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5: #아방가르드-제로베이스, 2화

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by 카테난조




제로베이스와 어울리는 디스토피아 분위.png





Episode 5:

# 아방가르드- 제로베이스, 2화








2. 청송동에는 허리둘레가 여러 장정[561]이 손을 다 뻗어야 겨우 맞닿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커다란 나무가 있다. 목사님에게 나무의 종류를 들었는데, 매번 잊는다. 청송동 주민은 이 나무를 ‘불변’[562]이라 부른다. 세월을 버티며 변함없이 이곳을 지켜낸 나무라 생각해서다. 나무의 나이를 아는 자는 없다. 아마도 청송동 마을을 재건[563]하기 전부터 존재한 듯하다.

불변은 모든 대한민국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유일한 산증인이다. 불변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이토록 오랫동안 영수[564]를 누릴까? 누군가는 백 년 된 나무라 말하고, 누군가는 천 년 된 나무라 말하고, 누군가는 만 년 된 나무라고 말한다. 인간의 수명이라는 게 이렇다. 그 누구도 고작 백 년을 넘기기 어렵다. 예측[565]이라는 게, 기껏해야 백 년, 천 년, 만 년 정도다. 아무도 일억 년 이상을 말하는 자는 없다. 물론, 나무의 생명은 한정적[566]이다. 그래서 인간이 뱉을 수 있는 숫자가 고작 백 년, 천 년, 만 년일까? 백 년도 버티기 어려운 수명으로, 천 년의 세월을 견디고, 만 년의 풍파[567]를 버텨 강산을 지켜본 영수[568]의 삶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예측이란

유약함에서 비롯된

방어기제[569]일 뿐이다.


자연의 섭리를 하나의 기계처럼 움직인다고 믿는 기계적 세계관은, 세계가 유토피아로 향한다는 희망을 심는다. 아니, ‘심었다.’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현대인 중 누구도 과거인의 망상을 믿는 자는 없어서다. 과학으로 모든 현상을 정복할 수 있다는 인류의 오만은 자연의 분노를 부추긴다. 날조[570]된 희망찬 미래는 과거인을 끊임없이 부추긴다. 무엇을 행하라고. 하지만, 세계는 더욱더 무너졌다. 과거인이 상상했던 100년 후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인은 과거인의 교만[571]으로 이룩한 폐허[572]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과거인은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 이산화탄소가 서서히 녹아 사라진 개봉한 샴페인은 상한다는 상식도 없었을까?


과거인에게 경고한다.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당신이 상상하는 미래는 없다고.


인류의 과학으로 모든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망상으로 그득한 과거인은 자연의 분노를 해결하지 못했다.


봄은 ‘통한의 아골’

여름은 ‘노아의 분노’

가을은 ‘육의 봉인’

겨울은 ‘고라의 형벌’





가을이 다가온다. 과거인의 가을은 어떠한가? 어떠한 하늘을 바라보는가? 과일의 달콤한 향이 은은히 스며든 포근한 구름이 펼쳐진 온화한 아침 하늘인가? 아니면, 뜨거운 커피를 살포시 쥔 머그잔 사이로 맞닿는 손, 이들이 섞여 조화를 이루는 시간을 기다리는 나른한 낮 하늘인가? 아니면, 고요한 달빛에 춤추는 무수한 별의 정취[573]에 취해 즐기는 고요한 밤하늘인가?


그런 가을은 없다.

‘육의 봉인’이 곧 풀린다.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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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낮에는 한글을 쓰며 밤에는 카테 잉글리시 영어작문을 가르치는 “하키토브”와 "나는 B급 소피스트입니다."를 집필한 안정호입니다. 많은 이와 즐거운 소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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