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병원, 첫 성장
엄마 없이,
처음으로 병원에 간 날이었다.
내 손을 꼭 쥔 너는
낯선 공간이 무섭기보다는
마치 새로 펴진 책장을 넘기듯
조용히 세상을 훑어보았다.
떨리는 건,
오히려 아빠였다.
간호사 선생님이 무얼 말씀하셨는지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괜찮은 척, 익숙한 척,
‘아빠답게’ 굴고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다.
예방접종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애써 무표정을 지었다.
작은 네 팔에 주사 바늘이 닿는 그 순간,
질끈 감은 눈은 내 것이었고,
넌,
잠깐 “엥—” 하고 울다가
곧 금세 잊은 듯
다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고작 몇 초였지만,
그 짧은 침착함이
나에겐 긴 숨처럼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엄마 앞에서 팔을 번쩍 들고
“응!” 하고 으쓱대는 너의 모습에
나는 또 한 번 마음이 풀렸다.
하지만 그 평화도 잠시,
진료실 책상 위에 고이 올려두었던
애기수첩을 두고 온 걸 알아차리고는
헐레벌떡 병원으로 다시 향했다.
그날 하루,
나는 너의 그림자를 따라
서툰 발걸음을 몇 번이나 되짚었다.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덜 익은 걸음이었지만
그렇게 나는
너라는 작은 세계 곁에서
아빠라는 이름을 배워가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