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조쌤의 하키토브
신입사원 연수회라고 했는데..
회사 정문 넘어 본관 맞은편에 위치한 공장동으로 인사팀과 함께 이동한다. 공장동은 2층 건물로 출입구는 자동문으로 되어 있다. 1층 출입구에 도착하니 인사팀은 말한다. 사원증으로 자동문 보안 열쇠에 인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다고. 무언가 제한하고 비밀스러운 공간에 들어가는 것 같은 호기심, 나는 출입이 허락된 사람인가? 기분이 나쁘지 않네. 자부심은 신입 사원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 준다.
하나둘
하나둘
자동문이 열린다. 공장동 건물로 들어가는 순간 바깥의 차가움을 등지고 뜨거운 열기가 내 얼굴을 감싼다. 이제 새로운 세계에 첫발을 딛는다는 자부심은 마음속에서 추위를 이겨낸다.
난 그렇게
위로 솟구치고 있었다.
수십 개의 설비와 현장 작업자들의 규칙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쉿 덩이처럼 뜨거운 소음. 겨울의 차가운 공기가 만들어내는 고요함과 다른 열정의 세계다. 내 키의 몇 배가 되는 높은 천장과 밝은 불빛 그리고 질서 정연하게 생산하는 생산 설비의 압도적인 규모에 순간적으로 난 온기를 놓친다. 그렇게 한동안 몸은 굳는다. 이른 아침 고요함을 뚫고 세상에 입신양명을 외치는 신입 사원. 생전 처음 접하는 압도적인 규모에 얼음이 돼버린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내게 인사팀 직원은 말을 건넨다.
"생산현장 처음 보시죠?
교육 중에 라인투어도 있고 생산 업무 실습도 있으니
그때 지겹게 보실 거예요. 회의실로 이동하시죠."
라인투어는 무슨 말이지?
생산 업무 실습은 모 하는 거지? 낯선 단어로 그득한 공장동. 신입 사원 특유의 삐걱거림은 나를 초라하게 한다. 바짝 정신 차리자. 인사팀 직원의 뒤를 졸졸 따라서 2층 회의실에 도착한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삐이이이익
아직 이른 시간이라 공장동 밖에서 느꼈던 한기와 고요함을 그대로 느낀다. 그 안에 머물러 있는다. 잠시나마 현장의 열기를 벗어나고 싶어서다. 베어나는 삐걱거림을 털어내니 몸이 떨린다. 인사팀 담당자는 교육 시간에 맞추어 다시 오겠다고 한다. 회의실에 혼자 남는다.
입사 이후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났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동기와는 교류가 없었기에 누가 동기인지 알기 어렵다. 더군다나 그들이 어느 부서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그렇기에 험난한 사회생활을 서로 독려할 동기를 만날 기대감은 나를 독려한다. 앞으로 만날 동기를 상상하며, 회의실 입구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본다. 교육 시간이 가까워진다. 한두 명씩 회의실로 들어온다.
하지만,
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신입사원 연수회라 신경 쓴 나의 양복 차림과 다른 그들의 복장. 청바지에 편안한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마치 이 회사를 몇 년 다닌 사람처럼 너무나도 편안한 모습으로 서로 이야기한다. 얼굴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노트북은 필요 없다는 인사팀 전달 사항, 다이어리 하나만 펼쳐놓고 그들을 기다린다. 그들은 나와 다르다. 노트북을 들고 급하게 자리에 앉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한다. 약간 짜증 난 목소리로 여기저기 전화하는 동기도 곳곳히 보인다.
‘나는 오늘 분명 신입사원 연수회를 왔는데,
이상하다, 나만 신입사원인 거 같다.’
머릿속에 바르지 못한 생각이 나를 잠식한다. 회의실에 앉아 있는 나의 존재가 이곳에 적합하지 않다고. 그렇지 않다. 하지만, 결심과 다르게 나의 신입 사원 연수회는 한마디로,
시작 전부터 정신적으로 포류 하는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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