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쓰다보니,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상이나 주제들에 대한 견해를 글로 써보는 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워낙에 글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고, 글을 쓸만한 여유가 없다고 생각해오던 터라, 글을 쓰는게 이렇게나 재미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인간의 역사를 혁신하도록 하는 것은 몇몇 천재들이 내놓는 천재적인 아이디어에서 기반하는 패러다임 전환 (paradigm shift)에서 많은 것들이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은 천재들의 패러다임 전환보다도, 평범한 삶을 사는 인간들의 각각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보더라도 굵직하게 기록되고 역사책에 남는 것들은 훌륭한 위인들의 인생일지 몰라도, 우리가 결국 가장 많이 향유하는 것들, 쉽게 말해 의식주에 관한 것들은 그 위인들의 인생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민초들이 자연스럽게 발전시켜온 다양한 요리와 주거 방식, 삶의 습관, 사고 등등이다.
한국이라는 국가와 한국의 시민사회의 분위기가 제아무리 획일적이고, 남들과 비교하고 사는 것을 좋아하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고들 이야기하건만, 5천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사는 이 나라의 모든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식이 절대 같을 리가 없다. 한국인이라 할지라도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생각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생각이 샘솟는 등,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속성을 충만히 가지고 있다.
이 브런치스토리라는 매체만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바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나누고 있으며, 나는 결국 이러한 다양성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더욱 더 풍요롭게 하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풍요로운 기반이 있어야만이, 몇몇의 천재들이 패러다임 대격변을 일으킬만한 아이디어를 마구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고도 생각하고.)
나는 천재도 아니고 뭣도 아닌 존재이지만, 내가 숨쉬고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하는 생각들, 나만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배운 점들을 여기에 하나하나 적어보려고 한다.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를 한번 되돌아보며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싶고,
평범한 나라는 사람이 그러한 과정에서 쓰는 글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풍요롭도록 하는게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다.
그러한 점에서 내가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 써보고 싶은 것들은 아래와 같다.
연애, 사랑에 대한 담론, 클래식, 피아노, 독서, 커피, 위스키, 냄새, 화학, 운동, 웨이트 트레이닝, 인간관계, 랩장, 고등학교, 친구, 연구실 이야기, 논문, 철학, 인생의 고난, 다툼, 여행
이런 것들을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한번 써내려가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