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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in Belgium Sep 22. 2023

벨기에의 출산율

자전거에 아이 하나 둘 싣고 가는 부부들

벨기에 살다 보니 자주 느끼는 점은 한 집에 아이 둘 이상은 낳는 것 같다는 점.


궁금해서 찾아보니 1.06 그렇게까지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1을 넘지 못하는 유럽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어쨌든 인구가 증가하는 중인 건 맞으니. 거기다 내가 실제로 느끼는 브뤼셀의 분위기는 아이가 둘이 있는 집이 하나 있는집 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둘은 기본이고, 셋 있는 집도 꽤 많다.


왜 여기는 높을까 출산율이?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유치원 엄마 중에 친해진 Fei는 중국 사람이지만 벨기에 남자랑 결혼해서, 남편의 고향인 브뤼셀에 살고있다.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면,


우선 아이 픽업에 큰 문제가 없다.

자전거 수업 있는 날

완전한 자율출퇴근제가 가능해서,

은행에 일하는 Fei도 일주일에 2일만 사무실에 나가면 되고,


엔지니어인 남편은 사무실 출근 의무가 아예 없어서 5일 내내 재택해도 된단다.


유치원은 3시에 정규수업이 끝나지만 6시까지는 '가더리'라고 불리는 보육이 있고,

주로 4-5시 사이에는 방과후 수업이 있다.


이래저래, 방과후 수업 듣고 돌봄교실에 있다보면 6시가 되는데, 이때까지 부모중 누군가 데리고 갈  있으면 된다.


사교육도 그렇게 타이트하지 않다. 3시반 정도에 수업이 끝나면 (3시-3시45분까지는

보육 비용을 내지 않는, 이동 시간에 해당한다) 집에 가거나 보육에 남거나, 영어학원같은 사교육을 보내려고 해도 3세 이상은 시간대가  4시나 5시가 많다.


태권도는 3-5세 반이 5시에 하고, 6-8세반이 6시에 하는데 일주일에 한번이다.

영어학원은 3-5세 반이 수요일 오후 4시에 한시간 정도,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한다.


학원 순회를 위해 어른이 계속 붙어야 하는 날이 그다지 많지 않고, 관찰해보면 부모 중의 한명 가끔은 조부모가 데려다주는 경우가 많다.

어쨌든 타이트 하지 않아도 방과후에 일정을 커버하려면 어른이 한명은 필요한건데, 그 얘기는 근무시간이 꽤 유연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라는 유럽 공동체의 가장 바쁜 기관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가 자유롭다.


재택이 일주일에 2-3번 가능하고, 출퇴근 시간 조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개인적인 사유로 반일, 전일 오프를 하는 것도 꽤 자주 있는 일인데, 공립학교들이 학기 중간에 2주씩 방학을 하는 불어 계열 학교의 특성상 아이들을 케어해야 해서 일찍 퇴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육의 경우는 정부 근로자의 경우 1년에 1천 유로 정도의 영유아 육아 지원 비용이 나온다고 한다.


사립학교에 보내는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교육에 맡기기 때문에 결국 사교육에서 교육비 여부가 갈리는 것 같다.


이곳은 우리보다는 사교육 부담이 적는 것 같다. 사교육이 우리나라와 같이 비대하지 않고, 개인 교습같은 형태의 과외가 존재하지만 대규모의 학원가는 없다.


이곳에서 공부를 잘하면 영국, 독일같은 더 큰 나라로 유학을 가기도 하지만 유럽연합 내부에서 좋은 학교들도 많고 학비가 비싸지 않기 때문에 고등교육에서 오는 큰 경제적 부담도 없는 편이다. 미국 등 학비가 비싼 곳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는 매우 소수인 것같다.

유치원 가는길

물론 벨기에는 작은 나라지만 유럽연합 안에 들어있기 때문에 교육제도는 유럽연합 회원국이면 비슷한 것 같고, 전체적으로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이 우리나라만큼은 치열하지 않은 것같다.


출산은 사교육과 당장의 보육, 근로 문화가 다 얽혀서 결정되는 문제일텐데, 아직 우리 아이가 어려서인지, 당장의 보육 부담이 일하는 엄마에게 적어 보인다는 사실, 우리나라 아빠들보다 훨씬 출퇴근과 휴가 사용이 유연해 보인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 아이가 형제가 없는것이 좀 미안해진달까.


어떻게 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을것같지만, 기업문화가 아직도 타이트하고 유연근무 문화가 정착 중에 있는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자전거 앞에 아이 두 명 탈 수 있는 바스켓이 달린 자전거를 몰고 어떤 엄마가 씽씽 자전가 도로를 달린다. 벨기에에서 가장 흔한 풍경이다. 어른 한명이 자전거에 아이 둘을 싣고 학교로 라이드해주는 모습.


어른 둘이 만나면 아이가 둘 이상은 나오는, 특별한 일이 아닌데 내 눈에는 특별해 보이는  벨기에의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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