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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족산 황토길에 묻힌 유혹

계족산 아래에서의 한량

by 송필경

비단신 벗고 들어온 그녀

모란등 그 밑에 마음을 풀었지.

술이 먼저 붉어지고,
숨이 나중에 부서지네.


계족산의 흙냄새, 섞인 바람,

그대의 옷 사이로 스며들며,
나는 그 향기를 한 모금씩
혀 아래 묻어 삼켰다네.


웃음 한 줄기,
목선 타고 흘러내릴 때,
나는 알았네.

이 밤이 덫이라는 걸.


손끝 한 치도 닿지 않았건만,
그대 목젖이 들썩일 때,
세상의 모든 속삭임이
내 귓속에 웅크렸지.


너는 말했지,

“이런 밤은 잊히지 않아요.”
나는 웃었지,
“잊히는 밤만 사랑한 적은 없소.”


모란은 피고, 달빛은 기울고,
우리는 아무 말도 섞지 않았지만,
그대 입술의 떨림,

그 속에 숨어 있는 비밀들을,
나는 이미 느꼈다네.


계족산의 향기 속에서
내 맘 속 숨결이 더해가고,
그대 한 걸음에 맞추어
이 밤의 끝을 찾아갔지.


그대의 손끝이
살짝 내 얼굴을 스칠 때,
나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네.

그 순간, 내 기억의 끝에서,
너는 돌이킬 수 없는 여운으로 남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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