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호수에 남긴 말들
대청호,
잔잔한 수면 위로
붉은 노을이 천천히 흘러내린다.
빛은 가라앉고,
기억은 떠오른다.
물결이 조용히 흔들리고,
너의 웃음이 그 안에 번진다.
가슴 언저리를 스치고 간 바람 하나
그때의 우리는
갈대처럼 흔들렸으면서도
무언가를 꼭 안고 서 있었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에게는 향기 하나
물안개처럼 스며들다
닿기도 전에 흩어지는 잔상.
말없이 엎드려 있던 그날들,
참 이상하리만치 아름다웠다.
그 시절의 빛은 이제
너의 먼 길 위에서 은빛이 되어 반짝이고,
나는,
이 호수에 남아
말없이 너를 떠올린다.
정말 괜찮냐고.
정말 보내도 되는 거냐고 속으로만 묻는다.
그리고
맘에도 없는 "잘 살아"
입에 올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호수 위 슬픈 날
우리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대청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잔잔하다.
마치 내 마음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흔들림조차 없이 자리를 지키는 그 수면 아래서,
나는 나의 내면을 바라본다.
모든 걸 삼키고, 품고, 밀어내며
그래도 미동 없이 고요한 그 물결처럼
나도 이별을 견디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껏 너를 미워하지 못한 건
정말 잘 살길 바라서가 아니라,
언젠가 내게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가망 없는 기대 하나를 지금도 버리지 못해서일까?
그래서 난 네가 알 리 없는,
나 혼자 안녕이라 인사하고
말없이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