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 소주한잔
그날 밤, 숨이 막힐 듯 답답했다.
별일 없는 하루였지만,
자꾸만 네 번호를 눌렀다 떼기를
몇 번이고 망설였다.
“잘 지내지?”
그 짧은 한 문장이
왜 이렇게 멀고도 아득하게 느껴졌을까.
한참을 기다렸지만,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우리가 헤어진 지
꼭 일 년째 되던 날이었다.
우리가 헤어진 지
꼭 일 년째 되던 날이었다.
그 사이 너는 이사했고,
번호도 바꿨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내게는 공허한 위로였다.
시간은 상처를 덮는 대신,
조용히 그 자리에 남겨둔 채였다.
퇴근길, 나는 혼자 술집에 들렀다.
예전엔 절대 입에 대지 않던 소주를
어색하게 따라 마셨다.
투명한 술잔 속,
네 얼굴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쓴맛도 없는데, 왜 이렇게 쓰디쓴 걸까.
한 잔, 두 잔
비워질수록
너와 나의 기억은 점점 선명해졌다.
“그만하자.”
그날, 네 떨리는 목소리가
내 귓가에 아직도 울린다.
말없이 벽만 바라봤던 나는,
눈물이 터질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화내던 너,
웃던 너,
끝내 울지 않으려 애쓰던 너.
모든 순간이
소주 한 잔 위에 잔잔히 퍼져갔다.
“미안해.”
그 한마디면 충분했는데,
왜 끝내 꺼내지 못했던 걸까.
혹시 이 글을 네가 읽는다면,
아니, 아마 읽지 않겠지만,
그때 네가 얼마나 아팠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그리고 나,
참 많이 사랑했었다고.
그 말이
지금 이 술잔 어딘가에 담겨
너에게 닿길 바란다.
당신에게도 그런 밤이 있나요?
억지로 삼켜낸 한마디,
끝내 꺼내지 못한 그 이름과 안부,
시간이 지나도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는 말.
오늘 밤,
당신도
그 이름 한 번,
불러보고 싶은 날이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