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에서 유치원 2학년을 시작한 우리 딸. 작년, 처음 유치원 알아볼 때부터 공립과 사립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동네 많은 사람들이 공립을 보내고 교과 과정이 그 연령대 아이들에게 그렇게 중요할까? 오히려 학교가 크고 선생님도 많고 그런 인상을 받아, 불어로 가르치는 공립을 보내자 결정했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만족하고 다녔다. 아니 사실은 한국의 유치원이 어떻게 가르치는지를 잘 모르니 정확한 비교가 안되기도 했고.
1년 보냈던 인상은 대체로 공작 시간도 많고 자전거도 갖고 와서 같이 타고 근처 동물원 방문, 근처 공원 가서 당나귀 만나기, 유치원 뜰에 있는 토끼한테 당근 먹이 주기 같은 체험 학습도 많은 것 같고 뭔가 소박한 거 같으면서도 아이들 정서에 좋은 프로그램이 많다는 거였다.
불어로 가르친다는 거에 당연히 고민이 되었다. 사실 언어 문제 때문에 일본이나 한국 사람들은 영어로 가르키는 국제학교를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 일단 1년에 2만 유로 이상 드는 데다가 그 연령대는 딱히 교육비 지원이 되지 않아서 경제적 부담도 크기는 했다.
두 번째로 그 나이대에 언어 주입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언어나 교우 관계가 결정적인 나이라기보다는 정서적인 안정, 주변 환경과 친해지기, 밥 잘 먹고 자전거 많이 타기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아 결국은 로컬 유치원으로 정했던 거였다.
그전 1년 가까이는 유치원이 아닌 보육시설 즉 어린이집엘 보냈는데, 이때만 해도 불어로 가르치는 어린이집에 자리가 없어서 네덜란드어로 가리키는 어린이집을 보냈었다. 네덜란드 어린이집이 선생님들이 불어권 어린이집보다 영어를 훨씬 잘한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선생님이랑 내가 소통이 잘돼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벨기에는 불어와 네덜란드어가 모두 공용어이다).
어린이집 다닐 때는 한 달여를 아침마다 울고, 입구까지 갔다 도망 나와서 아이 아빠까지 눈물을 글썽일 만큼 힘겨웠던 터라, 유치원 1학년 첫 주 때 너무 씩씩하게 들어가서 마음고생은 어린이집 때 이미 다 했고 이제는 어딜 가나 잘 적응하나 보다... 하고 적응의 어려움에 대해 좀 잊어버렸었던 터다.
그런데, 이게 웬일, 문제는 2학년 첫 주에 생겼다. 1학년 때만 해도 선생님이 허그해주면 씩씩하게 들어가면서 엄마, 할머니 바이바이~ 하던 애가, 2학년 되어 새 클래스에 들어가더니, 1학년 때보다 나이도 더 많고 뭔가 깐깐해 보이는 새 담임이 엄청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기가 죽은듯했다.
갑자기 할머니가 보고 싶다며 꺼이꺼이 눈물을 주르륵하더니 안 들어가겠다고 버티는 거다.
유치원만이 아니라, 작년부터 잘 다니던 영어 학원도 태권도 수업도 학기 첫 수업 때부터 울며불며 안 들어가겠다고 한다.
더 어렸던 작년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눈치가 뻔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래도 불어가 불편한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왠지 유치원에서도 불어하는 사람들끼리는 커뮤니티도 있을 것 같고 정보도 잘 교환되는데 영락없는 외국인인 나는 선생님과 직접 소통을 하긴 하지만 왠지 부족하진 않을까 항상 마음이 편안하 지는 않았다.
물론 대부분의 소무통에서 누락되는 일 없고 문일하면 답도 잘 오기는 하지만, 그런 답답함이 있었는데, 애가 새 담임과 새 반에 적응을 못하는듯하니 그 생각이 마구 증폭된다.
이거보다 더 커서 학교를 다녀도 인종과 문화와 언어가 다른 아이들이랑 섞이는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도 안다. 직장 동료들의 더 나이가 많은 아이들도 국제학교를 다니는데, 서양 애들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지만 좀 더 많은 아이들은 한국이나 일본 친구들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점도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크는 한 항상 어느 정도 소수가 되는 입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인종적으로 언어적으로 아주 다수에 속한 상황에서도 내가 뭐 항상 사람들하고 늘 가까이 있는 인싸였던 것도 아니고 그걸 원한 것도 아니지 않았나? 그때도 그저 친한 몇 명이나 어울려 다녔지 사실 아이들 사이에서 장악을 한다는 건 정말 E 타입의 성향들이나 하는 거지, 그게 우열의 개념은 아닐 터.
괜히 아이의 단순한 적응 과정일지도 모르는 첫 주에 쓸데없는 걱정을 붙여서 하지는 말자 결론을 내본다.
새로운 담임 이사벨 선생님이 1학년 때 담임처럼 허그를 좀 해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아직은 겨우 며칠 다닌 거니 달래 가며 적응을 시켜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