하지만, 이미 설명을 들어서 알고는 있겠지만, 재건축사업은 그 지역 발전을 위해 정말로 필요해요. 경제특구지역과 가까워도 그 지역을 개발하려는 조짐은 없으니까요.”

 

“그게 세입자와 무슨 상관이 있나요? 집주인한테나 좋은 일이지. 저랑은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만약에요, ○○○님, 상관이 있다면 관심을 보이겠어요?”

 

“저와 관련이 있다고요? 그런 소문은 금시초문[258]인데요.”

 

“맞습니다. 갱신청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와 원활한 협의를 하려고 그동안 저희 직원이 전화했어요. 매일 같은 소리를 들으니 얼마나 지겨웠을까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전화한 이유는요, 대표님과 상의한 결과, 세입자의 편의를 최대한 봐주기로 해서입니다.”

 

“우리의 편의를 최대한 봐준다고요?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이사비용과 위로금을 제공하려고 하는데요, 어떠세요?”

 

“위로금이요? 그래서 얼마나 되는데요?”

 

“○○○님, 이사비용 포함해, 1000만 원입니다. 이러한 제안은 누구도 말하지 않아요. 만족할만한 액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나 많이요? 세입자한테? 정말 부럽네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도 위로금을 제공할 정도면, 도대체 재건축 후, 얼마나 오른다는 소리인가요?”

 

“어르신, 집주인이 돈을 버는 문제는 생각할 게 아니에요. 우리 처지가 집주인과 같지 않으니까요. 돌려받을 전세금과 1000만 원을 고려하면, 근처 어디든 이사할 수 있습니다.”

 

“아니요, 전 그냥 여기서 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더 거주할 생각입니다.”

 

“고객님, 다시 한번 생각하면 안 될까요? 지금 재건축 사업의 삽을 뜨기 직전인데요, 물론, 어르신이 거주를 원하면, 우리가 강요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위로금이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세입자까지 생각하는 것은 우리 대표님의 사려 깊은 배려입니다. 누구도 이처럼 하지 않아요.”

 

“사려는 난 잘 모르겠고, 이곳에 살 생각입니다. 이사할 마음은 없어요.”

 

“어르신, 혹시 위로금이 적으세요? 그래서 그러나요?”

 

“아니, 이 사람이, 사람을 뭐로 보고? 그깟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안다고 생각합니까? 몹쓸 생각입니다. 더는 통화하기가 거북합니다. 이만 끊습니다.”

 

“고객님, 그런 뜻이 아니라, 제 말은.....”



to be continued....



[256] 일단락 (一段落): 일의 한 단계가 끝남.

[257] 입지 (立地): 자신의 입장.

[258] 금시초문 (今始初聞): 이제야 비로소 처음으로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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