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처럼 안보여도 시니까 6

사소한 진심, 묵직한 삶

by 송필경

말없는 무게


나는
어깨가 굽었다.

당당하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학생 시절,
책가방이 너무 무거워서였을까.

공시생으로서
책임이 등을 눌렀고,
내 자리가 된 뒤엔
불안이 자리를 잡았다.

세월이 흐르며
펴지지 않는 등이 되었고,

이젠
아비로서,
남편으로서,
자식으로서

말없는 무게들이
하루하루
내 어깨를 조금씩
더 숙이게 했다.

그래도 나는,
자식로서
남편으로서
아비으로서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다.

오늘도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깨를
쭉 펴본다.

그때,
어디선가
따뜻한 바람이 불어와
내 이마를
가볍게 스친다.

그리고
속삭인다.

“아직,
네 등이
조금 굽어있어.”