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이 이제야 마음에 닿는다
처음으로 어린이집 면담에 갔다.
‘내가 학부모가 되었구나.’
아직은 어색한 마음 한켠에
설렘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처음엔 낯선 환경에 울먹이던 너였기에
걱정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밥도, 낮잠도 무리 없이 지낸다는 말에
숨을 깊이 고를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스스로 세상과 눈을 맞추고 있구나.
그게 얼마나 대견하고 고마운 일인지.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익숙한 발걸음으로 시장에 들렀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면
늘 허기졌던 너를 위해,
무언가 따뜻한 걸 준비해두는 일이
내 하루의 중요한 일정이 되었다.
예전엔 요리도 대충,
포장지도 잘 안 읽던 아빠였는데
지금은 재료 하나에도
눈길이 오래 머문다.
이게 더 건강할까, 이건 너에게 맞을까.
그러다 문득,
오래전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난 네가 잘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그땐 몰랐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머니의 눈빛이 왜 그렇게 따뜻했는지.
그분은 이제
내 곁에 없지만,
그 말 한마디가
오늘따라 마음을 깊이 울렸다.
어머니가 내게 주었던 그 마음을
이제는 내가 너에게 주고 있구나.
너는 너의 속도로
세상과 손을 잡고 자라고,
나는 너를 따라 걷는 발걸음으로
조금씩 부모가 되어간다.
서툴고 미숙한 날들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네가 자라는 만큼,
나도 자라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오늘도,
우리는 함께
하루라는 이름의 작은 숲을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