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지운다_러다이트
5. 그 사건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그날 일로 잠을 설친다. 두통도 악몽도 더 심해진다. 그리고 흥분한 상태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유민서의 정체를 밝혀야 한다. 청송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서다. 일단, 교회에 가자. 할 일은 해야 하니까. 본 임무를 진행하려면 이러한 위장은 필요하다. 위장 업무로 주민과 소통하면서, 자원봉사를 성실하게 해낸다. 그리고 본 임무는 유민서의 민낯을 밝히는 거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과거인의 책 중, 과거인에게도 고전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각자의 생각을 나누려고 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읽었어요? 과거인의 고전을 만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세요.”
“지금 고전을 읽을 때가 아니야, 지금 바깥세상은 난리야. 난리.”
“왜요? 무슨 일인데요?”
“개헌[614]이 있었대.”
“개헌이요?”
“법이 바뀌었다고.”
“법이요?”
“그래, 법이 바뀌었어. 우리만 몰랐지. 여기에 감금[615]당했으니.”
중년 여성이 말을 가로챈다.
“감금이라니요, 누가 들어요.”
“들으면 들으라지. 난 무서운 것 없는 사람이야.”
“아저씨는 무서운 것 없어도, 적어도 나는 무서워요. 그러니 과격한 표현은 삼가세요. 청송동말고 정말로 특수학교에 입학이라도 하는 날에는......”
다른 중년 남성이 불안했는지, 불편한 기색[616]을 보인다.
“다들, 그만합시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다른 사람들 불안하게 하지 말자고요. 여기가 특수학교의 분교인지, 그리고 정말로 정부에서 우리를 감시하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대관절, 아침부터 모두를 불안하게 하는 이유가? 그만해요. 아저씨도 아줌마도. 그나저나 법이 바뀐 이야기나 좀 들어봅시다.”
평생을 이를 안 닦은 듯, 누렇다 못해 샛노란 이를 보이며, 불안을 조장한 그는 말을 이어간다.
“나도, 친구를 통해 들었어. 이건 확실해. 확실하다고.”
“그래서요?”
“그러니까, 대한민국 시민권자라면, 모든 재산을 나라에 환원[617]해야 해. ‘제로베이스’ 정책”
“제로베이스? 모든 재산을? 오늘부터?”
“그건 아니고, 죽으면.”
“부자들, 곡소리 나겠네요. 그나저나 이건 서민에게는 좋은 정책 아닌가요?”
“표면적으로는 좋은 정책처럼 보이지.”
“표면적으로?”
“그래, 겉으로는 좋은 정책이라고. 이미, 정부는 비슷한 세금을 징수하잖아.”
“뭐요?”
“청송동에 와서 그새 다 잊은 거야? 지역별로 사는 거주민의 세금이 다르잖아. 소득세, 재산세, 주민세 등.”
턱수염을 가지런히 정리한, 파란 야구 모자를 눌러 쓴 30대 중반의 남자가 말을 이어간다.
“맞네요, 맞네. 그새 잊었네. 예전에 저도 그 일로 울화통 터진 일이 있었어요.”
“그래?”
“회사는 그대로인데, 사정이 생겨 사는 지역을 옮겼어요.”
“어디로?”
“F27이요.”
“거긴, 아무나 가기 어려운 부촌인데? 자네 능력 있는 사람이었구먼. 그나저나 자네 같은 인물이 청송동에는 왜?”
“뭐, 투자에 실패했어요. 더는 말하기 괴롭습니다.”
“그래, 그래서?”
“여하튼, 전입신고를 했는데, 그 이후로 월급 명세서에 찍힌 월급이 대폭 줄었어요.”
“억울했겠어.”
“억울했어요. 이직을 해, 급여가 오른 것도 아니고, 단지 사는 지역을 옮겼다는 이유로, 이건 정말 아니지 않아요?”
“그래도, F27에 살았으면.......나름, 풍족하게 살았잖아.”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에요. 다들 똑같아요. 말하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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