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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승철 Oct 31. 2024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커피 한잔을 통해 일상 속에서 느끼는 여유

카페인은 알코올, 니코틴과 더불어 현대인의 3대 영양소라고 농담삼에 일컫는 물질이고, 

그중에서도 커피라는 음료는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많은 현대인들에게 떼 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하지만, 커피라는 것은 근원적으로 기호식품이기에, 에너지 충전을 위한 목적으로 마실 수 있는 음료이기도 하지만, 커피라는 음료는 그 추출 방법 (가장 대중적으로는 에스프레소, 더치커피, 드립 커피 이렇게 3가지가 꼽힌다)에 따라서 그 향과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맛과 향을 느끼고 음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


어릴 때의 나에게 있어서도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과 같이, 커피는 정말 카페인 충전 용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음료였고, 친구가 방에서 내리는 드립 커피를 마실 때에도 "음 신맛/쓴맛이 많이 나네~~" 하는 평 이외에는 어떠한 말을 할 수 없었던 나를 커피에 빠지게 한 것은 연구실 형들과의 티타임이었다.


우리 연구실 사람들은 참으로 건전했기에 흔히 많은 남자들이 보내는 '담타'라는 게 없었다. 흡연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에, 우리는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일상/연구이야기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곤 하였다. 그중에 한 명이 대단한 커피 애호가였는데,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드립 커피 용품을 연구실에 가져다 놓고 그 기구를 이용해 커피를 내리곤 하였다. 매번 그 사람이 내리는 커피를 얻어 마실 수만은 없었기에, 도대체 어떻게 드립 커피를 내리는 것인지 알려달라고 하여 그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그 형은 커피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커피에 관한 지식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이 형의 영향으로, 나는 드립 커피를 가장 선호하게 되었다. 드립 커피만큼이나 커피가 가진 향과 맛을 잘 음미할 수 있는 방법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없는 것 같다!


추출 방법을 택할 때 원두를 얼마나 곱게 갈 것인지, 물 온도는 얼마로 설정할 것인지에 따라서도 그 맛과 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 커피 추출이 가지는 묘미인 것 같다. (어떤 종류의 필터를 쓰는지, 어떤 경도의 물을 쓰는지에 따라서도 그 맛이 다르다곤 하는데, 초보자 수준인 내 혀는 그것을 구분하긴 어려운 듯하다.)


원두 종류는 얼마나 다양한가! 산미를 자랑하는 에티오피아 원두, 케냐 원두에서부터, 중남미 지방의 다양한 고소한 향미를 자랑하는 원두들, 독특한 향과 맛을 자랑하는 중국 운남성, 인도 몬순 커피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는 이 원두의 다양성은 내가 커피를 사랑하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콜롬비아의 엘 파라이소 원두를 마셔보면 물씬 풍기는 복숭아 향에 이게 과연 커피인지 복숭아 홍차인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렇게 마련된 다양성은 우리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향긋한 꽃향기 물씬 풍기는 커피가 당기는 날에는 에티오피아 원두를 갈아서 필터 커피 한잔을 마시고, 기분을 좀 더 경쾌하게 만들고픈 날에는 묵직한 산미를 지니는 케냐 원두를 마시기도 하고, 집중해서 뭔가 작업을 열심히 하고픈 날에는 고소하고 바디감이 제법 있는 과테말라 안티구아 원두를 추출해서 마시기도 한다. 기분전환을 하고 싶은 날에 고소한 참깨 맛 가득한 인도 몬순 원두가 제격이다. 


디카페인 원두라고 하여 항상 꼭 별로인 것은 아니다. 잘 처리된 콜롬비아 슈가케인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때면, 초콜릿 향이 물씬 나는 커피 역시 즐길 수 있다! (나는 이 커피를 마셔보고서야 도대체 왜 사람들이 디카페인을 마시는지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커피와 친숙해지고 나니, 방문하는 카페에서 어떤 원두를 골라야 하는지 걱정하는 마음보다는, 내가 추구하는 맛과 향에 맞게 커피를 보다 쉽게 고를 수 있게 되었고, 여행지를 갈 때면 필터 커피 전문점을 찾아 시도해보지 않았던 색다른 원두를 골라볼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대학원생이라는 소속의 특성상, 학회 참석을 할 일이 대단히 많았는데, 각 학회가 열리는 도시에서 괜찮은 커피 전문점에 방문해 보는 것이 일종의 내 루틴이 되었다.


이렇듯, 나는 커피만큼이나 현대인들이 쉽게 시작해 볼 수 있는 취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기왕에 카페인을 충전해야 한다면, 무조건 쓰고 떫은 커피가 잠 깨기에 최고라고 말하기보다, 내 입맛에 맞는 원두를 골라 한번 커피를 내려서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아침마다 습관처럼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필터 한 장 접어 드리퍼 위에 올려놓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커피 내리는 방법- (초보자의 방법이니, 너무 충실히 따르려고만 하지는 말것)


1. 당연하겠지만, 커피를 갈고, 물을 끓인다. (물온도는 91도까지 올려서 끓였다. 오늘 원두는 코스타리카 따라주이다!)




2. 물이 끓으면 필터종이를 필터 위에 올리고, 종이가 필터에 달라붙도록 적셔준다. 


3. 원두를 붓고, 물을 천천히 부어 아래와 같은 사진이 되도록 한다. (물의 양 ~ 원두 질량 * 1.5배) 

(나는 지금 3인분을 추출하고 있기에 원두 양이 대략 50 g 정도이다. 1인분은 보통 15 - 20g으로 잡는다)



4. 커피가 1초에 한 방울정도 떨어지는 속도로 내려오는 속도가 잦아들면, 중앙에서부터 물을 부어서 총 4회 내려준다. 각 회차별로 부어주는 물의 양은 3에서와 같이 원두 질량 * 1.5배로 유지한다. 


(ex) 원두 20 g 추출 시, 물 30 g씩 5번을 붓는 셈. (3번에서 30 g, 4번에서 30 g*4)


5. 맛있는 커피를 마시자! (앞서 나온 추출법은 원두량의 대략 7.5배정도의 물을 사용한 추출법이다. 그래서, 바로 마시기에는 조금 진한 커피이고, 물을 커피량의 0.5배-1배정도로 묽혀서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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