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마지막 이야기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 강사: 안주자, CASH COW

철학 강사는 내게 주어진 다양한 역할(남편, 아빠, 작가)을 유지하게 하는 버팀목이다. 철학 강사의 위치는 CASH COW이기에 더는 공부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강사라는 게 원래 그렇다. 초기 투자로 같은 내용을 강의한다. 매번 같은 내용을 말하지만, 학생에게는 늘 새롭다. 학생은 주기적으로 바뀌어서다. 가끔 재수강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 그건 순전히 이들의 선택이다. 철학은 대학교를 진학하기 위해, 회사 생활을 위해, 삶을 살아가는데 사회에서 정한 필수 교과목은 아니다. 철학 공부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필요하다고 강조는 한다. 하지만 철학이 없는 삶을 실패한 삶이라 말하면 안 된다. 철학 공부는 개인의 선택 문제다. 이처럼 사회에서 요구하는 필수 분야가 아닌 교양 과목을 가르치면, 일정 시간 투자 후 더는 노력하지 않아도 밥은 먹고살 수 있다. 오히려 이에 감사한다. 나는 철학자가 될 마음은 없어서다. 그렇기에 철학 강사는 초과수익을 실현하는 안정적 구간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MZ 세대 특유의 입담을 지닌 철학 강사가 시장에 진입해 시나브로 내 강의를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내 강의의 인기는 떨어지고 있다. 이 역시 CASH COW에 있는 사업이 겪어야 할 수순이다. 안주자로서 혁신이나 가치 증진은 없다. 객관적으로 이직하기도 어렵다. 최대한 이 구간에서 버티려고 처세술을 공부 중이다.






⁃ 작가: 선구자, DOG

주위 사람이 작가라 부르면 오히려 민망하다. 아직은 스스로 작가라고 여기지 않어서다. 또한, 주위 사람 역시 나를 작가라 생각할지 의문스럽다. 글은 유일하게 나를 만나는 공간이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강사로서, 각 역할에 묶여 있는 행동의 제약을 벗어나 본연의 나를 올곧이 표현할 수 있어서다. 그 예로 경영학, 경제, 철학 그리고 성경을 접목한 새로운 장르의 자기경영계발 에세이를 쓰는 중이다. 생소한 장르는 여론의 동조를 얻기 어렵다. 무채색 사회는 새로움을 추구하라 강조하지만 새로움의 추구는 그동안 누군가 노력해서 일군 과정을 무시하는 행위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새로움의 추구는 다른 이에게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잔인한 요구이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간결한 글, 자극적인 주제를 다룬 글,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 글 혹은 목적이 분명한 수험서 등이 대세인 현재다. 내 글은 이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대중의 관심을 받으려고 글을 쓰지는 않았다. 그래서 편집장이 내 글을 싫어하나 보다.



무채색 사회에서 무탈하게 살아가려면 많은 사건에 침묵해야 한다.



혈기왕성한 20대, 당시에는 눈을 감고 불의를 모른 척하며 살아가는 선배를 비난했다. 천둥벌거숭이처럼 천지 분간 못하고 날뛰는 자신을 용기 있다고 치켜세웠다. 감정을 앞세워 주먹을 내질러 상대에게 타격을 주는 행동보다 타격을 받고도 참아내는 게 속 편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참는 게 때로는 현명한 행동이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두려움을 인정하는 게 평화로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에 휩싸여 주지도 않아도 될 상처를 주위 사람에게 전달한다. 그렇기에 글쓰기는 감정에 휩싸인 충동적 행동을 제어하는 방어기제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이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무채색 사회에서 승자와 패자로 나누는 이분법적 경쟁으로 지친 현대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라고 믿는다. 사람들과 어울려 얻는 행복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진정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로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희망한다. 인생에서 작가라는 위치와 내가 쓰려는 장르가 생소하기에 선구자이다. 또한, 작가로서 물리적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DOG이다. 하지만, 돈벌이를 떠나서 작가로서 살아가는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나를 위로할 취미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리고 또 아나? 작가로서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할지?






사람과 기업은 다르지만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렇기에 요즘 스타일을 따르기 전에, 사회에서 일임한 다양한 역할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고려해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기업이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요즘 스타일을 반영한 사업모델의 방향을 정하듯, 사람 또한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요즘 스타일의 반영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맡은 역할에 따라서 만나는 사람도 다르다. 만나는 사람을 고객이라고 가정하면, 각 역할에 따른 고객 모두가 요즘 스타일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물론, 요즘 스타일의 강사, 요즘 스타일의 아빠, 요즘 스타일의 남편, 요즘 스타일의 작가, 이처럼 시대가 원하는 스타일이 있다. 혹자는 입에 풀칠하려면 요즘 스타일을 따르는 게 현명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요즘 스타일은 결국 대중의 선택 이어서다. 대중의 선택은 자기 정체성과 관련이 없다. 자기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은 요즘 스타일을 착용한들 그게 내 모습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요즘 스타일이 더러 자기 모습이라 말하는 자를 가끔 만난다. 요즘 스타일은 주류의 변화로 시시각각 달라진다. 그럴 때마다 달라지는 요즘 스타일을 내 모습이라 말할 텐가?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요즘 스타일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설사 요즘 스타일을 따른다고 인생의 변화가 있을까? 더군다나 우리가 무채색 사회에서 맡은 다양한 역할은 대부분 요즘 스타일과 관련은 없다. 자기 경영을 하려면 요즘 스타일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맹목적으로 요즘 스타일을 따른다면, 이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르기에 일어나는 밴드왜건 효과에 불과하다.




요즘 스타일은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저 추억놀이에 불과하다.

 

그나저나....

이번 글은 편집장 마음에 들려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