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테난조 Nov 23. 2023

Episode 14: # 개미지옥, 14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Episode 14:

# 개미지옥, 14화






“웬 청승[254]이냐? 효상아, 사무실 불은 다 끄고. 대표실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으면, 모두 퇴근할 줄 알고 그냥 갔다.”     



55. 우현이와 드디어 마주한다. 우현아 나를 설득해 줘. 마음이 편해질 수 있도록. 부탁한다. 우현아. 제발.      


“승기에게 자초지종[255]을 들었으면, 너와 나 그리고 승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테고. 승기에게 들으니, 나를 만나서 결정한다고 하던데, 무엇을 듣고 싶고, 무엇을 결정한다는 게냐?”      


“임 대표, 아니 우현아, 지금은 친구로서 말할게. 혼란스럽다. 범죄라니. 너는 다 알면서도, 나와 승기를 범죄에 끌어들인 거야?”      


“범죄라니? 우리가? 말조심해. 범죄라니? 승기가 그러더냐? 우리가 범죄를? 아 진짜, 승기 그 새끼, 뭘 어떻게 이해했지? 너한테 무엇을 전달한 거냐?”      


“그럼, 그게 범죄가 아니고 뭐냐? 우현아? 해외 사업은 가짜라며? 재건축투자사업을 빌미로 부자의 지갑을 열게 한다며? 그런데 범죄가 아니라고?”      


“승기가 그래? 해외 사업 투자가 거짓이라고? 승기도 가만 보면, 참 이해능력이 떨어지네. 그 말을 그렇게 알아듣다니.”     


“그렇다면, 네가 제대로 말해줘. 우리 사업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그러니까, 해외 투자 사업은 ‘에러’의 확장 버전인데, 사실, 이 관련 사업은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아도 돼. 우리는 국내 팀이니까. 그래도 이대로 가다가는 너도 승기도 문제가 커지겠네. 효상아, 설마 내가 너한테 범죄에 가담하자고 하겠냐? 내가? 너한테? 정말, 섭섭하다.”       



섭섭한 표정을 짓는 우현이다. 안심이다. 승기는 무엇을 들었길래, 폰지사기라고 생각했을까? 괴로운 내 마음은 조금씩 풀린다. 더는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다.      



“우현아, 승기는 해외 사업을 폰지사기, 다단계 금융사기라 생각하고 있어. 승기가 바보도 아니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그거였구먼, 폰지사기? 어찌 보면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겠네. 승기의 잘못은 아니야. 설명을 제대로 못 했어. 잘 들어. 블루 고스트는 다양한 해외 사업을 하고 있어. 지금 우리가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도 우리에게는 국내 사업이지만, 그들에게는 해외 사업이야. 아까 말했지? ‘에러’의 확장 버전이라고. 그리고 ‘에러’의 확장 비즈니스 중 하나인, 전 세계의 기업을 사서 되파는 사업이 있어. 예를 들면, 다양한 문제로 인해 법정관리를 들어갈 예정이나, 이미 들어간 기업을 인수 후, 기업을 회생해 되파는 그런 비즈니스.”    



  



56. 우현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왜 그런 상상을 했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그는 ‘또 이것을 다시 설명해야 해?’라는 얼굴로 말을 이어간다.      



“효상아, 이 비즈니스를 블루 고스트는 이렇게 불러.  “슈퍼하이리스크, 슈퍼하이리턴”. 일단, 가능성은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무너져가는 회사를 찾아야 해. 첫 번째 단계부터 큰 비용과 시간을 생각해야 해. 물론, 이 문제는, 블루 고스트가 그동안 오랜 시간 동안 관련한 회사를 관측한 데이터가 있어. 블루 고스트는 전 세계에 있는 수백 개의 회사를 지속해서 모니터링 중이야. 이게 다 돈이라고. 또한, 블루 고스트는 타깃한 회사에 어중간해서는 손을 내밀지 않아. 정확한 요건에 들어맞아야 해.      


모니터링한 기업 중

법정관리 직전이거나

법정관리이거나.      


이 요건에 들어야, 인수할 때 그동안 모니터링한 비용과 시간을 최소한 회수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수해서 관리하더라도, 이 투자는 자살행위거든. 확률이 아주 낮으니까. 처음부터 기사회생이 힘든, 그런 정크 회사에 투자하니까. 실제로도 그래. 부실 회사를 인수해 법정관리를 벗어나 되판 경우도 높지 않아.”     


“그래서, 우현아, 그 ‘슈퍼하이리스크, 슈퍼하이리턴’에 투자해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되는데?”    

  

“9.78%”     



이제야, 승기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이해가 간다. 우현이 말대로라면, 10개의 정크 회사를 인수하면, 하나도 제대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에 투자할 정신 나간 부자들이 그리 많다고? 부자들이 그렇게 허술해?      



“우현아, 부자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가능성이 없는 곳에 지갑을 연다고? 고작 10%도 안 되는 확률에? 그래도 이유가 있을 것 아니야?”      


“효상아, 성공했을 때, 블루 고스트가 보장하는 수익이 상상 이상이니까. 성공했을 때 보수는 투자 금액의 66배다. 그리고 블루 고스트가 회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는 거야. 회사채는 30년이야. 그리고 중간에 원금을 회수할 수 없어. 이것은 고정이야. 물론, 투자자는 30년 회사채를 보유하면서 분기별로 일정 수익을 받아. 그게 이미 시중 금리를 상회하고. 다시 말하면, 그들의 돈으로      


부실회사 발굴 및 모니터.

모니터링한 부실회사 법정관리 회사 인수.

법정관리 회사 회복 후 매각.”      


“네 말을 들으니, 우현아, 아직도 모르겠다. 승기가 도대체 왜 이 비즈니스를 스스로 폰지사기로 생각하는지를.”     


“그게 말이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고 그렇게 판단한 것 같아. 일단, 30년 만기 회사채인데, 그동안 원금을 회수하지 못해. 결국, 이 상품은 투자 금액 대비 분기별로 일정 수익을 받기는 하지만, 30년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야 하거든. 자기를 위함이 아닌, 순전히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지. 그리고 분기별 수익이 늘 높지도 않고. 또한, 블루 고스트가 그들의 돈으로 어디에 어떻게 무엇을 투자하는지는 기밀이야.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지. 또한, 30년이라는 시간은 굉장히 길어. 그때까지 블루 고스트라는 회사가 있을지도 알 수 없고. 원금을 돌려받으려면, 30년을 기다려야 하거든. 블루 고스트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블루 고스트가 사라지면, 이들 돈도 사라지니까."







57. 알겠다. 승기가 왜 이를 폰지사기라 생각했는지. 그런데, 이처럼 가능성이 희박한 곳에 투자하고 싶을까? 그것도 30년을 기다리면서?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부자들의 심리가.      



“네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도 투자할 것 같지 않은데? 그런데도 부자들이 앞다투어 투자한다고? 그렇다면 다른 조건이 있을 텐데, 아니야?”


그래, 네 말이 맞아. 블루 고스트는 여기서 다단계 네트워크 비즈니스의 개념을 활용했어. 투자자가 다른 투자자를 소개하면, 관련한 인센티브를 매달 받는. 피라미드 형식으로, 투자자를 소개하면 소개할수록 그들의 수익금은 많아지겠지. 그러니까 그들의 불안한 원금을 지키면서, 동시에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 다른 이를 함께 하는 거야. 블루 고스트에서 제공하는 분기별 수익과 그들이 소개한 인센티브. 블루 고스트가 사라지지 않는 한, 30년 동안 이들의 수익은 지속할 거야. 그리고 대부분, 30년이 지나서 원금을 회수하는 투자자는 극히 드물어. 대부분 다시 재투자해.      


투자의 기회는 딱 한 번이야. 처음 이 상품을 선택할 때, 투자 금액에 신중해야 해. 나중에 수익이 높다고 더 투자할 수도 없어. 우리만 모르지, 전 세계의 음지에서 블루 고스트의 명성은 자자해. 물론, 나라마다 지칭하는 용어는 달라. 블루 고스트는 보안이 생명이니까. 효상아, 부자들은 말이야, 서민은 모르는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존재해. 그들이 설마, 블루 고스트의 존재를 모를까? 몰랐으면 이렇게나 큰돈을 한 번에 맡길까? 그것도 30년 동안이나?      


그리고 각 나라의 원어민만 투자할 수 있어.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중국인만, 미국에서는 미국 사람만 투자할 수 있다고. 그러니 아무나 투자할 수도 없는 거야. 그동안 한국에 진출한 적이 없으니까, 얼마나 한국인이 투자하고 싶었겠어? 소문은 들었는데, 투자할 방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그동안 그들은 각 나라의 다른 나라 사람의 명의를 도용해 투자하고 있어. 알고 있지만, 모른 척할 뿐이지. 결국, 음성적으로 세계의 부자는 블루 고스트와 함께했어.      


한국 진출은 예상에 없던 일이었어. 너와 나 그리고 승기가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지. 한국에서 돈이 넘쳐나는 부자들은 그동안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블루 고스트에게 투자를 했어. 다른 사람의 명의로. 그들은 누구보다 블루 고스트의 한국 진출을 원하고 있었지. 아까도 말했잖아. 기회는 딱 한 번이라고.      


예전에 아버지가 말했던 것 기억나?      


좋은 것은 독점하고 싶어 해.

좋은 것은 공유하지 않아.

좋은 것은 절대로 퍼지지 않아.     


알만한 부자는 이미 블루 고스트가 뿌려대는 신기한 마법에 다들 취해있어. 하지만, 기회는 딱 한 번뿐이니, 수익이 높다고 더 투자할 수도 없어. 답답했겠지. 다른 나라 사람의 명의로 투자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그것 자체로도 위험은 너무 커. 그들에게는 유레카인 거야. 한국 진출은. 이번에 한국 진출로, 주위 사람을 설득해 함께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한국 사람의 명의를 빌려 돈을 끌어다 투자하는 기존의 투자자도 부지기수야. 그냥 모른 척할 뿐이지. 


아버지가 단호하게 말했어. 한국에서 실적이 나와야, 그래야 우리 회사를 유지한다고. 네가 들어야 할 이야기는 다 했어. 속이 다 후련하다. 그리고 이 비즈니스는 국내 비즈니스가 아니라, 우리와 관련도 없어. 우리는 재건축 사업만 신경 쓰면 된다고. 아직도 이 비즈니스를 폰지사기로 생각해? 효상아?”      



우현이의 말을 들으니, 위험한 사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범죄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 비즈니스에 참여한 부자는 알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이 비즈니스는 성공할 확률이 없다고. 그런데도, 돈을 싸서 들고 오는 꼴을 보면, 이만한 투자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음지의 왕, 블루 고스트의 명성을 그들은 이용한다. 그들의 돈을 지키려고,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돈은 그들의 돈을 지켜주는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30년이라는 시간은 길다. 원금도 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불안한 마음을 많은 이가 공유한다면, 불안함은 덜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들의 불안함을 다른 이에게 판매하는 중이다. 그리고 서로 불안해한다.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승기는 이 상황을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사기라고 여긴 것 같다.      



그래, 설사 이게 범죄라면,


개미지옥으로 끌고 가는.

우리 모두가 공범 아닌가?      


개미지옥은

모두를 불안하게 하지만

모두를 안심하게 한다.      


그곳은

천국인가? 지옥인가?           



to be continued....



[254] 청승: 궁상스럽고 처량하여 언짢은 상태.

[255] 자초지종 (自初至終): 처음부터 끝까지의 과정.


매거진의 이전글 Episode 14: # 개미지옥, 13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