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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우 Oct 04. 2024

그저 다시 시작하는 것

"배우 상수 등장"

드디어 자서전이 올해까지 오게 됐네요.

물론 이번 글이 끝나고 하나의 주제가 더 남았지만 정말 순식간에 지나온 것 같아요.


어쨌든! 다시 저번 글에서 이어와서, 현재 전 휴학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데요.

지금 이렇게까지 휴학을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정말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아요.



우연한 계기


사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정말 사소하고도 우연한 계기로부터 시작했어요.

휴학을 하기 직전인 작년 2학기에 학교에서 장애인 대상으로 진로 코칭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줌으로 진행되는 거라 가볍게 몇번 듣고 그만할 생각이였는데, 그 프로그램에서 또다른 프로그램 하나를 추천받게 됐어요. 청년 장애인 대상으로 하는 일경험 프로그램이였는데요. 한달이라는 기간 동안 줌(zoom)으로 직무에 대해 배우면서 중간중간 회사 프로젝트를 실제 회사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였어요. 사실 처음엔 안하려고 했어요. 왜냐면 작년에 여러가지 일들로 너무 지쳐서 휴학을 한건데, 이 프로그램은 길기도 하고 휴학 거의 직후인 1월달부터 시작해야 되는 프로그램이였거든요.

그래도 결국 하게 되는데요. 솔직히 말하자면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청년지원금이 나온다는 말에 혹한 것이 사실이에요. 그래도 돈만 바라봤다기 보다는 작년 연구실에서 내가 정말 일을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렇게 처음엔 저를 더 자책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였는데 다 끝나고 나니까 왠지 모를 자신감을 얻게 됐어요. 음, 사실 정확히는 자신감보단 용기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 있는데요. 한 사람이 우울한 시기를 보내면 제일 무서운 것 중 하나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거에요. 


전 저번 화에서 얘기했듯 너무나 큰 실패를 맛봤고 제 자신에게 실망했을 때였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두려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전 무기력증에 빠져 살았었죠.

그러나 이 프로그램 자체가 직무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그 첫 시작을 함께 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뭔가 홍보멘트 같지만 홍보는 아닙니다!ㅎㅎ 어쨌든!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일'이라는 것에 대해 경험하다 보니 스스로 너무나 무겁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조금씩 가볍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시작이 어려울 뿐!


그렇게 시작이 수월해지니 그다음부터는 정말 일들이 잘 풀렸던 것 같아요.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걱정되지만 그래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자는 그 용기를 얻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첫 출발은 "나는 누구인가?"로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저는 그동안 물리를 좋아하는 사람, 연기를 좋아하는 사람,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 등등으로 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걸 재정비하고 다시한번 나라는 사람이 누군지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일단 다시 생각해보니 제 삶의 궤적들은 모두 장애와 연관지을 수 있더라고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그동안 장애인으로 살아오다 보니 오히려 장애라는 키워드를 더 생각 안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연극을 하면서 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또 남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에 나름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이 모든 것들을 좋합한다면 뭐가 나올까 끊임없이 고민하다가 결국 한가지 키워드로 이어지게 됐는데요.

그건 바로 장애인식개선강사였어요!

사실 혼자서 모든걸 생각해낸건 아니고, 초등학교 때부터 연을 이어오던 한 선생님께서도 그 일을 추천해주셔서 그쪽 자격증을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애인식개선 민간 자격증을 얻게 됐는데요. 

물론 앞으로 정식 활동을 하려면 멀었기도 하고 더 많은 자격증을 따야 겠지만 그 자격증을 따고 나니까 정말 내가 뭐라도 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그렇게 자격증을 땄다고 하니까 일경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곳에서 연락이 와 행사 진행도 해보게 되고, 또 최근에는 그 일경험 프로그램을 다시 하게 됐는데 그 프로그램 수료 이후에 우수 참여자로 뽑혀 청년 장애인 취업 관련 행사에 다녀오기도 했어요.

지금은 또 연극 동아리에서 인정을 받아 연극에 참여해 발성과 연기 코칭을 진행하고 있고요!


사실 뭔가 막 대단한 일들이 갑자기 쫙 펼쳐졌지만 지금도 약간 너무나 어안이 벙벙해요. 몇달전까지만 해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만 보냈기도 하고 나는 이 모든 일들과 기회를 받을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결국 돌아보면 그 시작이 어려웠을 뿐이지 그 뒤에 일들은 하나하나 차근차근 잘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많은 분들이 기회를 주셨고,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너무나 감사해요. 다만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그 시작이 저에게는 큰 계기가 되어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이제 단 하나의 주제만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중간에 많이 쉬기도 했지만 정말 시간이 빠르게 지나온 것 같네요.

남은 한 주제는 '사랑'인데요. 제 인생에서 지금도 저를 괴롭히고 있는(?) 주제이니만큼 심도있게(?) 다뤄보고자 합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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