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ial Times는 영국의 대표 일간지 중 하나로, 유럽에서는 주간지인 The Economist와 함께 주요 이슈를 가장 신뢰되는 매체이다. 특히 며칠에 한 번씩 실리는 Big Read는 현재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는, 또는 주목할 만한 사건을 신문 전면에 걸친 분량으로 심층 취재해 스토리로 게재하는 시리즈이다.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사건들의 배경과 전망을 쉽고도 짜임새 있게 제공하기 때문에, 빅 리드를 꾸준히 읽는 일은 끊임없이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유럽은, 미국은, 주요 업계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 내게는 보석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빅 리드 주제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를 위한 계속되는 봉쇄 정책에 좌절하고, 중국을 이탈하고 싶어 하기까지 하는 중국 중산층들의 민심에 대한 이야기다.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괄호 안은 글쓴이가 덧붙인 설명).
유명했던 중국의 상하이 봉쇄는 다소 느슨해졌다고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겼다.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으면 PCR 검사를 받고 그 결과가 나오는 거의 만 3일의 기간 동안 국가 수용시설에 가차 없이 갇히게 되는 건 물론이고, 확진될 경우 정확히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기간 동안 사실상 감금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에게는 생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봉쇄령이 내려진 상하이에서는 이미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기도 어렵지만 갑작스럽게 봉쇄조치가 발동하면 그야말로 먹을 것 하나 없이 그대로 집안에 갇히게 되고, 아무도 음식이나 생필품을 가져다 줄 수도 없어 그대로 굶게 되는 상황도 왕왕 발생한다고 한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중국 전역에 걸친 봉쇄 조치들은, 당장 하고 있는 일이 언제든 끊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자극하고 실제로 중국의 경제 회복에 직격탄을 날렸으며, 시민들의 정신건강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 검색엔진 웨이보에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의 이주"에 대한 검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바로 그 피로도를 입증하는 증거다.
그러나, 이주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중국 정부가 봉쇄를 시작하면서 여권 발급을 사실상 중단하면서 발급률이 95% 이상 떨어진 것이다. 마음은 있어도 물리적으로 해외 이주는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최근까지도 8%대였던 중국 경제성장률의 올해 전망치는 4%로 낮아졌다. 거기에 인프라 건설, 감세 혜택 같은 중국 정부의 부양책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인플레로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중산층들이 느끼는 소득 감소, 정신적인 압박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더 커지면서 민심의 이탈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11월, 제20차 공산당대회를 앞둔 시진핑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바뀔 조짐이 없다. 중앙 당국의 정치적 압박에 시달리는 지방 당국은 코로나 발생 케이스에 과도할 만큼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결국, 시진핑 주석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있는 현재 중국 정부 정책은 쉽게 바뀔 수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80년대 이후 지속적인 대규모 경제성장을 통해 중산층들의 지지를 이끌어내 온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민심을 회복하고 지배의 정당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중요한 정치 이벤트인 11월 당대회가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느 순간, 우리는 '미중 갈등'이라는 단어를 언론에서 자주 보게 되었고,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을 의미하는 G2라는 단어에도 익숙해져 버렸다. 실제로 중국의 GDP 규모는 14조 7천억 원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하지만, 중국의 세계 경제에서의 위상과 역할이 어떻게 하든, 중국이 더욱 강성할지 쇠퇴할지는 중국 내부의 지지, 정치 체제의 공고함이 뒷받침되느냐에 달려있다. 즉, 높은 경제성장을 이어가면서 성장의 혜택을 보는 중산층을 잘 키우고 이를 통해 공고한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의 열쇠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제로 코비드 정책일까? 많은 분석들이 있지만, 중국산 백신의 효력이 화이자 등 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서방 백신보다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중국 인구 대비 병원 인프라와 부족한 병상 수 등으로 인해 중환자 폭증 시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없다는 점 등이 큰 이유로 꼽힌다. 물론 2022.11월 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3 연임이 결정될 텐데, 코로나 대확산으로 중국이 혼란을 겪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정치적 이유도 한몫할 것이다. 즉, 올해 내내 이 봉쇄 정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사이 중산층들이 겪는 좌절은 지속될 것이고, 봉쇄로 인한 불편함은 외국 사업가들이 중국 본토와의 사업 지속을 재고하게 하는 원인이 되어 중국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지속 봉쇄의 결과, 우리는 지금 홍콩이 제1의 아시아 금융허브 입지를 잃어가고 많은 기업인, 투자자들이 싱가포르와 같은 이동이 자유롭고 비슷한 인프라를 가진 대체지로 이주해 가는 엑소더스 현상을 목격한 상태다. 중국 본토 역시, 계속되는 봉쇄 정책으로 경기가 후퇴하고 중산층들의 삶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단계인 것이다.
물론 중앙 정부는 중국이 세계의 공장 역할을 계속하는 데서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를 가진 우주, 인공지능, 바이오 같은 미래지향적 산업을 육성하여 글로벌 공급망에서 선두 지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국제적인 입지를 수호하는 과정도 험난한 미래가 예상된다. 중국이 서구가 내세우는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법치와 같은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있어왔지만,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암묵적으로 러시아 편에 서며 서방의 대 러시아 제재를 회피하는데 일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구는 공공연하게 중국에 대응하는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제, 경제성장률이라는 내부적 과제는 물론이고, 전 세계 공급망에서 자신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에도 맞서야 하는 다중적인 어려움에 맞닥뜨렸다. 중국과 유사한 입장을 가진 국가들을 결집해 별도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그러한 대응의 일환이다. 이미 잘 알려진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가 그러하고, 지역 안보 기구인 상하이 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아시아 지역 경제포럼인 보아오 포럼(Boao Forum for Asia)을 키우거나, 올해 4월 시 주석이 제안한 '글로벌 안보구상'이 모두 그런 시도일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제20차 공산당 대회에서 시 주석의 3 연임이 확정되더라도, 중산층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지속적인 경제성장 담보는 중국 정부의 계속되는 과제가 될 것이다. 코로나 봉쇄는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대약진 정책(Great leap forward)과 유사한 방식의 압제적인 정책 이행 방식에 환멸을 느낀 중산층들을 이념적으로, 실질적으로 달래고 정부에 대한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묘책이 없이는, 중국 경제가 더 성장하고 국민들의 생활수준과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충성스러운 국민들을 가지는 것은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 참고한 글
(1) 2022년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와 시진핑 체제 전망(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 브리프 10호, 2022년 1월 25일)
(2) The Singapore Swing, 2022.6.11, Financial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