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의 봄, 세 겹의 기억
오월드의 햇살 아래,
아이들이 웃음을 흘린다.
바람은 꽃잎보다 가볍고,
작은 손에는 세상이 다 들어 있다.
그 웃음 속을 들여다보다
문득, 오래전 장면이 일렁인다.
보문산 그린랜드.
빨간 돗자리 위에 펼쳐진 김밥,
엄마의 손, 아빠의 웃음,
그리고 그 곁에,
손에 풀잎을 쥔 채 깔깔거리던 나.
햇살이 살짝 묻은 얼굴로
나는 그때의 아이를 떠올린다.
별것 없던 하루가
어쩌면 인생 전체였던 날들.
그리고 지금—
내 곁의 작은 아이,
봄을 처음 만난 듯한 눈으로
꽃잎을 따라 걷는다.
나는 어느새
그 아이의 그림자가 되어
다시 한번, 봄을 배운다.
과거의 봄이 남긴 말들,
현재의 봄이 들려주는 대답.
오월의 대전,
세 겹의 봄이 포개진 오후.
나는 한 장의 기억 위에
살며시 오늘을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