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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봉산을 닮은 인생

아홉 개의 정상, 한 사람의 삶

by 필경 송현준


구봉산, 아홉 개의 봉우리가 하늘로 솟아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가 걸어가는 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진 오르막과 내리막을 닮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길 위에서 내 인생을 마주한다.

첫 번째 봉우리,
작은 시작, 손끝에 닿을 듯 가까워 보이고,

두 번째 봉우리,
내 꿈이 점점 커져가며 나를 이끌어 온다.

세 번째 봉우리,
숨을 고르며 돌아본 길,

그리고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정상은 잠깐의 평온,
그곳에 서면, 세상이 멀리 있는 듯해,
잠시 모든 걸 내려놓는다.


하지만 더 걸어가야 한다.


내리막이 오면,
그 끝에서 새로운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 길을 걸을 때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서로를 엮어
내 인생의 깊이를 더한다.

여름의 햇살이 내 뒷짐을 당기고,
가을의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친다.


봄의 새싹이 움트고,

겨울의 눈이 내 발걸음을 멈춘다.
계절처럼 나는 변한다.
구봉산도, 나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 걸어간다.

“너는 왜 쉬지 않느냐?”
“쉬어가도 괜찮다”라고.

산이 내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나는 대답한다.
“나는 쉼을 알지만,
이 길을 걸어야 내가 내일을 만날 수 있기에.”

구봉산의 아홉 봉우리는,
내 인생의 아홉 단계를 닮았다.
각각이 서로 다르지만,
그 길 위에서 우리는 하나로 이어진다.


힘겨운 순간도 있지만,
그 끝에서 또 다른 힘이 솟아난다.

우리는 각자의 구봉산을 오르며
그 정상에 오르지 못할까 두려워하지만,

그 길이 주는 소중한 의미는
어쩌면 내려오는 그 순간에,
가장 깊이 새겨진다.

구봉산, 그 이름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나는 한 걸음씩 내 길을 걷는다.
지금의 내리막도,
내일을 위한 오르막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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