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이팝꽃
한밭의 들녘에서
이팝꽃이 저물어가며,
하얀 꽃잎은 아쉬움을
속삭이며 흩날린다.
푸른 하늘은 깊고도 맑아,
검은 머리에서 하얀 머리로 바뀌는
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다.
산책 코스 따라 뻗은 길,
자연의 손길에 부드럽게 감싸인 채,
내 발걸음은 천천히 이어지고,
입가에 피어나는 미소는
꽃잎처럼 수줍게 춤춘다.
여름의 뜨거운 숨결이 스며드는 사이,
녹음은 더 짙어지고
나무들은 사연을 들려주네.
하늘은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져,
이팝꽃의 잔상은
세월의 물결 위에 떠다닌다.
변화의 흔적, 나도 함께 흘러가,
검정의 밤에서 하얀 아침으로,
강한 햇살 아래
숨죽인 바람과 함께
성숙의 고백을 담아 오늘을 걸어간다.
이팝꽃의 기억이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
시간의 팔레트 위에 내 이야기를 그려낸다.
매일 다시 태어나는 순간 속에서,
나는 각기 다른 빛깔로 삶을 노래하며,
서정의 향기를 품고,
한 걸음 한 걸음에 내 존재를 새겨간다.
꽃이 지고 다시 피어나는 반복 속에서,
나는 깊어지고, 또 깊어져,
이 순간의 아름다움과 그리움을 품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한없이 넓어진
세상 속에서 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