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앙이라는 말이 요새 대 유행이다. 얼마전 소개팅을 주선했다가 소개하는 사람에 대한 칭찬을 했더니 내 지인이 하는 말 "그 분 추앙해야겠네" 웃음이 새어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이렇게나 공감하고 있구나 우리는 이렇게 추앙이 고프구나하는 생각에 말이다.
염미정은 상처받은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이고 관계가 노동처럼 느껴진다. 일상을 소몰이 하는것처럼 묵묵하게 살아내는 평범한 여자지만 희망마저 버린 것은 아니다. 인간은 누구나 그런 욕구가 있다. 나를 완전하게 응원하고 내가 어떤 모습이든 지지하는 내 편에 대한 간절한 욕구, 그 욕구가 바로 사랑이라는 말이아니라 추앙으로 표현되었고 그래서 그렇게 사람들의 격렬한 지지를 받는 건 아닐까 싶다.
미정은 연애에 대해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느끼려고 시작했다가 나의 볼품없음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너무 뼈아프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고 그렇게 끝이 난다. 때로는 관계를 시작하기보다 더 아프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면서 말이다.
"찬혁 선배 만날 때 사람들이 남친 뭐하냐고 물어보면 좋았어 "사업해" 그 한마디가 있어보여서. 근대 너무 잘나가니까 불안했어. 우린 결혼도 안했는데. 불량으로 계속 반품들어오고 점점 어려워지면서 어느때보다 옆에 붙어서 잘해줬어. 들킨거 같았어 내가 안도하는 거. 누구랑 있으면 좀 나아보일까? 누구랑 짝이되면? 그렇게 고르고 골라놓고 그 사람을 전적으로 응원하진 않아. 잘나야되는데 아주 잘나진 말아야돼. 전적으로 준 적도 없고, 전적으로 받은적도 없고, 다신 그런짓 안해 " 결국은 나의 기대를 채우기 위한 연애일 뿐이다.
미정은 태도를 정한다. 사랑을 대하는 단호한 태도
"잘돼서 날아갈 거 같으면 기쁘게 날려보내줄거야. 바닥을 긴다고해도 쪽팔려하지 않을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해도 인간대 인간으로 응원만할거야. 부모한테도 그런 응원 못받고 컸어, 우리"
어쩌면 사랑이란 단순한 감정의 흐름이 아닐수도 있다. 사랑은 어쩌면 결심일지도 모른다. 내가 응원한 사랑이 볼품 없는 모습을 보일 때도 무시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품격, 부족한 상대가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는 것. 내가 정한 상대에 대한 일종의 태도를 견지하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다.
사회에서 말하는 조건으로 서로의 위치를 재고 따지고 내가 그 사람보다 못나면 어쩌지?
또 너무 잘나도 걱정, 너무 못나도 걱정이 아니라.
사랑은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것 또는 믿기로 결심하는 것.
부족하더라도 서로가 성장하리라는 걸 믿고 좋은 방향으로 서로가 잘하는 걸 천천히 안내해 주는 것, 응원하는 것 참 멋진 결심이다.
구씨에게 염미정은 말한다. 카페에서 상사에게 지적받고 꾸역구역 혼자 힘든일을 하면서 당신과 함께 여기서 일을 한다면 행복하다는 생각하면 이런 거지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되고 견딜만한 일이된다고, 연기하는거라고 사랑받는척, 부족함이 없는 척 그러면서 너무 귀여운 말 한마디를 한다.
"염미정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구씨는 사실 기대할만한 인간이 못된다. 깡패이자 알콜중독자이다. 아직 드라마가 다 끝난 건 아니고 어떤 결말을 낼지 참으로 궁금하지만 구씨를 저렇게 묘사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 모든 구원이자 해결책은 아니라는 암시는 아닐까?
구씨라는 대상이 있지만 그 대상이 구씨라서 미정이 변한 것은 아니다.
미정은 스스로에게 해방을 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불완전하고 가끔은 파괴적으로 하는 구씨에게 의지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부족한 인간이지만 서로를 응원하기로 결심하는 것, 내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태도에서 하나씩 하나씩 일상의 나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어나가는 과정.
그런 과정속에서 미정은 결국 성장하고 해방할 것이다.
완전한 해방이란 없다. 완전한 사랑이라는 것도 없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완전히 나를 구속하고 답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의내릴 수 없는데 '완전한' 해방이 가능할까?
'완벽하지 않은 서로'에게 '완전한'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은 내던져진 존재이다. 실존주의 철학자들의 말처럼 삶에 내던져진 우리에게는 이리저리 타인에 의해서 결정되는 태도를 갖는 것이 아니라 내가 중요한 문제 예컨대 사랑과 같은 것에 대해 내가 생각한대로 단호한 태도를 갖는 것이 바로 일종의 해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해방은 곧 결심이다.
그리하여 완벽하지는 않지만 오늘보다 한 발 더 자유롭고, 오늘보다 한발 더, 내가 저 사람을 깊게 사랑한다고 느끼는것 아닐까? 그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해방의 답은 결국 사랑도아니고, 요즘 여자들에게 핫한 구씨도 아닌, 과거 타인의 철학이나 시선으로 점철되었던 나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짐을 느낄때 느껴지는 성장통같은 감정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