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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우 Sep 06. 2024

삶에 스쳐가는 모든 아름다움에 대한 보답

"무대조명"

어떤 힘도, 어떤 비용도 들지 않는 표현의 힘


저라는 사람은 사실 참 운이 좋아요.
타고난 인복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요. 아마 제 자서전의 지난 글들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의 미숙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일이 많았지 사람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아름답게 반짝이는 사람들이였는데요. 그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저는 그 아름다움에 보답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언제나 도움과 배려를 받아야만 했던 저에게 보답이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어요. 가끔 맛있는 걸 사거나 선물을 준다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그 무형의 아름다움을 물질로 보답하려고 하는 제 자신이 불만족스럽더라고요.
그저 언제나 내가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고 얼마나 큰 감사함을 느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 전부인 내가 미안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 표현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나중에 가서야 깨닫게 되었는데요. 그 깨달음의 계기를 설명하기 위해선 다시 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야 해요.



제일 가까운 곳에서 시작되는 변화


여러분 모두 <응답하라> 시리즈 좋아하시나요?
전 <응답하라> 시리즈를 너무나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응답하라 1988>, 일명 응8을 너무나 좋아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였을 때 응8을 제대로 보게 됐는데요. 여기서 "제대로"의 의미는 응8이 방영했을 때 처음 보긴 봤지만 그 드라마에 푹 빠져 보게된 시기는 한참 뒤인 고2때였어요. 아무래도 주인공들의 나이가 그당시 제 나이와 겹치니까 더 공감이 가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이름과 같은 캐릭터인 '선우'라는 캐릭터가 나오기도 했고요.ㅎㅎ

그런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점차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 지금 이 주인공들은 현대의 우리 엄마, 아빠 또래의 분들이겠네, 그럼 우리 엄마, 아빠도 예전에 저랬던 시절이 있겠지?
참 기분이 묘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를 보면 지금의 나와 다를게 없는 나와 동나이대의 학생들인데, 저 학생들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 우리 엄마, 아빠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부모님이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님으로 태어난 줄 안다는 말이 있죠? 어찌보면 참 상투적인 말이지만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생각해보니 전 부모님의 과거에 관심가져 본 적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부모님을 그저 엄마, 아빠로 봤지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한명한명의 모습을 바라봐주진 못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엄마, 아빠도 각자의 꿈이 있었겠지? 그렇게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온 둘이 만나 저라는 사람을 만나고 또 지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또 얼마나 무서웠을까?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를 키워야 하는 무서움, 또 장애인으로 태어난 아들을 향한 죄책감이 있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들이 드니까 자연스럽게 부모님께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더라고요. 특히 저를 옆에서 많이 돌봐주셨던 엄마에게 이런 말들을 하고 싶더라고요.
지금까지의 인생을 정말 최선을 다해 가꿔나간 거 정말 존경한다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를 키우기에 두려움도 많았겠지만 이렇게나 잘 키워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그리고 혹여나 가지고 있을 죄책감은 가지지 말라고, 엄마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있어 최고의 엄마라고.

이런 말들을 전하는 일은 비록 제가 몸이 불편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였기 때문에 그 뒤로부터는 엄마에게 모두 전하려고 노력했어요.
이러한 말들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 뒤로부터 엄마와의 사이가 더욱더 가까워지더라고요. 전에도 사이가 좋았지만 이제는 뭐랄까, 베프 한 명이 생긴 느낌이에요.

그 다음 스텝(?)으로는 누나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저희 누나는 자랑하자면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그 자체에요. 정말 너무나 착하고 저와는 달리 엄청 예뻐서 가끔 저희가 정말 친남매 맞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누나의 그 천사같은 성격으로 저를 항상 잘 돌봐줬는데요. 누나 또한 제가 누나라는 한 사람의 삶의 궤적과 누나의 모든 생각들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누나는 언제나 저를 배려하고 챙겨줘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었던 것이 많이 힘들었을 거에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관심과 우선순위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저에게 쏠려있는 일이 많았고, 누나 또한 누나로서 저를 잘 케어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누나가 그것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걸 최근에서야 알게 됐어요.

그걸 깨달은 뒤로는 한가지 다짐한게 있어요.
그건 바로 무슨 일이 있어도 누나의 편이 되주자!는 다짐이였어요.
그동안 모두 나에게 맞춰진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누나가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내가 누나의 버팀목이자 누나의 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다짐은 거창하지만 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ㅎㅎ 그냥 대부분 "역시 누나가 다 맞아.", "누나 오늘도 완전 예쁘다."라는 식을 누나의 기를 살려주는 것 뿐이에요.
그래도 그렇게 하다보니까 점점 더 누나랑 친해지면서 서로 속깊은 얘기도 많이 나누게 되었고, 이제는 나름 가족 내에서 서로 다 털어놓고 얘기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누나가 표현도 안하고 까칠하다고 생각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은 생각이더라고요.
알고보니 누나는 누나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절 걱정해주고 생각해주고 있었어요. 저랑 누나랑 3살 차이밖에 안나서 저를 이해해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기도 해서 누나의 따뜻한 공감 하나하나가 정말 큰 버팀목이 되어줬어요. 저에게 누나는 최고의 누나에요.

지금은 제 인생의 제일 큰 낙 중의 하나가 누나와 얘기하기가 됐어요. 뭔가 누나의 버팀목이 되고자 한거에 비해 제가 더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노력해서 진정한 누나의 버팀목이 되려고 해요.



건강한 대인관계의 시작


이렇게 가족들과의 사이를 더욱더 돈독하게 만드니 한가지 얻을 수 있는게 있더라고요.
그건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 더 가까워지기 위해선 나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가족부터 잘 챙길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였어요.

가족 사이의 관계와 남들과의 관계는 서로 관련없다고만 생각해왔는데요.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은 정말 모든 것들의 뿌리이자 시작점이라고 생각해요. 나와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봐주고 포용해준 사람들을 소중히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 누구도 내 주변에 둘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이런 기반을 토대로 무려 3화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온 이 "소외감"이라는 것이 그전 글들에서 적었던 모든 경험들과 합쳐지니까 금방 극복이 되더라고요.

그 디테일한 내용은 금요일날 더 자세히 풀어보도록 할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날 다시 봬요~~


+

아 그리고 앞으로 모든 글은

금요일 저녁 6시~7시 사이,

일요일 낮 2시~3시 사이에 올리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봐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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