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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우 Sep 22. 2024

청춘이라는 짐

"암전2"

20대로 살아가면서 제일 고통스러운 부분은 지금 내 나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이 얼마나 찬란한지, 얼마나 행복한 때인지 정말 많이 듣기도 했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지만, 그로 인해 지금 당장을 잘 쓰고 잘 즐겨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저를 괴롭히는 것 같아요.

특히 대학생활을 하면서 더욱더 그랬는데요. 지금 이 대학교를 졸업하면 앞으로 인생을 살면서 학교를 더 다닐 일은 거의 없고, 다닌다 하더라도 지금의 느낌은 절대 불가능할 거라는 걸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을 마치 의무인 것 마냥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언제나 즐거울 수 있는건 아닌데요.

저번 화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무려 1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우울함에 빠져 살았던 시기를 얘기해보려 해요.



 겁없이 들어간 호랑이 굴


연구실로 들어오겠냐는 제안을 받고 연구실을 한번 둘러본 적이 있어요.

연구실을 둘러보고 돌아와서 가족들에게는 정말 연구실 너무 좋고 굉장히 설렌다고 얘기했는데요. 그런데 사실 속으로는 반대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가족들을 속인 것이냐고 여쭤보실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에요. 그당시 저는 무의식적으로 뭔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걸 필사적으로 무시했어요. 연구실을 봐도 감흥이 거의 없고, 심장이 뛰지를 않는데 심장이 뛴다고, 너 물리학 좋아하니까 심장이 뛰어야만 한다고(저번 화 참고) 저까지 제가 속였던 거죠.


그렇게 지금 기준으로 약 1년하고도 2개월 전, 그러니까 작년 여름이 시작했을 때 연구실에 들어가게 됐어요.

사실 처음엔 어느정도 괜찮았어요. 아무리 대학교에 가서 물리학에 대해 약간의 회의감이 들었다고는 하지만 물리학을 아예 싫어하는 건 아니였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봐오고 꿈꿔왔던 연구의 현장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어요.


하지만 단순히 좋아서, 단순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시도했던 저에게 연구실은 정말 호랑이 굴 자체였어요.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말이 있지만, 전 그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주마다 한번씩 랩미팅(Lab-meeting : 주마다 한번씩 zoom 화상회의실에 모여 한 주간의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진행했는데, 정신없이 몰아치는 교수님의 피드백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룸미팅을 생각하면 속이 조이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에겐 많이 힘든 기억이에요.

너무 부끄러운 얘기지만, 랩미팅을 진행하다 운 적이 있어요...

그날도 어김없이 전 교수님의 가열찬 피드백을 듣고있었고, 어찌할지 모르는 상황이였어요.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 정신차리지 않고 열심히 하지 않은 나에 대한 분노, 서러움 등등이 합쳐져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만큼 저에게 연구실 활동은 너무나 힘든 일이였어요.



그렇게 도망치다


결국 전 도망치듯 연구실을 나오게 됐어요.

교수님께 말씀은 2학기는 쉬고 4학년이 되는 내년(그러니까 올해 2024년)에 다시 돌아올지 말지 결정해도 되냐고 말씀 드렸지만, 사실 그당시 제 마음은 100%, 아니 200%의 확신으로 여길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저의 짧지만 강렬했던 2달간의 연구실 생활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어요.


근데 아마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은 저에게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연구실 생활이 힘든건 맞지만 그건 그냥 너가 정신 못차리고 열심히 안한거 아니냐고, 서럽다고 울기나 하고 도망치듯 나오는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사실 다 맞는 말이에요. 변명은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당시 그저 폐급 신입 연구생에 불과할 뿐이고, 2년도 아니고 2달밖에 안 다녔는데 그렇게 힘들다고 나간게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거죠.


그런데, 정말 나가지 않으면 제가 죽겠더라고요.

연구실을 다니는 하루하루가 정말 저에겐 너무나 고통스럽고 답답한 순간들이였어요.



자책


그렇게 연구실을 나오니 저에게 있어 지옥같던 생활이 끝났으니 이제는 마음이라도 편안해야 될텐데 그러진 못하겠더라고요.

왜냐면 그당시의 저도 어느정도 다 알고 있었어요. 연구실이 힘든게 아니라 사실은 그냥 내가 정신 못차려서 그런거지라고 생각하니까 연구실 나오고 나서 정말 자책만 하면서 산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걸 다 떠나서 제 인생 목표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충격이였어요. 대략 중1때부터 물리학자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몇년간 쌓아온 꿈이 고작 2달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없어져버리니 아무런 의욕이 생겨나지가 않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무기력하게 보내다가 결국 23년도 2학기가 끝나자마자 1년 휴학을 신청했는데요.

참 저라는 인간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연구실에서 도망쳐나온 것도 모자라서 학교로부터 도망쳐 나온다는게 지금 학생으로서의 모든걸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고 이 글의 맨 처음 부분에서도 언급했듯, 지금 내 나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일텐데 그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또 아무런 활동도 없이 보낸다는게 참 한심해보이더라고요.


그렇게 전, 스스로 "청춘"이라는 아름다운 요소를 저에겐 큰 부담이 되는 존재로 받아들이게 됐고, 마치 13화에서 죽음을 향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두려워했듯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가는 매 순간순간이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터닝포인트


하지만 결국 그 청춘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지금도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이 청춘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짐이였는지, 또 이 청춘이라는 것의 의미를 얼마나 내가 잘못 해석했는지가 느껴지는데요.


이렇게 되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10달이라는 시간 안에 정말 큰 변화가 있었고 또 지금 현재에도 많은 변화를 이뤄냈는데요.

휴학 기간 동안에 이뤄놓은 나만의 변화에 대한 부분은 다음 화에서 자세히 적어볼게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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