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12. 현재는 정부가 인원을 선발해 제한적으로 망할 기술을 허용한다. 대학을 졸업하려면 MBTI 검사를 받아야 한다. 거부는 없다. 필수이다. 결과는 비공개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학생은 특수학교로 보내 갱생절차를 밟는다. 갱생절차라니, 정말 끔찍하다. 여하튼, 결과가 비범한 학생을 선발한다. 그리고 정부가 장려하는 직업의 능력치를 측정한다. 그중, 능력치가 뛰어난 인원은 인재육성센터로 보내는데, 그곳에서 뇌의 활용도를 높이는 수술을 진행한다.
뇌의 활용도를
높이는 게 무슨 소리일까?
쉽게 설명하면, 여자와 남자가 말다툼하면? 보나 마나다. 여자의 일방적 승리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뇌는 여자의 뇌보다 크다. 약 10~15% 정도? 하지만, 특정한 영역을 담당하는 뇌는 여자가 더 크다. 여자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대뇌의 전두엽이 남자보다 크다. 또한, 감정을 조절하는 변연피질 부위도 남자에 비해 크다. 그렇기에 여자는 언어력을 관장하는 좌반구가 남자보다 크기에 말싸움을 이기기 어렵다.[517]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뇌는 발달한 부위가 다르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부는 특출한 인원을 선발해 뇌의 특정 능력을 발달시켜 원하는 국민을 배출[518]한다. 뭐, 말싸움 이기는 능력을 향상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오해 말기를.
암암리[519]에 간택[520]된 국민이 모두 이러한 수술을 받는 게 아니다. 이게 팩트다. 하지만, 소문은 늘 와전[521]되어 다른 소문을 낳는다. 비공식 과정으로 인원을 선발하기에 친밀한 관계가 아니라면 알기 어렵다. 알기 어려우니 말이 돈다. 알기 어려우니 거짓이 넘쳐난다. 알기 어려우니 시기와 질투가 그득한 시선[522]으로 변질한다. 세월이 흘러도, 뇌의 변화로 사람의 능력을 향상하는 기술은 여전히 큰 부작용을 동반한다. 그렇기에 정부에서는 전적으로 선발한 인원의 의지를 반영해 진행한다. 십중팔구 거절한다. 거절해도 불이익을 가하지 않는다. 누가 죽음을 각오하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는가? 100명을 선발하면, 약 5명 정도는 지원할까? 이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은 이를 모른다. 그렇기에 각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람에게 보내는 시선은 불순하고 따갑다.
“알지? 쟤? 정부에서 차출[523]한 엘리트.”
“진짜? 어쩐지...... 이상하리만큼 특출 나, 너무 특출 나.”
“그렇다니까, 얼마 전, 술자리에서 슬쩍 운을 띄었는데.”
“뭘?”
“프로젝트에 참여했냐고. 대가리 성형.”
“그걸 물어봤어? 대단해, 대단하셔. 그래서?”
“곧 죽어도 아니라고 하지. 그래도 선발된 것은 맞대.”
“아무리 성공이 좋다고 그렇지. 뇌를 성형할 생각을 해?”
“내 말이. 참, 돈이 무섭다. 돈이 무서워. 집도 나쁘지 않던데.”
“있는 것들이 더 징그러워. 징그럽다고.”
“그러게, 돈을 많이 벌면 뭐 해? 어차피 죽으면, 다 토해내야 하는데.”
“맞아, 다 토해내는데, 왜? 진짜 이해가 안 간다.”
“정부 끄나풀일지도 몰라. 친하게 지내지 마. 그러다가 특수학교로 쫓겨난다.”
“재수 없는 소리 좀 작작[524] 해.”
“왜? 조심해서 나쁠 게 없어.”
“그건 그래.”
“만약에 자네라면?”
“뭐?”
“선발되어 기회가 있으면? 할 거야? 뇌 성형?”
“두말하면 입 아프지. 당연히 해. 이게 고민할 문제야?”
“의외인데? 그리 욕하더니만.”
“그 유혹을 떨칠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되겠어? 초능력이 생기는데? 완전한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성공으로 가는 직행열차 승차권인데? 저 새끼도, 말은 아니라고 해도, 했어. 했다고.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성과야? 인간이라면 저렇게 못 해. 저 새끼는 사람이 아니야. 생물학적으로 인간인 척하는 로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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