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부식
겉은 단단한 껍질 같았지만
속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의 유리성,
바람만 스쳐도 산산이 흩어질 듯했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내 안의 모래성은 서서히 깎여 내려갔고,
깊은 상처들은
서서히 금이 가고 부식되어 갔다.
햇살이 내리쬘 때면
균열은 금을 넘어 골짜기가 되었고,
그 어두운 틈새로
내 영혼의 골병마저 드러났다.
차라리 거센 파도가 와서
한 번에 휩쓸었더라면,
그 고통이 덜했을까.
파도가 남긴 자국 위에
내 절망과 분노를 새기고,
다시 일어설 힘이라도 냈을 텐데.
하지만 시간은
침묵의 독처럼,
무심히 나를 부식시켰고,
나는 깨져 가는 나를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그렇게
조용히,
끝없이,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말하고 싶었으나
입술은 모래알처럼 무거웠고,
부서진 만큼
회복은 아득했다.
오늘도 나는
가면을 쓴 채로
누군가의 빛 앞에 섰다.
그 빛 밑에 감춰진
깊고 검은 불안은
아무도 알지 못한 채로
조용히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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