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같이 걷자

아무 말 없이 곁에 앉고서는

by 영아


드디어 그 아이가 밖으로 나왔다. 굳게 닫힌 문 너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만 돌리고 앉아있던 그 애. 모두가 잠든 새벽에 문고리를 몰래 열고는 음식을 먹던 그 애. 해가 떠 있는 시간이면 죽은 듯 잠만 자던 그 애. 그 애가 내 앞에 있었다. 해가 중천인 시간, 닫혀있던 문이 열리면서 우뚝 선 채로 내 앞에 섰다. 흰자와 검은 자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탁해진 눈으로 나를 봤다. 메마른 입가에 침자국이 허옇게 뜬 입가를 손등으로 두세 번 닦았다. 그러곤 나에게 말했다. “엄마, 배고파.”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부엌으로 걸어갔다. 혹여나 다시 좁은 방문이 닫힐까 봐 방으로 들어갔다. 방 문을 활짝 열어뒀다. 방 안에 먼지 쌓인 창문을 열었다. 그 애가 가장 좋아하는 불고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팬을 꺼내 들고 식용유를 둘렀다. 새빨간 고기를 넣고 볶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양파와 버섯을 넣었다. 여러 양념들이 섞인 소스까지 부어주고서는 중불에 볶았다. 그 사이 새로운 밥이 하얀 입김을 뿜어대며 취사가 완료되었다는 소리를 했다. 그 애는 가만히 있기가 미안했는지 부엌을 기웃대며 수저를 놓고 나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나는 애써 그 아이를 보지 않으며 말했다. ”그동안 배 안고팠어? “ 그러자 아이는 울렁이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내가 문을 잠근 건데 뭐. “


식탁은 불고기를 중심으로 밥상이 정갈하게 차려졌다. 나는 이미 밥을 먹었지만 또다시 밥을 떠 왔다. 몇 개월 만에 그 아이와 마주 보며 밥을 먹었다. 뭐가 그렇게 힘들었니. 엄마 피 말리는 거 보고 싶었니. 그래서 앞으로 뭐 하고 살 거니. 사실 묻고 싶은 건 수십 개도 더 있었지만 나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선 밥그릇을 비운 그 아이에게 물었다. “다 먹고 엄마랑 산책이나 하러 가지 않을래?” 아이는 들고 먹던 밥그릇을 내려놓고는 조금 망설이는 듯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내가 그 아이의 엄마라 해도 그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끝내 다 알 수는 없다.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이라는 걸 매번 깨닫는다. 그저 세상이 너무 거칠어

그 아이가 휘청일 때 조그만 방이 아니라, 내 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 애가 아무렇지 않게 방문을 열고 나에게로 온 거처럼 세상을 산책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길가에 핀 꽃들도 보고 목에 달린 종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강아지들도 보고. 그러다 다리가 아프면 잠시 앉아 강을 쳐다만 보아도 괜찮다고.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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